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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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왜 인생은 바닥을 치고 나서야 행복을 깨닫는 걸까?!"

노르웨이 최고 문학상인 브라게상 수상한 니니리케의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읽으면서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구에게나 펼쳐질 수 있는 내 안의 여러 나의 모습일 수도.



주인공은 두 얼굴의 의사 엘렌이다. 동네의 병원에서 모든 과의 진료를 다 보고 있다. 그 모습에서도 그녀의 양면성을 볼 수 있으며 진료실 한 쪽에 있는 실물 크기의 해골 모형 토레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 보인다. 『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 그녀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괴랄할 두 얼굴의 의사와 나사 풀린 이웃들의 환장 콜라보!

 

"세상에 제정신 아닌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너는 감정을 데리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해. 그런 엉뚱한 일들을 하지 않으려면 말이야. 사람들이 자기 슬픔을 품고 살아가는 것처럼 한 걸음씩 천천히.(p.31)

 

토레가 그녀에게 하는 말 중 하나다. 토레는 또 하나의 엘렌의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녀는 SNS 서 재회한 옛 애인과의 일로 진료실에 혼자 지내는 중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하며 절대 가득 채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이 가진 욕망일까. 권태에 빠졌던 그녀가 주최할 수없이 빠졌던 그것.



모든 종족 뒤에는 동일한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었다. 또한 정확히 알고 있었다. 우리 가운데 어쩌면 특히 의료인들이 똑같은 핑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이다. 우리 모두는 전원을 끈 채 보상받고 싶은 충동을 누구 하나 다를 바 없이 품고 있다고.(p.58)

 

현대 발전의 화신인 척하지만 실제 휴대폰은 악마의 작품이다. 사탄이 둥지를 틀고 앉아 빨간 점과 초록 점으로 우리가 환영받는 존재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이 물건은 우리를 죄의 길로 이끈다. 망가지도록 불행에 빠지도록. 단지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 (p.66)

 

과연 인간은 무엇을 보상받고 싶어 하는 걸까? 무엇일 부족해서 끊임없이 오감에 자극을 줄 것들을 찾고 또 찾고 만들고 또 만드는 것일까. 끊임없이 이런 생각을 하게 하며, 한 편으로는 옛 애인과의 불륜에서는 생각과 행동의 일치점을 찾기 힘들어서 사실 개인적으로 읽어내긴 어려웠다. 아닌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했던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인간을 일말의 허영을 조심해야 한다고. 특히 도와주려는 욕구 안에 숨어 있는 허영을. 인간은 허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무언가 잘해보려는 사람이 내려놓아야 할 첫 번째가 허영이다.(p.111)

 

엘렌이 옛 애인과 재회한 후 대화를 하며 느낀 건 '오로지 나만이 그를 도울 수 있어'라는 생각. 하지만 그녀는 감행했고 잠깐의 활력을 찾기도 한다. 니나 리케 작가는 언어의 관찰자라는 말과 어울리는 표현들을 『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 안에 담아냈다. 한 인간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적나라하게 담아내면서 우리에게 그 어떤 쾌감을 주는 장면도 볼 수 있다. 환자로 병원에 들이닥친 이웃들, 그리고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인 상황들. 거기에 우리의 내면은 무수한 고민에 빠진다.


사실 어떤 것이 맞다고 말할 수 없는 인물들의 상황들. 엘렌을 어린 시절 혼자 방치한 채 일이 우선이었던 엄마, 하지만 그 엄마는 아예 버림을 받은 상처가 있다. 그녀의 배우자 악셀은 그녀를 외롭게 하는 거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옛 애인과의 비밀 행각의 정당화는 될 수 없지 않을까.

그녀는 두 가지 모두 나의 모습임을 깨닫게 된다. 진짜 행복을 찾기 위한 값을 치른 여정이라고나 할까.

 

『 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을 읽으며 그녀에게 외로움이 그것인지도 모른 채 내면의 갈등에 괴로워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족이란 의미도 모른 채 살아온 삶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컸다. 괴짜 같은 이웃들을 진료하며 토레와 계속 대화를 하며 나타낸 심리 표현과 대화 방식이 독특했으며

인간이 가진 내적 고민을 약간은 웃기기도 하며 날카로운 언어들로 표현한 소설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어본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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