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압축 조선사 - 500년 역사가 단숨에 읽히는 ㅣ 지식의 본질만을 압축하다, 초압축 시리즈
로빈의 역사 기록 지음, 유정호 옮김 / 믹스커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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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조선사 - '시대의 뿌리' 조선을 한 권으로 압축하다!> 로빈의 역사기록, 믹스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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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는 이상하게 익숙하면서도 어렵다. 영화, 드라마, 책 등의 수많은 컨텐츠에서 보고 또 본 조선시대지만 막상 흐름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왕이나 위인들의 이름과 중요한 사건은 너무 자주 들어서 잘 아는 것 같은데, 막상 “그래서 조선 500년의 흐름이 어떻게 이어지는가?”라고 물으면 말문이 막히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는 시험을 위해 조선 역사를 달달달 외웠고 어른이 된 뒤에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조선을 자주 만났지만, 정작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떤 원리로 움직였고 왜 흔들렸는지를 차분히 정리해본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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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이 책, 《초압축 조선사》는 제목 그대로 조선사를 한 권 안에 잘 압축해놓은 책이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압축은 대충 줄여놓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조선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하면서도 너무 복잡한 디테일에 독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중요한 줄기만 잘 잡아주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조선의 건국부터 세도 정치와 민중의 고통에 이르기까지 1부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고, 2부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같은 주제로 조선을 다시 바라본다. 그래서 조선이라는 사회 전체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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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역사 기록'이라는 구독자 47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답게, 이 책 속 저자가 풀어놓은 문장이 비교적 쉽고 흐름이 빠르다. 그렇다고 또 문장이나 내용이 가볍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위화도 회군이 단순히 이성계가 군사를 돌린 사건이 아니라 고려 말 권력 구조가 완전히 바뀌는 장면이었다는 것, 사림과 훈구의 갈등이 단순한 당파 싸움이 아니라 조선 정치의 방향을 둘러싼 충돌이었다는 것, 붕당 정치가 처음부터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권력 투쟁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을 알기 쉬운 문체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 역사가 이렇게 재밌는 것이었나...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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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조선 후기로 갈수록 더 책의 내용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신분제가 흔들리고, 양반의 수가 늘어나고, 실학이 등장하고, 서민 문화가 발달하는 부분을 읽다 보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조선 후기 사회를 생생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 물론 조선은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고, 성리학적 질서가 강하게 작동한 나라였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사람들은 계속 움직였고, 제도는 흔들렸고, 새로운 생각과 생활 방식이 조금씩 등장했던 것이다. 정선의 진경산수화,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처럼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문화도 그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다시 보이니 조금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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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무조건 암기해야할 과목이 아니라 흐름을 이해해야 재미있어진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초압축 조선사》는 그 말을 잘 실감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조선사를 아주 깊게 파고드는 전문서는 아니었지만, 조선이라는 긴 시간을 한 번 정리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충분히 좋은 입문서가 될 것 같다. 특히 역사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 조선사를 알긴 아는데 머릿속에서 잘 정리되지 않는 사람에게 잘 맞는 책이다. 조선은 사라진 왕조지만, 그 시대가 만든 제도와 사회상, 역사적 갈등과 사건들은 지금의 우리 사회에도 여러 흔적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조선을 읽는 일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 이 책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chae_seongmo

믹스커피 @mixcoffee_onobooks


#초압축조선사 #로빈의역사기록 #믹스커피 #조선사 #역사 #국사 #한국사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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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라이트 ㅣ 토치 3부작 1
모이라 버피니 지음, 강동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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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라이트> 모이라 버피니,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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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조금 걱정이 앞서긴 했다. 500쪽이 훌쩍 넘는 분량도 그렇고 디스토피아에 판타지 설정까지 더해진 작품이라 초반에 세계관을 따라가느라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이 책에 홀딱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낯선 이름과 설정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는데도 이야기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아서 좀 신기하기까지 했다.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는 묘사가 많고 필력이 좋아서 그런지 매우 술술 잘 읽히고 심지어 재미까지 있었다. 저자 소개 페이지에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라고 쓰여있는데, 그런 설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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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배경은 핵전쟁 이후 수천 년이 지난 미래의 브라이틀랜드다. 이곳에서는 여성의 삶이 철저하게 정해져 있다. 