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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일본어 회화 & 이메일 표현사전
인현진 지음 / 길벗이지톡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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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고 친절합니다.
경험자가 제공하는 양질의 영양분이 담긴 책입니다.
한번 다읽고 공책에 베끼는 걸로 다시 정주행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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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회화 표현사전
인현진 지음 / 길벗이지톡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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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즈니스 일본어회화 표현사전이 넘 맘에 들어 이후에 구입했어요.
좀더 생활에 가까운 내용이라 먼저 읽었으면 좋았겠네요.
취업 준비하시는 분들은 비지니스도 필수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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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딥러닝 - 파이썬으로 익히는 딥러닝 이론과 구현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딥러닝 1
사이토 고키 지음, 개앞맵시 옮김 / 한빛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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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읽는게 아니라, 책이 나를 읽는듯합니다.
섬세하면서도 남는게 많은 책.
저는 이런 책들을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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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 - 체코 SF 걸작선 체코 문학선 3
온드르제이 네프.야나 레치코바 외 지음, 야로슬라프 올샤jr.박상준 엮음, 김창규.신해경 / 행복한책읽기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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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동원훈련에서 복귀하였다.

작년까지만해도 학생 예비군으로 단 하루, 8시간만 소비하면 됐지만,

올해부터는 2박 3일의 입영 동원 훈련을 하게 되었다..

약속한듯이 무기력한 예비군들과, 휴대폰 쓰지 말라 외치는데

모든 기력을 쓰는 듯한 교관님들..


그런 예비군 훈련을 받으면서, 문득 오늘 소개할 SF 책을

블로그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의 제목이

예비군의 마음가짐을 단 한 줄로 담아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

'로봇'이라는 단어를 탄생시킨 체코의 SF 10편을 엮은 작품집인데,

작품 하나하나가 개성이 넘친다. 모든 작품을 좋아하기는 어려워도,

이 중에 입맛에 맞는 작품이 하나도 없을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녹차, 청차, 홍차, 보이차 다 맛봐도 별로라면 그건 아마 차 자체(SF)가

입맛에 안 맞는 경우가 아닐까. 무엇보다 작품들이 커피를 처음 마셨을 때의

그 느낌처럼, 독특하면서도 끌어당기는 풍미가 있다.


제목과 표지가 주는 임팩트 때문에 2~3 개 작품을 읽기 전까지는

호러 SF 단편집이 아닐까 착각하게 만들었다.

수 년전에 읽은 책의 분위기와 의미를 상기해보고자 한다.



1.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체코SF라는 이질감을 씻어내는 대중적인 전개의 작품이다.

표지 제목과 콤보로 호러 SF 단편집인가 의심하게 만들었다.

점수에 따라 점점 극적인 지옥으로 변해가는 시뮬레이션 게임, '심클레어',

시뮬레이션 내의 공동체와 함께 시체병과 싸우는 주인공을 따라

1만점 획득을 목표로 몰입한 독자들을 기다린 것은 조금 다른 차원의 '지옥'이었다.

시원시원한 전개와 뒤통수를 치는 임팩트가 미국 드라마를 소설로 읽는

느낌이었다. 처음 이 작품을 읽고, 나머지 이야기들이 이런 흥미 위주라도

책값이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이는 친절한 문지기였을뿐,

바로 다음 작품부터 전혀 다른 분위기가 깔리기 시작한다.



2. 영원으로 향하는 네 번째 날

작품이 말하고자 한 것은 외부에 대한 사색만으로 쌓은 성 위에 자신을 올리고,

그 높이만큼 무너지는 자의식인가. 어렵다..

자신의 저택이 곧 그의 세계인 드라벡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주변의 사물을 과민하게 의식하며 세계와 '시간'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한다.

그 시간에 대한 '자신만의' 개념을 완성해내어 흥분하지만, 이미 그의 세계는

'자신만의' 것이었고 쉽게 무너져 내린다. 이야기는 차처럼 시간을 들여 우려내야

그 진미를 맛볼 수 있을만큼 한 남자의 세계를 중심으로 덩어리져 있었다.

드라벡이 마지막으로 깨달은 것은, 그토록 쌓아올린 거대한 연구가 결국

자신 안에서 쉽게 무너져내리는 진동이 아니었을까.



