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 - 한 권으로 1만 년 역사를 완전 정복하는
로빈의 역사 기록 지음, 강응천 감수 / 흐름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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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다시 쓰는 세계사>, 로빈의 역사 기록, 흐름출판



중학생 시절 배웠던 세계사는 꽤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에게 문명부터 시작되어 십자군 전쟁, 종교개혁 등등 유럽 중심의 역사를 배울 때 꽤나 흥미진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오로지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했던 세계사였기에 당시에 배웠던 것들이 정말 내가 역사의 흐름과 인과관계를 아는 상태에서 배운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래서 항상 세계사 공부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그후 고등학생, 대학생, 성인이 되면서 나름 많은 영상 자료, 책, 강의 등을 통해서 파편적인 세계사를 공부할 기회들은 있었다. 서구 유럽 중심의 역사 말고도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도 지역, 심지어 남미의 역사까지도 쫌쫌따리로 배우곤 했다. 하지만 늘 갈증이 있었다. 좀 더 속 시원히 누군가가 잘 정리해주면 좋겠다고 말이다. 좀 더 알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된 책이 있었음 좋겠다고 말이다. 


서론이 길었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다. 정말 쉽고 재밌고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에서부터 표방하는 '다시 쓰기'는 새로운 사실을 덧붙이겠다는 의미라기보다 흩어진 사건들을 다시 이어 보자는 제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이 책의 정말 커다란 미덕이라 생각한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교적 빠른 호흡으로 진행된다. 유럽, 중국, 서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 등 지역별 흐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덕분에 세계사가 시간 순으로만 펼쳐지는 연대기가 아니라 여러 개의 이야기 줄기가 동시에 이어지는 큰 서사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이 책은 주요 지역의 역사를 각각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 묶어 전체 흐름을 이해하도록 돕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정말 영리하게 구성된 책이란 생각을 했다. 


읽으면서 가장 편하게 다가온 부분은 설명 방식이었다. 중요한 사건을 세세하게 파고들기보다는, 그 사건이 왜 일어났고 이후 어떤 변화를 낳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는 게 참 좋았다. 예를 들어 봉건 질서의 약화나 산업혁명의 확산 같은 장면들이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그 다음에 무엇이 달라졌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이어진다. 이런 방식 덕분에 세계사가 외워야 할 정보라기보다 이해해야 할 흐름으로 느껴졌다. 


분명 세계사를 한 권에 담으려는 시도는 분명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가지기도 하지만, 세계사의 전체 구조를 빠르게 잡기에는 이 책보다 좋은 책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은 세계사의 큰 지도를 먼저 보여 주는 안내서라고 생각하기에 이 책을 통해 좀더 관심을 갖게 된 역사의 디테일은 따로 공부하면 될 것 같다.


책을 덮고 나니 묘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세계사는 늘 방대하고 복잡한 과목처럼 느껴졌는데, 사실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긴 이야기였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약간 넓어진 듯한 기분이 남는 정말 유용한 책이었다. 


@nextwave_pub 

* 이 책은 흐름출판에서 제공받았으며, 이 글은 책을 탐독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로빈의다시쓰는세계사 #흐름출판 #로빈의역사기록 #로빈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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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너머 - 불확실한 세계를 돌파하는 과학의 태도
카밀라 팡 지음, 조은영 옮김 / 푸른숲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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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너머>, 카밀라 팡, 푸른 숲


이 책의 저자인 카밀라 팡이라는 과학자는 참 재미나고 독특한 사람이다. 저자의 독특함은 그가 단지 과학자라는 사실에서 기인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녀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조금 다르다. 감정이나 분위기, 관계의 암묵적 규칙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 대신, 세계를 하나의 실험처럼 바라본다. 실패는 사건이 아니라 데이터가 되고, 불확실성은 위기가 아니라 분석 대상이 된다. 이 책은 그런 시선으로 살아온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삶의 궤도를 조정해 왔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책을 읽다 보니, 저자가 과학을 설명하려 한다기보다 오히려 과학을 통해 자신을 설명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세상과 어긋난 감각을 경험해 온 그는 관찰하고 가설을 세우고 수정하는 과정을 삶의 기본적인 태도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과학적 사고는 직업적 기술이 아니라 그의 생존의 방식처럼 느껴진다. 흔히 과학 교양서에서 기대하는 명확한 지식 전달보다, 세계와 관계 맺는 독특한 감각이 더 강하게 전해지는 건 아마도 저자가 서술하는 방식과 내용 기저에 깔린 그녀의 경험과 감각, 진솔한 느낌 때문인지도 모른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저자가 불확실성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일종의 탐구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관계의 혼란이나 삶의 방향에 대한 막막함조차도 하나의 ‘연구 과정’처럼 바라본다. 관찰하고, 편향을 인정하고, 조금씩 궤도를 수정해 나가는 방식인 것이다. 이 과정은 거창한 자기계발의 언어가 아니라 현실적이면서도 진실한 메시지가 진하게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 드러난 문체 역시 저자의 정신, 태도와 닮아있다. 책은 과학 개념을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일상의 경험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데 그 미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독자는 과학을 ‘배운다’기보다 어느 순간 과학적 사고를 ‘함께 연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게 아닐까 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의 개인적인 취약함이나 불안이 숨김없이 드러나는데, 그것이 오히려 독자에게 전해주는 감동과 신뢰가 있다는 점이 참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완벽하게 정리된 해답 대신 계속해서 수정되는 삶의 과정이 그대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읽는 도중, 그리고 다 읽고 난 후, 뭔가 명확한 교훈을 얻는 책은 아니었다. 대신 세상을 바라보는 각도가 아주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이 전하는 가장 큰 위로는, 완벽한 방향이 아니라 계속해서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일지도 모른다.