소녀들은 일찌감치 결혼을 준비하고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 남성 중심의 형제단이 만든 질서 안에서 여성들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되고 오히려 제도에 편입되어 있는 물건처럼 취급받는다. 이런 설정은 아주 극단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상하게 완전히 남의 세계처럼 느껴지지는 않는 점도 있었다. 인간을 분류하고 쓸모를 정하고 다름을 위험으로 규정하는 방식이 지금의 현실과도 어딘가 닮아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이 세계에서 가장 금지된 능력은 바로 ‘송라이트(Songlight)’다. 송라이트를 가진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다. 즉각적이고 감각적인 의사소통, 노래처럼 흘러드는 의식의 연결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능력처럼 보이지만 브라이틀랜드에서는 이 능력이 곧 죄가 된다. 타인의 마음에 직접 닿을 수 있다는 것은 권력의 입장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송라이트를 가진 사람들은 ‘비인간’으로 낙인찍히고 발각되면 끔찍한 방식으로 처벌받거나 체제의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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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흥미로웠던 건 송라이트를 단순한 초능력처럼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텔레파시 능력이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더 중요하게 다루는 건 그 능력을 통해 드러나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엘사와 카이라는 한 번도 직접 만난 적 없지만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다. 둘은 서로에게 라크와 나이팅게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세계에서 서로의 고통과 두려움을 알아본다. 세상이 사람들을 고립시키고 침묵시키려 할수록, 누군가가 나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감각과 사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이 소설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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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의 이야기는 더욱 답답하고 아슬아슬하다. 사랑하는 라이와의 관계, 오빠 파이퍼의 선택, 강제로 정해지는 결혼, 그리고 자신이 숨겨야만 하는 능력까지. 엘사는 계속해서 자기 삶의 주도권을 빼앗긴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무력한 인물은 아니었다. 흔들리고 잔뜩 겁을 먹었지만, 또 끝내 자기 안의 목소리를 지켜나가기 떄문이다. 카이라 역시 마찬가지다. 심문관의 딸이라는 위치 때문에 더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속한 세계의 폭력성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마주한다. 두 소녀가 서로를 통해 조금씩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이 책의 매력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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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디스토피아 소설이긴 하지만, 동시에 연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람을 통제하려는 세계에서는 마음과 마음이 닿는 일마저 위험한 일이 된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연결은 더 소중해진다. 누군가의 고통을 듣고, 두려움을 알아보고, 멀리서라도 손을 뻗는 일. 어쩌면 송라이트는 특별한 능력이라기보다 인간이 평생토록 간직하고 갈고 닦아야 할 소중한 능력이라는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진다. 토치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인지라 이제 막 더 큰 이야기가 시작되려는 느낌이다. 엘사와 카이라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리고 이 잔혹한 세계에 어떤 균열을 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 이 책은 자음과모음(@jamobook)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송라이트 #토치3부작 #모이라버피니 #자음과모음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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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제5판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김경희 옮김 / 까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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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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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군주론... 맨날 말만 들어봤지 읽어볼 생각은 못했던 책인데, 이번 기회에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도 이제 《군주론》 읽어본 사람이다!! 사실 《군주론》이란 책 자체의 존재가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워낙 유명하긴 하지만 내가 군주가 될 일은 없으니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또 ‘마키아벨리적’이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권모술수나 냉혹한 처세술을 가르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꽤나 현실적인 책이었다. 물론 그리 공감이 가거나 읽기 편한 책은 아니었다. 읽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다가도, ‘이렇게까지 말한다고?’ 싶은 순간들이 계속 나온다. 그래도 이 책이 현대까지 문제적 작품으로 널리 읽히는 지는 좀 알 것 같기도 한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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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지 우아하고 고상한 사상을 담은 정치철학서라고 여길 수는 없을 것 같다. 생각보다 마키아벨리의 처철하고 간절한 현실 인식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가 살던 시대의 이탈리아는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나폴리, 교황령 같은 여러 세력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 사이로 프랑스와 스페인 같은 외세가 끼어들었고, 정치 상황은 늘 불안했다. 르네상스의 화려한 문화가 꽃피던 땅이었지만, 동시에 전쟁과 배신, 권력 다툼이 끊이지 않던 곳이기도 했다. 책에는 이러한 배경이 자세히 수록되어있다. 책이 쓰인 배경을 알고 읽으니 마키아벨리가 왜 그렇게까지 ‘현실’을 강조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마키아벨리가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인간이 늘 선의와 충성심으로 움직인다고 믿지 않았다. 사람은 이익 앞에서 흔들리고, 위험이 닥치면 쉽게 돌아서며, 겉모습과 결과에 쉽게 설득된다고 본다. 그래서 군주는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필요하다면 두려움의 대상이 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라는 세계가 좋은 마음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은 현실주의자이자 염세주의자의 처절한 외침같았달까...? 뭐 전부 다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흘려들을 수는 없겠단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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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우와 사자의 비유는 꽤 탁월하지 않은가 싶다. 