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는 코미디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박서련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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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는 코미디> 박서련,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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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의 소설은 묘하게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이 책 『장르는 코미디』 역시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무언가에 무모할 만큼 진심이었던 소설 속 아이들의 얼굴들이 생생하게 상상이 되는 것만 같았다. 코미디언을 꿈꾸는 하리는 배려심 깊은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다. 야심차고 자기 확신이 넘치며 때로는 얄밉기까지 하다. 하지만 일면 결점처럼 보이는 그 당돌함이야말로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인 것 같다. 상처받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눈치만 보는 무결점의 주인공이었다면, 이 이야기는 이토록 생생한 생명력을 뿜어내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하다.


🛼

하리는 코미디 대회라는 야심 찬 무대에 오르기 위해 금영, 사라, 혜완을 차례로 끌어모은다. 그러나 저마다의 결핍과 고집을 품은 아이들이 모이다 보니, 이들의 팀워크가 매끄럽게 굴러갈 리 만무하다. 머리를 맞대고 짜낸 대본은 썰렁하기 짝이 없고, 연습실에서는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 자존심이 긁혀 서로 날을 세우며 다투기 일쑤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야기가 가장 반짝이는 순간은 바로 그 삐걱거리는 엉망진창의 순간들이었다. 머리로 치밀하게 계산해 벼려낸 세련된 유머보다, 서로 부딪치고 부대끼는 과정에서 필터 없이 툭 튀어나오는 날것의 말들이 훨씬 더 큰 웃음을 자아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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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벌이는 소동극을 지켜보다 보면, 학창 시절 별것 아닌 일에 내 전부를 걸다시피 했던 조금은 손발 오그라드는 기억들이 자연스레 겹쳐지기도 했다. 학교 축제 무대든, 이름뿐인 동아리 활동이든,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목숨을 걸었던 시절의 무모함이란... 지금 돌아보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그저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함께 깔깔거리며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던 순간, 사소한 오해로 토라졌다가 시시한 농담 한마디에 눈 녹듯 화해했던 순간들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하리와 친구들의 여정을 보며 예전 추억을 잠시 여행할 수 있어 좋았다.


🛼

쓰라린 실패를 억지스럽게 인생의 귀중한 교훈으로 둔갑시키는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좋았다. 그리고 아이들의 우정을 눈물겨운 감동의 신파 드라마로 포장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조금은 이기적이고, 서투르고, 때로는 재수 없지만,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제 방식대로 한바탕 부딪치고 소란을 피우는 모습이 흥겨웠다. 책을 덮고 나니 기분 좋은 가벼움이 마음 속으로부터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의 삶이 매일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코미디 쇼일 수는 없다. 도리어 스텝이 꼬이고 대사를 잊어버리는 민망한 NG 장면의 연속이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저지른 그 망한 순간마저도 한 걸음 물러서서 피식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를 지닐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팍팍한 세상을 버텨내는 가장 근사한 재능이 아닐까 싶다.



* 이 책은 우리학교(@woorischool)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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