3. 아인슈타인의 두뇌

사망한 세 사람의 두뇌를 합쳐만든 인공두뇌, 과학이 만든 판도라의 상자.

이전 작품, '영원으로 향하는 네 번째 날'의 여운에 갈피를 못잡는 독자들에

대한 배려인지, 이 작품의 테마는 선명하다.

연구원들은 그들에게 '적합한' 해답을 얻기 위해 인공두뇌에 기대를 건다.

하지만 두뇌가 곧 일을 그만두기에, 뒤늦게 두뇌의 감정상태라는 변수를 감안한다.

처음에는 두뇌에게 휘둘리는가 싶다가도 곧 그에게서 체계화할 수 없는

'마음'이라는 결과물을 얻어낸다.

나는 과학 그 자체가 마음과 함께 간다고 생각해왔기에, 과학보다

인간의 감성이 소중하다는 결말은 사실 원한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잠시 독자의 두뇌를 씻겨내는 감동은 기분좋게 품었다.



4. 스틱스

지금도 가끔 그 주제가 떠오르는 작품이다. 두려운 것과 접촉할 때,

그 무지에 대한 '우주적 공포'가 담겨있는 이 작품, 스틱스를 떠올린다.

과학마저 알려줄 수 없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 그 완전한 두려움은 인간 자신을

비추는 무결점의 거울이 된다.

인류가 150년 동안 '그 별'이라는 대명사가 된 별을 쫓아 황량한 우주로

나아가는 세계에서, 황폐한 행성의 격리된 기지에서 '그 별'을 관측하는

6명의 탐사대원들이 주인공이다.


" .. '그 별'이라는 별은 없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요술 지팡이를 휘둘러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줄 지적 생명체 같은 것은 없어요! 우린 흔해 빠진 변광성에


사로잡혔던 거야! 최소 사방 5광 년 이내에 생각하는 존재라고는 우리뿐......


생각하는 존재라고는 우리 여섯 멍청이뿐이라고! "
   _147쪽


과학이 짚어주는 이정표만을 믿고 차가운 우주에서 버텨온 그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난다. 그러나 무지의 조롱인가 배려인가, 실종된 대원을

찾으러간 나머지 다섯 대원들은 자갈과 모래로 덮인 분지의 어두운 바닥 아래에서

거울같은 '수면'을 찾아낸다. 실종된 대원을 찾아 그 경계로 들어설 것인가, 말 것인가.

우선 그들은 기존의 과학에 기대서 두려움을 일으키는 '수면'을 분석하려 한다.


.. 이 액체나 이...... 차단장치나 그 아래에 있는 뭐든 간에, 그 존재들한테는 절대적으로

무해할지 몰라도 인간에게는...... 그들이 절지동물이란 걸 잊지 말아요! 아마 척추동물이


이 행성에 살았던 적은 없을 겁니다. 그들이 우리에 대해서 뭘 알겠어요? .."
   _184쪽


그러나 과학이 그들의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두려움은 그들의 마음을

움켜쥐기 시작한다.


.. 모든 전파대역을 써 봤는데도 반사파를 잡아내는 데 영겁의 시간이 걸리는 거죠.

.. 달리 표현하면 이 구멍의 깊이가 1억 킬로미터라는 얘깁니다. 최소한 말이에요. .."
 _185쪽


각자 눈앞에 놓인 하나의 대상을 보고 있었지만 보이는 광경은 다 달랐다. 상상조차

할 수 없어 백지처럼 보이는 세계와 깊은 땅굴로 얽혀 있는 세계, 괴상한 건물이나


환상적인 식물로 가득 찬 정글 세계, 그리고 영원히 잊히고 버려진 한 인간이 키틴질


껍질로 둘러싸인 생명체들 속에서 정처 없이 헤매는 세계...... .'
   _211쪽


수면이 인간들의 순수한 두려움이 된 순간, 그 너머에서 그들의 내면 속 두려움이

비쳐지기 시작한다.

10 작품중 가장 심장을 뛰게만든 이야기다. 황폐한 행성의 탐사대원들이

수면 너머의 미지에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은 오늘날 사람들을 떠오르게 했다.

