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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도시
정현재 지음 / 시공사 / 202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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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도시> 정현재,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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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AI 모델과 AI의 활용을 연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AI라는 말이 들어간 책은 어떻게든 읽고 싶어진다. 특히 AI가 무엇을 대신할 수 있는지, 어떤 산업이 바뀔지, 앞으로 사람의 일은 어떻게 달라질지 같은 이야기들, 즉 AI가 그려내는 현재와 미래의 사회상을 다룬 책들이 참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책, 《가장 인간적인 도시》를 읽고 싶었던 것도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AI와 도시, 건축이라는 조합이 낯설면서도 묘하게 끌렸다. 도시는 결국 사람이 사는 공간이고, 건축은 그 공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를 정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 건축에 AI가 접목된다면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살게 될지 상당히 궁금해졌다. AI로 인해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도시는 정말 더 좋은 도시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이 책은 그런 질문에 대해 깊이 고찰하며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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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부분에서 저자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시선에 대해 단순히 눈이 향하는 방향으로 정의하지 않고, 세계를 읽는 방식이자 우리가 서 있는 위치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의 시선은 주변 환경과 사물들의 배치, 규칙,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다. 무엇이 앞에 놓이고, 무엇이 뒤로 밀려나며, 어떤 정보가 강조되는가에 따라 우리는 세상을 다르게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인간의 시선과 AI의 시선을 비교한다. AI는 카메라와 센서가 받아들인 정보를 바탕으로 점, 선, 면, 사물, 행동을 인식하고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답을 고른다. 정답을 확신한다기보다 수많은 가능성 중 가장 높은 확률값을 선택하는 것이다. AI의 원리는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이 시선과 공간에 접목되면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그리고 AI는 공간을 데이터와 패턴으로 읽을 수 있지만, 인간처럼 그 안에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느끼지는 못하겠구나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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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이 끊겼을 때의 도시를 다룬 부분도 좋았다. 스마트한 도시는 보통 빠른 이동, 정확한 예측, 편리한 행정 서비스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멈춰야 할 때 안전하게 멈추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기, 통신, 교통, 결제, 인증 시스템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사회에서 하나의 연결이 끊기면 일상은 순식간에 무너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편리함에 익숙해진 만큼, 단절을 견디는 힘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를 말하는 부분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볼만 하다고 느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도시와 데이터의 관계였다. AI가 접목된 도시는 얼마나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데이터가 모이는 곳은 훨씬 중요한 공간이 될테고, 데이터가 부족한 곳은 주변부로 취급받을 지도 모른다. 이 대목을 읽으며 스마트시티라는 말이 마냥 밝은 미래만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은 도시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격차와 중심-주변의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섬뜩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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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에 이르러 실리콘밸리에서 던지는 질문들은 조금 더 본질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AI가 점점 더 많은 판단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것은 기술에 맡겨도 되지만, 어떤 것은 끝까지 인간이 해석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도시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지, 누구의 이동을 우선할지, 어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라도 어떤 가치를 지킬지 결정하는 일은 결국 인간의 몫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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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AI 시대의 도시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도시 속 인간의 자리를 묻는 책이기도 한 것 같다. AI가 도시를 더 똑똑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똑똑한 도시가 꼭 좋은 도시는 아닐 수도 있다. 좋은 도시는 사람이 머물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길을 잃을 수도 있어야 하고, 잠시 멈출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효율로 다 설명되지 않는 감각과 여백이 있어야 하지는 않을까? 복잡하지만 기분 좋은 질문을 남기는 그런 책이었다.
* 이 책은 시공사(@sigongsa_books)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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