군주는 함정을 알아차리기 위해 여우처럼 영리해야 하고, 늑대를 물리치기 위해 사자처럼 강해야 한다는 말. 이 문장은 《군주론》 전체를 압축하는 것 같았다. 선한 사람이 되라는 말보다, 상황을 제대로 보고 살아남을 능력을 가지라는 말이니 이 또한 얼마나 현실적인가! 또 용병을 믿지 말고 자기 군대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인상적이었다(자주 국방!). 남의 힘에 기대는 순간, 결국 남의 뜻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건 많이 동의가 가는 말이었다. 물론 이 책을 있는 그대로 오늘날의 처세술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시대적 한계가 명확하고, 지금의 민주주의 감각으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백성이나 인민이 때로는 통치의 대상으로만 다뤄지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까지 포함해서 이 책은 읽을 만했다. 《군주론》은 우리가 바라는 정치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해온 정치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이니 현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도움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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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니 마키아벨리가 조금은 처연하고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단순히 자신이 발딛고 있는 국가가 무너지는 시대를 너무 가까이에서 지켜 본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토록 현실적이면서도 강한 척하는 글을 써야만 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또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생존 수단으로서의 글이라는 점이 그를 더 안타깝게 느끼게 하는 것일지도... 좋은 정치는 무엇일까? 선함만으로 공동체를 지킬 수 있을까? 권력은 어디까지 현실적이어야 하는 걸까? 다양한 질문을 남기는 책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괜히 500년 넘게 읽힌 책은 아니구나 싶었다.


* 이 책은 까치(@kachibooks)에서 제공받아 독서모임 진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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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니콜로마키아벨리 #마키아벨리 #까치 #독서모임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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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불복종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수필집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9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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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불복종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수필집> 헨리 데이비드 소로,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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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월든》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숲속 오두막, 단순하면서도 자연과 가까운 삶. 나 역시 소로라는 이름을 들으면 주로 자연친화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곤 했다. 그래서 《시민 불복종》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조금은 놀랍기도 했다. 목가적이고 유유자적하는 삶을 추구한 인물인 줄 알았는데 이런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글도 썼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런데 막상 이책을 읽어보니 숲에서 유유자적하는 소로와 국가의 일방적 폭압에 반대하는 소로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 했던 사람과, 부당한 국가 앞에서 양심을 지키려 했던 사람은 꽤나 맥이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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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제작인 《시민 불복종》은 생각보다 짧고 간결한 글이었다. 하지만 글이 힘있게 쓰여있고 상당한 임팩트를 가진 글이라, 읽고 나면 마음 속에 오래 남는 글이기도 했다. 소로는 노예제와 전쟁을 지지하는 정부에 반대하며 인두세 납부를 거부했고, 그 일로 감옥에 갇혔다고 한다. 이 일화만 보면 과격 분자에 사회 부적응자 같기도 하다. 그래도 세금을 안 내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싶기도... 하지만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단순히 국가의 통치방식과 노예제 관련 법이 마음에 안들어 떼를 쓴 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소로가 국가와 대중과 자신을 향해 던지는 질문은 이러하다. 법이 옳지 않을 때, 우리는 어디까지 따라야 하는가? 다수가 정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정의로운가? 국가의 명령과 내 양심이 충돌할 때, 나는 어느 쪽에 서야 하는가? 사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기 쉽지 않다. "뭐, 상황에 따라 다르겠죠?"라는 하나마나한 쉬운 대답으로 질문을 피해갈 수는 있겠지만, 좀 더 정밀히 생각해보면 정말 대답하기 쉽지 않다. 우리는 대체로 법과 제도 안에서 살아가는 쪽이 편하다고 느낀다. 무엇이 옳은지 매번 고민하기보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편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법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소로의 주장이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그가 말하는 불복종은 무책임한 반항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의한 일에 직접 가담하지 않는 것, 침묵으로 동조하지 않는 것, 자신의 양심이 가리키는 방향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소로가 말한 시민의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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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수록된 다른 에세이인 〈존 브라운 대위를 위한 청원〉는 <시민 불복종>에 이어 소로의 신념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글이었다. 하지만 모든 글들이 정치적이거나 무겁지만은 않았다. 〈산책〉, 〈겨울 산책〉, 〈가을 빛깔〉 같은 자연 에세이도 이 책에 함께 실려 있다. 처음에는 성격이 상당히 다른 글들이 한 권에 묶인 것처럼 느껴졌는데 한편으로는 이러한 구성이 좋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소로에게 있어 자연은, 인간이 무엇을 잃고 사는지 무엇에 너무 길들여져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장소였다. 그는 숲을 걸으며 자유를 생각했고,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며 삶의 질서를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정치적 저항도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소로에게 자유란 남들이 정해놓은 방식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기준을 잃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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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불복종》은 제목만 보면 강한 정치철학 고전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삶의 중심을 지켜야 하는지 묻는 글이었다. 