양자의 불확정성이라는 '경계'를 보기전까지, 과학이 거의 모든걸 드러냈다고

믿었던 인류, 인간은 스틱스의 탐사대원들처럼 지구라는 고독한 행성에서

그 수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나는 사람들이 무지와의 전선, 두려움의 강

스틱스를 넘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리라 믿는다.



5. 브래드버리의 그림자

이익을 쫓아 화성으로 나간 탐사대원들의 이성을 부수는 환상.

탐사대원 '멜'이 무언가에 사로 잡히면서 탐사대로의 귀환을 거부한다.


"멜은 그게 인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했어. 그리고 네가

그 뜻은 알 거라고 하더라. 그 책을 가져온 게 너라며. .. "   _228쪽


"케이미한테 전해 달라고 했대. 자신이 브래드버리의 그림자에 갇혀 있다고.

거기에서 벗어날 힘이 있으려나 모르겠다고. 다른 사람이 그 그림자에

들어오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했다더라."   _229쪽


멜을 찾아 화성 티디온 협곡에 당도한 대원들은 그의 환상 속으로 잠긴다.


"협곡의 바닥은 애리조나에 있는 그랜드캐니언보다 두 배는 깊고 여섯 배는 넓었다.

애리조나는 멜이 태어난 주였다."   _232쪽


영화 스피어나 앨티튜드처럼, 그 전개가 익숙하면서도 보게되는 것은

캐릭터가 가지는 환상의 다양함 때문인 것 같다.



6. 제대로 된 시체답게 행동해!

리뷰하기 앞서, 제목만 보자면 이 얼마나 고마운 말인가.

각성과 속도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시체답게 행동하라 외쳐주는 사람은

꿈에서도 만나기 힘들 것이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겪는 소녀, 마가렛의 부모는 결국 두 명의 퇴마사에 의뢰한다.

집을 살펴본 울프 아저씨와 청년 허버트는 지박령들이 낡은 집의 붕괴를

거주자들에게 알려주려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일으켰음을 알게 된다.

허버트는 예전 기차 대참사에서 죽을 운명이었지만, 울프 아저씨의 카르밀리온 주사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유령과 싸울 수 있었다.

허버트의 능력으로 유령은 쉽게 퇴치되고, 마가렛은 그에게 연심을 고백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아는 그는 이를 거절한다.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

"마음에 들어요." 빨리! 어쨌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할 이 여자애한테 비밀을

털어놓게 되기 전에 이 방에서 나가야 한다. 움직여!

소녀는 허버트가 신중하게 거울을 쳐다보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문이 쾅 닫혔다.

소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소녀다운 밤의 눈물,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눈물이었다. 


_309쪽


허버트는 알콜과 약물, 그리고 유령에 홀린 세 사람에게 치명적인 중상을 당한다.

울프 아저씨가 허버트를 급하게 구해 살리고 있을 때, 소녀가 찾아온다.

허버트는 상처에서 회복하고 소녀는 퇴마일을 보는 그를 따른다.

허버트와 마가렛이 서로에 호감을 키울 즈음, 그녀의 어머니가 오래된 잡지에서

허버트의 사진을 발견한다.


루스 부인은 몸을 떨었다.

"멍청한 자수 견본 따위를 찾다가 뭐가 튀어나왔는지 봐라. 이건 완전히 확실하게

그 사람이야, 좀 봐라, 아가야!"

"음, 닮았어요. 약간." 매기가 마지못해 동의했다. 사진 속에 있는 것은 허버트였다.

엄마가 옮았다. 소녀는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죽은 시체. 영안실. 이건 뭔가 좀......

황당하다?   _325쪽


허버트의 부모가 영안실에서 사라진 아들의 시체를 찾는 기사였다. 소녀는

허버트가 죽은자라는 걸 부정하고, 무언가 숨어야할 사연이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허버트를 아는 엄마가 그의 부모에게 알리기 전에 그에게 경고하기 위해

달려가다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사실.. 타이틀인 이 작품은 내가 바라는 SF에서 가장 멀리있는 작품이었다.

아마 10대 소녀가 좋아할만한 심령 로맨스 판타지가 아닐까.

그럼에도 모험의 시작을 보는 듯한 재미가 있어서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7. 비범한 지식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의 지식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의 어려움.