* 이 책은 푸른숲(@prunsoop)에서 제공받았으며, 이 글은 책을 탐독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궤도너머 #카밀라팡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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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 행복했더라
김희숙 지음 / 클래식북스(클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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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 행복했더라>, 김희숙, 클북

🌸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언제 행복했더라?”
제목처럼, 이 책은 위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한 에세이이다. 책은 거창한 철학이나 특별한 사건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사소한 장면들을 꺼내 놓는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느끼는 복잡한 감정, 부부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과 다시 이어지는 순간들 같은 것들이다. 지나고 나면 평범해 보이지만, 막상 떠올려 보면 그 안에 감정이 꽤 많이 남아 있는 기억들이다.

🌛
읽다 보면 이 책이 어떤 교훈을 주려고 애쓰는 글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오히려 한 사람이 자신의 시간을 천천히 되짚어 보는 기록에 가깝다. 작가는 어떤 순간에는 부모로서의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어떤 순간에는 나이 들어가며 마주하게 되는 감정들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그래서 글의 톤이 대체로 조용하고 사적인 편이다.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조심스럽게 넘겨 보는 느낌이 든다.

❤️
이 책의 장점은 화려한 문장이나 극적인 이야기보다 우리의 시간 감각을 건드린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행복을 큰 사건이나 특별한 순간에서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는 장면들은 사실 사소한 것들이 많다. 이 책에서 소개한 장면들은 아이가 잠든 집 안의 고요함, 오래된 가족 이야기, 문득 떠오르는 과거의 한 장면 같은 것들이다. 그 평범한 장면들이 모여 “아, 그때가 행복이었구나”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
행복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지나간 일상을 다시 돌아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책이다. 어쩌면 뻔해보이지만 이만한 진리가 또 있을까? 사소하지만 깊은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 상.도.덕(상처 입은 도서로 덕질하기) 서평클럽(@f83_project) 서평단 활동으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상도덕서평클럽 #나는언제행복했을까 #나는언제행복했더라 #김희숙 #클북

@f83_project @clbook.s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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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 반대한다 - 희생된 진보의 새들은 연합할 수 있고, 우리는 소외를 거부할 수 있다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우중몽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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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고민하고 있는 진보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 나름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책. 어느 순간 피해를 정치화한 진보가 주는 피로감으로 인해 좌절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어떤 답을 줄까요?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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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서서히 죽이는 방법
키에스 레이먼 지음, 이은주 옮김 / 교유서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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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서서히 죽이는 방법』, 키에스 레이먼, 교유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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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미국 사회 현실을 진단하고 고발하는 담론을 제시하는 철학서인 줄 알았다. 나는 책의 정보를 아예 모르고 읽어들어갈 때의 느낌이 좋기 때문에 제목과 연결되는 이야기든, 제목을 배반하는 이야기든 다 좋아한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미국에서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서서히 죽이는 방법』은 단지 한 개인의 삶이나 한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기록한 에세이집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저자인 키에스 레이먼의 글은 방대한 사회 비평이나 추상적 논쟁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죄와 사랑, 구조적 폭력과 인간적 취약성이 서로 짜인 삶의 실타래를 풀어 보여주는 측면이 훨씬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저자는 이 책에서 미시시피라는 작은 세계를 통해 미국 전체의 근본적 문제를 조명한다. 자신의 성장기, 가족과의 관계, 흑인으로서 겪은 차별과 폭력, 음악과 문화에 대한 애착 등을 통해, 미국 사회가 얼마나 오랫동안 구조적 불평등과 정체성의 분열을 양산해 왔는지 드러낸다.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이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레이먼이 자신의 상처와 모순을 숨기지 않는 태도 때문인 듯 하다. 그는 자신의 불완전함, 방황, 오해, 때로는 잘못된 선택까지 정면에 내걸고 서술한다. 여기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원망, 친구와 동료에 대한 기대와 실망,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과 일상의 접점에서 생긴 갈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진솔함이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하는 포인트가 아닌가 한다.


🌈

저자가 이 책에서 핵심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논지는 비교적 명료했다. 그는 미국 사회가 낳은 여러 폭력적 구조, 이를테면 인종차별, 계급 불평등, 성차별, 문화적 배제를 비판하면서도, 그 모든 조건을 단순히 ‘타자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조의 문제 속에 자신을 놓고, 스스로의 역할과 책임을 끊임없이 반성한다. 이 점이 이 책을 평범한 사회 비평서와 구별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다.


그리고 이 책은 암울하기만 한 서사가 아니다. 그 안에는 희망과 사랑, 회복의 가능성이 숨 쉬고 있다. 저자가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대화, 저자의 음악과 문화에 대한 애정, 서로 다른 목소리들을 포용하는 태도는 무척 좋았다. 이런 점이 삶의 모순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처럼 다가와 인간미가 깊이 느껴졌다.


🏈

이 책은 인간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상실과 고통,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애정에 대한 정직한 성찰이 담긴 에세이였다. 그 성찰이 내 안에서도 꽤나 오래 남아있을 것만 같다.



* 이 책은 교유서가(@gyoyu_books)에서 제공받았으며, 이 서평은 책을 읽은 후 서평단 독서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미국에서자신그리고다른사람들을서서히죽이는방법 #키에스레이먼 #교유서가 #독서모임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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