소로의 문장은 때로 단호하고 때로는 고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뿌리같은 것이 느껴졌다. 모두가 소로처럼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소로는 우리에게 한 가지를 분명히 남긴다. 좋은 시민은 조용히 순응하는 사람만은 아니라는 것, 때로는 멈춰 서서 세상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처럼 많은 것이 빠르게 정해지고 흘러가는 시대, 이 책은 천천히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 이 책은 문예출판사(@moonyebooks)에서 제공받아 독서모임 진행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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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불복종 #헨리데이비드소로 #문예출판사 #독서모임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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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도시
정현재 지음 / 시공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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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도시> 정현재,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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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AI 모델과 AI의 활용을 연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AI라는 말이 들어간 책은 어떻게든 읽고 싶어진다. 특히 AI가 무엇을 대신할 수 있는지, 어떤 산업이 바뀔지, 앞으로 사람의 일은 어떻게 달라질지 같은 이야기들, 즉 AI가 그려내는 현재와 미래의 사회상을 다룬 책들이 참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책, 《가장 인간적인 도시》를 읽고 싶었던 것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AI와 도시, 건축이라는 조합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끌렸다. 도시는 결국 사람이 사는 공간이고, 건축은 그 공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를 정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 건축에 AI가 접목된다면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살게 될지 상당히 궁금해졌다. AI로 인해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도시는 정말 더 좋은 도시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이 책은 그런 질문에 대해 깊이 고찰하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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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부분에서 저자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시선에 대해 단순히 눈이 향하는 방향으로 정의하지 않고, 세계를 읽는 방식이자 우리가 서 있는 위치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의 시선은 주변 환경과 사물들의 배치, 규칙,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다. 무엇이 앞에 놓이고, 무엇이 뒤로 밀려나며, 어떤 정보가 강조되는가에 따라 우리는 세상을 다르게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인간의 시선과 AI의 시선을 비교한다. AI는 카메라와 센서가 받아들인 정보를 바탕으로 점, 선, 면, 사물, 행동을 인식하고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답을 고른다. 정답을 확신한다기보다 수많은 가능성 중 가장 높은 확률값을 선택하는 것이다. AI의 원리는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이 시선과 공간에 접목되면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그리고 AI는 공간을 데이터와 패턴으로 읽을 수 있지만, 인간처럼 그 안에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느끼지는 못하겠구나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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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이 끊겼을 때의 도시를 다룬 부분도 좋았다. 스마트한 도시는 보통 빠른 이동, 정확한 예측, 편리한 행정 서비스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멈춰야 할 때 안전하게 멈추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기, 통신, 교통, 결제, 인증 시스템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서 하나의 연결이 끊기면 일상은 순식간에 무너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편리함에 익숙해진 만큼, 단절을 견디는 힘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를 말하는 부분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만 하다고 느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도시와 데이터의 관계였다. AI가 접목된 도시는 얼마나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데이터가 모이는 곳은 훨씬 중요한 공간이 될테고, 데이터가 부족한 곳은 주변부로 취급받을 지도 모른다. 이 대목을 읽으며 스마트시티라는 말이 마냥 밝은 미래만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은 도시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격차와 중심-주변의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섬뜩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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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에 이르러 실리콘밸리에서 던지는 질문들은 조금 더 본질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AI가 점점 더 많은 판단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것은 기술에 맡겨도 되지만, 어떤 것은 끝까지 인간이 해석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도시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지, 누구의 이동을 우선할지, 어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라도 어떤 가치를 지킬지 결정하는 일은 결국 인간의 몫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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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AI 시대의 도시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도시 속 인간의 자리를 묻는 책이기도 한 것 같다. AI가 도시를 더 똑똑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똑똑한 도시가 꼭 좋은 도시는 아닐 수도 있다. 좋은 도시는 사람이 머물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길을 잃을 수도 있어야 하고, 잠시 멈출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효율로 다 설명되지 않는 감각과 여백이 있어야 하지는 않을까? 복잡하지만 기분 좋은 질문을 남기는 그런 책이었다.


* 이 책은 시공사(@sigongsa_books)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가장인간적인도시 #정현재 #시공사 #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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