경찰관 차베즈는 고속도로의 세 교차에서 동시에 대형 교통사고가 난 현장에 출동한다.

누군가는 녹색빛을 내는 작은 경비행기를 보았다고 한다. 차베즈는 그 말을 정신없는

소리로 치부한다.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신경이 날카로운 그는 단순히 사람들이

교통신호를 준수하지 않은 것을 탓하는데..


"헤헤, 아가리 닥치시지. 경찰서로 데려가 닫아 버리기 전에 말이야."

차베즈가 태평하게 말했다.

.. 이런 부류는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너희들이 가끔씩이라도 교통표지판을 존중할 줄

안다면, 지금쯤이라면 저승행 마차를 타는 게 아니라 엄마한테 가고 있겠지.  _340쪽


그러나 교통표지판이라곤 없었다. 표지판이 있어야 할 윗부분이 사포로 다듬은 것처럼

매끈하게 잘려 나가 밑부분만 남은 기둥들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작은 연구선의

외계인들이 인간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문자는 말의 기록입니다." 그자가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구에서 


이런 것은 발견하지 못했었습니다. 산화수소 속에서 사는 단 한 종류의 생물이 


한 원시 언어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 사례에선 지성이나 말해진 바를 유지시키려는 


욕구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는 우리가 처음부터 회의에 빠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_344쪽


교통사고의 범인인 외계인들은 도로표지판으로 인류의 신호를 해석하고 있었다.



그 다음에는 선행권(先行權)을 표시하는 삼각판이 뒤따랐다. 


"은하계 다신성(多神性)의 고대 상징인 삼각판은...... 우리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먼 옛날에 시안화물, 질소, 암모니아라는 생명의 원천을 상징했죠. 우리가 지구에 대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선, 탄소, 산소, 그리고 확실히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이해한 바로는,

아직은 확신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물의 숭배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 "   _345쪽





그 다음에는 "보행자 횡단로" 표지가 나왔다.

"여기 한 수집가의 경배품이 있습니다. 이 상형문자에는 문화적 관습에 따라 도식화된

한 지구인이 분명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구인에게 적합한 탄소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죠. 탄소들은 아래의 다리 밑에서 검은 점들로 표시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앞에

한 수집가의 신이 있는 것입니다! ..   _346쪽


외계인들은 귀여우나, 그들이 일으킨 문제는 전혀 귀엽지 못한 것이다.

혹시 지구에 당도한 외계인이 있다면, 고속도로보다

국립중앙도서관을 먼저 살펴줬으면 좋겠다.



8. 양배추를 파는 남자

방사능이 뒤덮은 세계에서, '경계심'으로 오염된 도시의 우두머리 시장.

주인공은 인구 300명 가량의 우비쉬카 시의 시장이다. 인구 300명의 도시라..

고층건물 한 채 없는 내 고향 시골도 그보다는 많을텐데.. 그렇다.

우비쉬카 시는 방사능으로 뒤덮인 세계에서 오염된 농작물, 오염된 사람을

경계하는 요새도시이다.

시장인 주인공의 일은 시내의 치안과 작물이나 사람이 방사능에 오염됐는지

검사하는 것이다.


"바브라, 유전학이 뭔지 알아요?"

"모르는데요.바브라가 대답했다.

나도 모르긴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법령과 유전학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알고 있겠지만, 범령에 따르면 잘 알려진 식물이나 동물하고 다른 것들은 모조리

없애 버려야 해요. 그게 사람한테도 적용된다는 것은 알겠죠. 생각해 보세요. 법령 기준에

맞지 않는 음식을 애들한테 먹이면 안 돼요. 뭔가가 너무 크게 자라거나 반대로 너무

작다면 그건 잘못된 거예요 .. "   _357쪽


그런 주인공에게 '이상한' 채소를 파는 외지인에 대한 신고가 들어온다.

양배추를 파는 노인, 찰스 노박은 이전에 우비쉬카 시에 살았던, 주인공보다 1살

어린 청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방사능의 영향으로 자신의 할아버지만큼 늙어 보였다.


.. 항변하는 듯한 노인의 시선을 마주 보며 견딜 수가 없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이 무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내 손으로 직접 그를 쫓아내야 했다.

