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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김수영·신동엽 - 문학이라는 사상과 시적 창조 ㅣ 창비 한국사상선 29
임화.김수영.신동엽 지음, 황정아 엮음 / 창비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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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한국사상선 / 임화·김수영·신동엽 - 문학이라는 사상과 시적 창조> 임화 · 김수영 · 신동엽,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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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일이 조금 즐거워진 건 입시에서 아주 멀리 멀어진 뒤였던 것 같다. 정답을 맞추기 위해 배울 때는 그토록 무뚝뚝하고 재미없던 시가, 이젠 아무도 내 해석에 점수를 매기지 않고 나니 제법 다정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창비에서 한국사상선으로 『임화·김수영·신동엽』이라는 세 시인을 다루는 책이 나온 것을 보고무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은 철학과 사상을 다룬 책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시구보다는 시인들이 문학을 통해 세상 속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었지만, 그건 또 그 나름대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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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들이 남긴 비평과 산문은 역시 꽤나 낯설었다. 시인의 글이라고 해서 모두 아름답고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이 살아간 시대가 다른 만큼 문장의 결이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었고, 같은 문단을 두 번 읽었지만 무슨 말인가 싶어 잠깐 책을 덮어두어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완성된 시 한 편만 볼 때는 미처 몰랐던 고민과 망설임을 엿보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교과서 속에서만 봤던 이름들이 비로소 자기 목소리를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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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 시인의 글을 읽으면서는 현실을 냉정하게 비판하는 일과 그 안에서 희망을 찾는 일이 함께 갈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평소 문제를 마주하면 쉽게 포기하거나 안 된다고 결론부터 내릴 때가 많은데 임화 시인의 글을 읽으면서 조금은 뜨끔하기도 했다. 김수영 시인이 머리나 말이 아니라 ‘온몸’으로 부딪쳐야 한다고 말할 때는 더 마음이 찔리기도 했다. 말로는 소신과 자유를 쉽게 이야기하면서, 정작 내 일에 관해서는 괜히 불이익을 받고 시끄러워질까 봐 적당히 타협하고 물러선 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시론을 읽다가 뜬금없이 자기반성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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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시인은 시를 ‘생명의 발언’이라고 이야기한다. 시를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시인에게 있어서 시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쉽게 감은 오지 않지만 그래도 정말 멋진 표현이란 생각을 했다. 앞으로는 시를 단순히 아름다운 표현이나 위로의 도구로만 생각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은 들었다. 세 사람의 생각이 서로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글을 쓰는 일과 세상을 살아가는 일을 끝내 떼어놓지 않으려 했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무언가에 그렇게까지 치열한 적이 나에게는 있었을까 돌이켜보게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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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는 시를 읽을 때 잘 벼려진 표현에 감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문장 문장을 위해 온 힘을 다했던 시인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시대를 통과하며 무엇과 치열하게 다투었고, 어떤 내일을 간절히 바랐던 걸까 깊이있게 생각도 해봐야겠다. 철학책을 읽을 때는 개념이 엉켜 머리가 아파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지는 감동도 느낀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인해 시를 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거나 눈이 밝아졌다고 하면 과장이겠지만, 시 한 편을 앞에 두고 던질 수 있는 질문이 조금 더 늘어날 것 같기는 하다. 교과서에 박제되어 있던 이름들이 비로소 자기 삶을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으로 다가왔다는 것에 무척 만족감을 느끼며 이 책을 만난 것이 무척 즐거운 일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 책은 창비(@changbi_insta)에서 제공받아 독서모임 진행을 했습니다.
at @yamongyamong_ss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chiwonna_bier @apureumdite @i_am_what_i_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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