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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
이다빈 지음 / 아트로드 / 2020년 1월
평점 :


편히 읽을 수 있는#에세이 #이다빈산문집 이 나왔다. #잃어버린것들
<작가, 여행>으로 이미 만난 적 있는 저자의 조용한 감성과 목소리가 이번에는 '잃어버린 나'와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이라는 이야기로 마음을 건드린다. 표지의 그림이 작가의 감성과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나타낸 듯한 느낌이다.
'당신은 무엇을 잃어버렸나요? 길 위의 남겨진 상실의 흔적을 찍다.'
저자 이다빈은 자신이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사랑을 했고 아이를 낳고 이별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다른 곳으로 흘러가기 위해 기억과도 이별을 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말한다. 그녀는 12년 전에 백혈병으로 딸을 잃었다. 그녀는 가슴에 구멍이 나고, 상실 속에서 견딜 수 없는 슬픔과 공허가 찾아왔다. 삶에서 하나의 문이 닫히면 언제나 다른 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처음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나머지 가족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시간으로부터 분리되어 표류했고 어느 날 시가 찾아왔고 그녀는 아이를 낳듯 시를 낳았다.

어릴적부터 그녀의 성장 속에서의 삶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안에서 그녀가 타협하지 않았던 것들, 현실이 버거워서 세상에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그녀는 도전할 마음도 먹으며 삶을 살았다.
중 2 무렵이면 아이들은 새장 밖으로 날아가고 싶어 하지만 부모는 물질적 풍요를 제공하며 그 자리에 있으라고 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계속 돌봐줄 거라고 믿지만 고3이 되면 갑자기 새장에서 나와 날아보라고 한다. 스무 살이 되면 저절로 날아오를 줄 알았던 아이들은 날개를 퍼덕여 보지만 날 수가 없자 우울에 빠진다. (p.79)
부모가 되어서 아이를 키워서인지 마음에 와 닿는다. 요즘 청소년들이 많이 겪는 문제라고 한다.
에세이<잃어버린 것들>에는 사진이 나온다. 그녀는 언젠가부터 길 위에 잃어버리고 간 물건의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사진 속 물건이 삶에서 상징하는 것과 연결시켜 사랑, 자유, 청춘, 희망, 가족 등 그동안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린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진 아이들은 누구에세 물어도 만족스러운 답을 찾을 수 없고 자신들의 친구들과 비교하며 열등감에 시달려 자신을 사랑하는 법도 잊는다고 한다. 자신의 내면을 들키면 모두가 떠날 거라는 불안감에 상처를 숨기기 바쁘다. 현재 우리들이 겪는 모습이다. 우리 삶에서 무엇을 잃어버린지 모른 채 살아가는 모습이 마치 이렇지 않은가.

삶은 어둠과 빛의 순환이다. 인생에 빛만 가득할 수는 없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보인다. (p.87)
저자는 배본사에 보관된 책이 모두 불타버린 일도 있었다. 그녀는 이 사건이 어떤 메세지를 주고 있는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한 번 정보가 들어오면 그것을 버릴 수 없는 뇌구조를 갖고 있다. 뇌는 용량 제한이 없어서 굳이 버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비워낼 때가 있다. 다른 것을 얻고자 할 때다.(p.91)
그녀는 길 위에 잃어버린 물건을 찍은 사진들을 보며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상실에 관해, 가두어두었던 마음을 묶에서 글로 표현해 낸 듯한다. 잃어버린 나를 이야기하고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하며 살아온 그녀가 이제는 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한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세상에 와서 숙제는 하고 있는지에 대해 늘 생각한다. 사람에게 상처 받았지만 인간의 애처로운 모습에 또다시 이끌려 실수를 연발해가며 살았다. 하지만 정신병자에게도 배울 것이 있고 거지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바닷가의 자갈은 파도에 휩쓸리며 멍이 들지만 나중에는 빛을 낸다. 나는 가장 어두운 곳에서 멍이 들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p.112)

그녀는 이야기가 있는 장소를 선택한 듯 하다. 반고흐 작품의 배경지, 이중섭, 자야 김영한 사당, 만해, 김시습, 단종의 유배지,김삿갓 주거지, 허난설현 생가, 제주 북촌 등....70여 년 전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국민에게 폭력을 휘두른 북촌이야기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일본의 교토 귀무덤, 눈물 젖은 두만강 이야기,인도, 무탄드 여행들을 하며 저자는 자신이 무엇을 지키며 살아야 할지 두만강을 보면서 느낀 벅차오름. 특별한 장소에서 갖는 느낌과 생각으로 그녀는 '나를 찾는 여행'을 잘 하고 온듯하다.
사람관계로 힘들 때마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내가 만들 수 없다. 역의 리듬을 타고 서핑하듯 살 뿐이다.(p.183)
에세이 <잃어버린 것들>로 이다빈의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의 가슴 묵직한 이야기, 멈추면 내 곁에 영원히 있을거라 생각해서 묶고 놓지 않았던 이야기를 묶어 세상에 내보냈다. 그녀의 이야기로 누구라도 삶에서 잃어버린 그 어떤 것들에 대한 기억 속에서 나를 찾는 여행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내가 잃어버리고 살아온 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