그게 시장의 주된 임무였다. 시장은 그것 때문에 존재했다.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삼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역 시장에게 음식을 나눠 주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시장은 질서를 유지하고, 법령에 따라서 목숨을 걸고 지저분한 일을 해야 했다. ..  _361쪽


양배추를 팔아 도끼를 사지 않으면 겨울을 날 수 없다는 노인. 주인공은 대장장이

므라젝에게서 도끼를 얻어 노인의 바구니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떠나는 노인의

뒷모습을 오랜 시간 지켜본다. 그가 시선을 거두면 등 뒤에 칼을 든 서른 명의 사람이

노인의 목숨을 거둘 것을 알기에..

황폐화된 미래라는 분위기를 느끼며 읽었다. 주인공 시장은 작품들 중에 가장 매력을

느끼고 공감한 주인공이었다. 반전의 임팩트는 없지만, 잔잔한 이야기가 양배추를

파는 노인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쳐 가라앉을 때 느껴지는 가슴의 답답함이 좋았다.



9. 집행유예

뉴파키스탄의 거미단에 소속된 16세 소년 '존 이븐 카토'의 성장.. 아니 생존기.

소년의 원래 이름은 아크바르 이븐 카토, 비틀즈 존 레논의 노랫말을 좋아하기에

자칭인 존 이븐 카토라 불리길 바란다.

급진적인 이슬람 주의와 석유 문제가 만연한, 다만 오늘날은 아닌 어느 미래에

카토는 부모님을 잃고 고아원에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신체가 쉽게 잘리고, 신을 인간의 억압 수단으로 쓰는 곳에서

존 레논의 노랫말을 좋아하는 그가 고아원 생활에 만족했을리 없다.

고아원에서 도망쳐 나와 약탈을 업으로 하는 거미단에서 활동한 카토는

어느날 경찰에 잡혀 6개월간 팔을 잘라두는 집행유예를 받는다.


나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피고인 아크바르 이븐 카토에게 6개월 간 왼팔 척골의

임시 절단형을 선고한다. 팔은 법원 병원의 외래 환자 부서에서 수술로 절단될 것이며,

집행유예 기간 동안 뉴카라치 국립보건원의 생체은행에 보관한다. 피고인이 바르게

행동하고 국내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팔은 같은 병원에서 이식될 것이다. .. "   _388쪽


팔을 잘라버리는게 집행'유예'다. 팔이 잘려 수술실에서 나온 카토는 방금 귀가 잘린

백인 남자를 만난다. 팔이 잘린 카토가 기분좋게 그의 말동무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남자가 말을 이었다.

"난 처음에 4개월 형을 받았지. 너처럼 왼팔 팔꿈치 아래였어. 잔고가 없는 신용카드를

썼다는 혐의였어. 놈들은 너무 정확해. .. "   _394쪽.


당장 6개월을 살아내기 위해 믿었던 거미단 동료를 찾지만 그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국가, 조직, 그 어느 곳에서도 안정을 찾을 수 없는 카토, 그는 '하얀 수련'이라는

식당에서 병원에서 만났던 귀 잘린 남자와 우연히 다시 마주친다.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가 내 귀에 대고 뭔가를 읊었다.

"신 이외의 보호자를 선택하는 자들은 스스로 집을 짓는 거미와 같나니,

진실로 거미의 집이야말로 모든 집들 중에 가장 덧없는 것이니라"   _417쪽


그리고 그 남자, 로베르트 카이고가 경험한 파란만장한 세계가 서술되며

그는 카토의 떠돌이 삶을 자신의 곁에서 머물게 해준다. 티격태격하며 우정을

키우는 둘의 앞날은..

운명이 가늘은 두 사람이 서로의 줄을 엮어 버티며 살아가는 모습은 아련한 감동을 


주었다.

오늘날 사람들도 종속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묶고 있다. 타인의 세계를 구속하는

거미줄이 아닌, 나와 남을 지탱할 수 있는 튼튼한 밧줄만 가지고 싶다.



10. 소행성대에서

단편집의 처음과 끝 작품이 선명한 주제의 대중적인 전개가 보이는데,

편집자 분이 의도한 것일까. 오묘하고 풍부한 맛의 패티와 소스가

2~9번 째 작품이라면, 처음과 끝 작품이 담백한 햄버거빵처럼 감싸고 있다.





