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서서히 죽이는 방법
키에스 레이먼 지음, 이은주 옮김 / 교유서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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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서서히 죽이는 방법』, 키에스 레이먼, 교유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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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미국 사회 현실을 진단하고 고발하는 담론을 제시하는 철학서인 줄 알았다. 나는 책의 정보를 아예 모르고 읽어들어갈 때의 느낌이 좋기 때문에 제목과 연결되는 이야기든, 제목을 배반하는 이야기든 다 좋아한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미국에서 자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서서히 죽이는 방법』은 단지 한 개인의 삶이나 한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기록한 에세이집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저자인 키에스 레이먼의 글은 방대한 사회 비평이나 추상적 논쟁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죄와 사랑, 구조적 폭력과 인간적 취약성이 서로 짜인 삶의 실타래를 풀어 보여주는 측면이 훨씬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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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에서 미시시피라는 작은 세계를 통해 미국 전체의 근본적 문제를 조명한다. 자신의 성장기, 가족과의 관계, 흑인으로서 겪은 차별과 폭력, 음악과 문화에 대한 애착 등을 통해, 미국 사회가 얼마나 오랫동안 구조적 불평등과 정체성의 분열을 양산해 왔는지 드러낸다.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이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레이먼이 자신의 상처와 모순을 숨기지 않는 태도 때문인 듯 하다. 그는 자신의 불완전함, 방황, 오해, 때로는 잘못된 선택까지 정면에 내걸고 서술한다. 여기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원망, 친구와 동료에 대한 기대와 실망,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과 일상의 접점에서 생긴 갈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진솔함이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하는 포인트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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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책에서 핵심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논지는 비교적 명료했다. 그는 미국 사회가 낳은 여러 폭력적 구조, 이를테면 인종차별, 계급 불평등, 성차별, 문화적 배제를 비판하면서도, 그 모든 조건을 단순히 ‘타자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조의 문제 속에 자신을 놓고, 스스로의 역할과 책임을 끊임없이 반성한다. 이 점이 이 책을 평범한 사회 비평서와 구별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다.


그리고 이 책은 암울하기만 한 서사가 아니다. 그 안에는 희망과 사랑, 회복의 가능성이 숨 쉬고 있다. 저자가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대화, 저자의 음악과 문화에 대한 애정, 서로 다른 목소리들을 포용하는 태도는 무척 좋았다. 이런 점이 삶의 모순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처럼 다가와 인간미가 깊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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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상실과 고통,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애정에 대한 정직한 성찰이 담긴 에세이였다. 그 성찰이 내 안에서도 꽤나 오래 남아있을 것만 같다.



* 이 책은 교유서가(@gyoyu_books)에서 제공받았으며, 이 서평은 책을 읽은 후 서평단 독서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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