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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여행 - 세기의 작가들에게 길을 묻다
이다빈 지음 / 아트로드 / 2019년 2월
평점 :

작가들의 삶은 처절했다. 가난은 기본이고 세상으로부터 외면 받는 고통스런 삶이었지만 그들은 도망치지 않고 치열하게 맞서면서 세상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고통은 인간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던지게 해쏘, 이에 대한 답을 탖는 과정에서 세계인들을 감동시킨 위대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p.4)
공통점: 늘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았다.
사회 속으로 들어가 관계를 깊이 맺어야만 세상을 이해하는 힘이 커지고 자기를 바라보는 힘도 강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에세이라고 해야할까요? 이다빈 저자의 <작가, 여행>은 전세계 작가들이 직접 살고 지냈던 곳으로 가서 그들을 다시 만나고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구성입니다.
동양,서양 구분없이 유명한 19명의 작가들을 그들이 살아온 곳에서 직접 만나는 과정을 통해 그들도 우리와 같다는 인간이었음을 다시 느껴보고 왜 그들의 작품이 전세계적인 작품들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듯해 보였습니다.
이제 한 번 만나러 가보실까요?
사마천, 이백, 두보, 백거이, 박지원, 루쉰, 윤동주, 푸시킨, 도스토옙스키, 고리키, 셰익스피어, 제임스 조이스, 오스카 와일드, 예이츠, 빅토르 위고, 스탕달, 니체, 안데르센, 세르반테스..
그들이 태어난 지역과 생가들을 돌아다니며 자취를 느껴보고, 생각해보고, 이야기해주는 <작가,여행>은 다양한 작가들의 삶을 조금씩 느껴 볼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쉽고 딱딱하지 않게 이야기를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제가 좋아하는 작가들 위주로 조금씩 할 생각이라 주관적임을 이야기 드려보려 합니다.

책의 시작은 '역사의 붓으로 세상을 밝힌다'라는 뜻의 '사필소세(史筆昭世)'를 떠올릴 수 있는 사마천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사마천의 사당에서 시작하는 그의 이야기는 위대한 역사서 <사기>로 시작하는데요, <사기>가 위대한 역사서로 평가받는 이유는 사마천이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인간의 존재를 통찰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그 넓은 땅을 발로 뛰며 살아있는 역사를 기록하였고 <사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수치심을 받는 궁형을 받으면서까지 지켜낸 목숨보다 중요한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조선의 박지원,저자는 <열하일기>의 흔적을 찾기 위해 피서산장과 열하천을 찾아 갑니다.새로운 세상과 만나기를 원한 박지원은 조선 사대부들이 멸시하는 청나라 문화에도 선입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고, 배우고 느낀 것을 꼼꼼히 기록했다고 합니다.그리고 그의 글은 생동감이 넘치고, 그 어떤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었던 것은 10대부터 앓았던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잣거리에 나가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글을 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박지원에게 글쓰기는 새로운 생각을 전파하는 훌륭한 도구였다고...
여행 내내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던 박지원은 조선에 돌아와서 방대한 분량의<열하일기>를 완성하였지만 정조는 양반가에서 쓰는 문체와 달리 자유분방하고 패관소품체를 금지하는 문체반정을 내려 박지원에게 순수하고 바른 글 한 편을 지어서 죄값을 치르라고 할 정도였다고..결국 <열하일기>는 금서가 되었고 연암 사후 100년이 넘어서야 초록 형태로 발간되었다고 합니다.정치, 사회,경제, 문화를 총 망라한 <열하일기>를 그 때 거부하지 않았다면 세상이 조금은 더 나아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의 근원을 묻는 <죄와 벌>,저자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만나기 위해 러시아 상트페테부르크의 센나야 광장의 좁은 셋방에 살던 도스토엡스키와 시선을 같이 해봅니다.창 밖의 사람들을 관찰해가며 소설 속 등장인물을 만들어 내었던 그를 생각하는 모습에 정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토스토엡스키 박물관에는 그의 저서 초판본, 가족사진, 그가 쓰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박물관이 생기고 전시가 되어있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유명하고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 훌륭했는가를 보여주는거 같은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항상 힘들었고, 반란음모로 체포되어 하게된 시베리아 유형 생활,
잠시 빠졌던 도박 등..그의 삶이라고 순탄했던건 아니였습니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우리가 젊을 때에만 만날 수 있는 그런 밤이었다. 친해하는 독자여! 그토록 별빛이 영롱하고 찬란한 밤하늘을 쳐다보면 저도 모르게 이렇게 자문하기 않을 수 없다. 이런 하늘 아래 정녕 각양각색의 변덕쟁이와 심술꾸러기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도스토엡스키의 작품은 백야의 주체할 수 없는 빛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 그 빛은 그에게 끔찍한 단정감을 심어주었지만 극단의 유형지 시베리아의 꺼진 빛 속을 지나 그의 영혼은 백야 속에서 다시 해방되었다. 그걸 아는 듯 태양은 좀처럼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었다.(p.125)