주인공 맥스는 난파선 같은 자신의 우주선으로 화성 궤도와 목성 궤도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광부 일을 하고 있다. 전직 군인이었던 그는 몸의 95%가 기계장치인

사이보그이다. 주위에는 45, 즉 45%라고 속이고 있는데 70이면 인간의 권리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그가 휴식 때 찾는 술집의 여주인 모니카는 그의 비밀을

알면서도 숨겨준다. 그의 꿈은 테라포밍이 거의 이루어진 화성 개척지에 지원하는

것이다.


모니카가 놀라서 나를 쳐다보았다. 개척지에 지원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완벽한

건강 상태와 2세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모니카의 동공이 잠깐 동안 작아졌다.

내 말 뜻을 이해한 것이다. 나는 너무 위험한 사실을 발설했다는 걸 깨달았다.   _461쪽


모니카가 놀란 이유는 맥스가 불법인 사이보그 재활 병원에 막대한 돈을 들여

인간으로의 복원을 시도하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다. 맥스는 그의 낡은 우주선에

오른 지 120일 만에 부서진 행성핵의 조각이라 할만큼 자원이 풍부한 소행성을 찾는다.

하지만 그 대발견을 기뻐한 것은 그를 미행해 따라온 해적무리도 마찬가지였다.

일방적인 공세에 눈앞에서 자신의 꿈을 놓치기 직전인 그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찾아온다.


내게 있어서 아직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그 이유도 알고 있었다. 인간이라면

뇌의 말단부를 이만큼이나 유린당하고 신체적으로 광범위한 손상을 입었을 경우

정신적으로 견딜 수가 없었다.   _477쪽


거의 기계장치나 다름 없는 아이언맨, 맥스는 우주공간을 이동하며 역공을 펼친다.

한동안 맥스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화성행을 결심하는 모니카, 그런 그에게

처음 보는 손님이 맥스가 좋아했던 딸기 밀크셰이크를 주문한다.

미국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를 보면 우주공간에서의 자원 채취가 중요하게 나온다.

맥스는 철과 니켈, 크롬이 풍부한 소행성을 만나 인생역전에 성공하는데, 갤럭티카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뜻밖에 물이었다. 갤럭티카는 상수와 하수가 효율적으로 순환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졌음에도 물의 확보와 전투로 인한 누수는 중대한 문제였다.

스케일과 재료는 다르지만 아득한 우주공간에서 희망을 찾아 모험한다는 점에서

두 작품의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다.



이런 기획물이 또 나온다면 기대하며 책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해외 미디어 무대에서만 접하는 장르, SF지만 누군가 그 맛을 알고 계속

요리하고 있다는 것에 앞으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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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의 집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7
윌리엄 호프 호지슨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잠이 오지 않을 때 해가 진 밤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상상을 한다.

희미한 달빛아래 적란운 마저 보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낮에는 정말 그러고싶지 않은 상황을, 밤에 잠들기 전에는 바라게 된다.

그 외로움과 차가움, 암울함이 하루동안 달궈진 마음의 열을 가라앉힌다.


나는 열린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차를 찬물에 넣고 서서히 열을 가해 우아한 빛깔과 달콤한 향을 얻었는데,

결국 컵에는 담기지 못한, 그런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 빛깔과 향기는 결국 무슨 맛이었을까. 계속 그런걸 생각하는 것은 괴롭다.

그래서 열린 결말을 작가의 마무리 능력 부족이라고 여긴다.


이 책도 아마 거미줄처럼 얽힌 전개로 독자를 손바닥 위에서 주무르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솔직히 긴가민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망망대해에 홀로 놓여지는 것을 용인할 수 있고,

오히려 그런 아득함을 원하는 분들에게, '이계의 집'을 소개하고 싶다.





'아일랜드의 서쪽 오지에 크라이튼이라는 작은 마을. 땅 전체가 황폐한데다 주민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는다. 유명한 암석 지대인 이곳에서는 여기저기서 지면을 뚫고 나온 바위들이

파도 같은 능선과 협곡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협곡 너머에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기괴한 

'집'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그리고 머지 않은 곳에서 발견되는 나락. 나락 속에서 발견되는 기괴한 신의 모습을 한 조상들,
자신이 살고 있는 집과 똑같은 모양을 한 '집'의 존재, 끊임없이 자신의 '집'으로 침입하려는 

돼지 인간들과의 두뇌싸움, 한순간에 지나버리는 영원 같은 시간들, 태양계의 종말, 다시 생겨난

우주의 녹색 구체, '잠의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 고뇌에 찬 인간의 얼굴을 

하고 흘러가는 구체들......이 수기에 씌어진 세계는 과연 어디이며, 어디로 간 것일까.'  


                                                                                                _출판사 책소개



책은 군 복무 중에 읽었는데, 군생활 중 나의 작은 즐거움은 꿈일기를 적는 것이었다.

'사람이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이라는 책에서 비타민 B를 먹으면

꿈을 기억하기 쉽다는 글귀를 보고 따라해보았다. 비타민 B를 먹고 잠든 첫날,

나는 자면서 꾼 3개의 꿈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심리적인 의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 추측에 비타민 B는 신체의 물질 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데,

그 에너지 넘치는 상태가 깨어있을 때의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선명해진 꿈에 이름을 지어두면 4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꿈이

이미지와 함께 떠오른다. 이 책의 장르인 '우주적 공포(Cosmic Horror)'는

수면상태가 아님에도 마치 꿈에서나 볼듯한 그런 경험을 느끼게 해준다.

아래는 책에서 그런 느낌이 드러나는 부분을 적었으나, 책 자체가 전체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담고 있다.



'나는 우리 태양계와 외부 태양계를 가르는 심연 사이로 돌입했다.

암흑의 허공을 질주하면서 나는 점점 더 커지며 밟게 빛나는

우리의 태양을 바라보았다. 등 뒤를 흘끗 보자 광활한 밤의 어둠을

배경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별들이 보였다.'   _138쪽


'연년年年이 눈 깜짝할 새에 과거로 흘러가며, 낮과 밤의 길이가 몇 분으로

늘었다. 태양은 더 이상 불타오르는 꼬리를 끌지 않았고, 이제는 적동색 빛을 

엄청나게 큰 광구가 되어 뜨고, 졌다.'   _166쪽



그런데 이 우주적 공포라는 장르가, 컴컴한 심연에 가라앉는 느낌을 바라던

내 희망을 완전히 채워주었다. 앞서 책을 추천하기 전에 망설였던 점은, 

나에게는 사막에 오아시스 같이 취향 저격한 작품이, 웅장한 스페이스 오페라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입맛과는 또다름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라는 심연에 대해 가지는 원초적인 공포, 무지에서 오는 무기력감,

그리고 그 공포를 눈으로 만끽할 수 있다는 기쁨. 이 책의 지은이인

윌리엄 호프 호지슨(William Hope Hodgson)은 그런 '우주적 공포'라는 장르의

초석을 쌓은 작가이다. 웹에서 '우주적 공포'를 검색하면 오징어 같이 생기신

괴물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우주적 공포는


'살아서, 시각을 간직한 채로 해왕성에 끌려 들어가면 어떤 풍경을 볼 수 있을까?'

'달의 뒷면에서 혼자 서성일 때 느끼는 고독함은 어떤 느낌일까?'


하는 심리적인 암울함이다. 개인적으로 웅장하게 거대한 괴물 보다는

자연 그 자체의 깊이에서 오는 두려움으로써 자극받는 게 좋았다.





우주적 공포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영화는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인데,

영화에서 보여주는 잔인한 면이나 영웅적인 주인공의 희생보다는,

'지옥'이라는 차원에 도약해버린 뒤, 그 공포를 가득 뭍혀서 돌아온 우주선 내부의 모습과

도대체 우주적인 지옥은 어떤 모습일까, 계속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텍스트 그 자체가 불러 일으키는 머릿속의 이미지가 결정체이기에

우주적 공포가 소설과 잘 어울리는 장르라는 느낌도 받았다.


아득한 우주 속에 티끌같은 공간을 차지할 수 밖에 없는 인간,

시간이 주는 절망감 속에서 겪게되는 공포가, '이계의 집' 안에서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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