이번엔 밑바닥에서 일어선 고리키를 만나러 러시아 모스크바로 가봅니다. 고리키는 핍박받고 가난에 시달리는 민중을 위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을 남겼다고 하는데요 그건 그가 살던 시대에는 도둑, 사기꾼, 알코올 중독자 등 사회 밑바닥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들로 넘쳐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한 민중들의 고통을 작품에 고스란히 담아둔 고리키.
그는 5년 간 러시아 전역을 떠돌아다니면서 고통스럽세 살아가는 러시아 민중들의 모습을 마주하고 그 모습이 생생히 담긴 이야기를 써나가기 시작합니다. 그가 쓴 <밑바닥에서>라는 희곡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작품이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고 고리키는 혁명을 호소하는 일도 했으며 정부의 눈 밖에 난 예술가들을 위해 정부가 내어준 집을 쉼터로 이용하게 했다고 합니다.
더 나은 삶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고리키는 이야기합니다.
"인간은 희망으로 들뜬 불안한 삶을 원치 않습니다. 밤하늘의 별 아래 느릿느릿 흘러가는 조용한 삶이면 족합니다. 잠시 살다 갈 뿐인 사람들에게 실현 불가능한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들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공산주의가 뭘 해줄 수 있겠습니까."

인생은 연극이다, 셰익스피어. 그를 만나러 영국 어폰 에이븐으로 떠나서 그의 어린시절과 만나봅니다. 위의 글은 유명한 <햄릿>의 일부인데 아들 햄릿이 11세의 나이에 죽고 고향에 돌아온 4년 뒤 아버지마저 잃었다고 합니다.그 후에 완성된 작품, 아들의 이름과도 비슷한 희곡 <햄릿>은 아버지와 아들의 입장에서 방황하는 셰익스피어의 인간적 갈등이 그대로 들어간 것 아닐까 합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만나며 그의 언어에 대해 궁굼했는데 답변을 찾았습니다. 런던에서 그의 전성기가 시작되었는데요, 그것은 교양과 라틴어가 부족하다는 그를 배척하는 분위기 속에서 셰익스피어는 24년 동안 38편의 작품에 2만 개 이상의 단어를 구사했고, 그 중 2천 개는 그가 새로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오늘날 영어의 풍부한 표현력은 셰익스피어 덕분이라고..그래서 셰익스피어는 시대를 뛰어넘는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글을 보기 전까지는 셰익스피어가 라틴어에 뛰어나기 때문에 작품 속에 그런 것들을 담아낼 수 있었겠지..하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다 그의 엄청난 노력이었다니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습니다.

"파리에는 땅 밑에 또 하나의 파리, 즉 하수도의 파리가 있다. 거기에는 거리가 있고, 건널목도, 광장도 막다른 골목도 있다.<레 미제라블> 중"
빅토르 위고는 역사는 하수를 통과하며, 도시의 양심은 하수도에 있다고 믿었다고 합니다.이처럼 빈틈없고 체계적인 파리의 지하세계는 빅토르 위고에게 훌륭한 작품 배경이 되어 주었다. 30년간의 구상 끝에 반평생 걸쳐 완성한 소성<레 미제라블>에는 왕도 없고 국경도 없는 진정한 휴머니티 사회를 이루고자 한 그의 바람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세르반테스와의 모험을 위해 스페인으로 떠나보는 시간입니다.세르반테스 생가 앞에 가면 산초와 돈키호테 동상을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전 세계인의 소설 <돈키호테>의 힘이 느껴지는 거 같았습니다.스페인의 국민문학인 <돈키호테>는 최초의 으로 근대소설로 성서 다음으로 세계인이 많이 읽은 책이라고 합니다.작품의 유명함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성서 다음이라니...감탄만 나올 뿐이었습니다.
스페인의 세르반테스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작가가 있죠?바로 영국의 셰익스피어.
<돈키호테>와 <햄릿>은 17세기 같은 해에 출간외었는데 이 두 작품을 두고 러시아 소설가 이반 투르게네프는 인간을 '햄릿형''돈키호테형'으로 나누었습니다.
1616년 4월 23일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의 사망일이 같다고 알려져 있지만 엄연히 따지면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스페인은 그레고리력,영국은 율리우스력을 쎴기 때문에 실제로는 10일정도 차이가 나고 각각의 달력에서 날짜만 같을 뿐이라고 하네요. 이 두 작가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둘의 사망까지도 동일시하고 싶었나 봅니다.
"자연의 모든 것이 자신과 닮은 것을 생산한다는 법칙을 거스를 수 없었다."
돈키호테는 결국 세르반테스 자신의 모습이자 16세기 전성기에서 물러난 상처받은 에스파냐 인의 전형이기도 하다. 돈키호테가 현재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꿈과 이상을 향해 모험을 하면서 끊임없이 좌절하고 실해하는 우리의 모습과 같기 때문이 아닐까.(p.252)

<작가,여행>의 저자 이다빈은 한명,한명씩 작가의 자취가 닿은 곳을 가서 느껴보고 작가마다 자신의 글을 적는 것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이 글은 도덕을 비웃었다는 오스카 와일드, 그는 아내의 임신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동성연애로 접어들었다고 할 만큼 아름다움을 찬미했고,영원한 아름다움의 욕망 앞에 무릎을 꿇게 된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며 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한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에 관해 책을 보았습니다. 그 두 명의 작가에 대해 관심이 높아 궁금해서 책을 <작가,여행>을 펴게 되었는데 19명의 작가의 삶에 대해 일생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앞으로 접할 문학 작품에 대해 배경지식이 되어줄, 조금은 친숙하게 작품들을 만날 수 있게끔 도와 줄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