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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언어 - 소리, 몸짓, 냄새로 소통하며 진화해 온 생물들
롭 던 지음, 송근아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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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의 언어 - 소리, 몸짓, 냄새로 소통하며 진화해 온 생물들> 롭 던,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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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다 보면 자연을 주말에 잠시 찾아가는 휴양지쯤으로 여기기 쉬워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이 자연과 멀어졌다는 생각은 현대 문명이 빚어낸 거대한 착각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매일 들이쉬는 숨, 먹는 음식, 심지어 우리 몸속 장내 미생물의 미세한 작용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비인간 존재들이 촘촘하게 엮어낸 생명의 그물망 위에 위태롭게 얹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롭 던 작가의 『공생의 언어』는 바로 그 자명한 사실을 흥미진진한 생태의 이야기로 복원해 낸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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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등장하는 꿀잡이새와 인간의 오래된 파트너십은 매우 인상깊었다. 꿀잡이새는 인간에게 날아와 특유의 소리로 벌집의 위치를 안내하고, 인간은 단단한 둥지를 열어 꿀을 취한 뒤 꿀잡이새를 위한 밀랍을 남겨둔다. 언어가 다른 서로 다른 종이 수천 년에 걸쳐 각자의 신호를 조율하며 신뢰를 쌓아왔다는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하지만 현대의 눈부신 기술 발전과 값싼 설탕, 가공식품이 보급되면서 이 유서 깊은 협력 관계는 너무나도 쉽게 허물어지고야 말았다. 더 빠르고 편리한 효율을 인간이 취하는 동안, 우리는 다른 종과 신뢰를 쌓아가던 교감의 기술을 과연 어디에 흘리고 온 것일까? 편리함의 대가로 지불한 것들의 크기를 헤아리지조차 못하는 현대인의 둔감함에 조금은 섬뜩해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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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유익하거나 길들여졌다고 해서 그것이 상대 종에게도 좋은 삶이라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 세계 수백억 마리로 불어난 공장식 축산의 닭을 과연 유전자를 남긴 성공한 종이라 부를 수 있을까? 책이 던지는 도발적인 질문은 생물학적 개체 수나 생존이라는 단순한 지표를 너머, 삶의 질과 고통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린다. 공생이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편리하게 착취하거나 통제하는 위계가 결코 아닐 것이다. 어쩌면 공생은 서로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의 무게를 감당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미생물과 곤충, 개와 가축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인간 사회 안에서 우리가 타인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비추는 투명한 거울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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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면 흔히 쓰이는 자연을 보호하자는 손쉬운 슬로건에 대해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마치 인간이 자연의 울타리 바깥에 고고하게 서서, 약자를 굽어살피듯 선심을 베풀며 지켜주겠다는 오만함이 그 말속에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인간이 자연을 대할 때 진짜로 필요한 태도는, 그런 시혜성의 태도가 아니라 우리가 온전히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생명들의 관계망을 더 이상 제멋대로 망가뜨리지 않겠다는 겸허함은 아닐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 내가 무심코 먹고, 소비하고, 쓰레기통에 내던진 것들이 어디에서 흘러와 어디로 가는지 한 번 더 응시해보는 작은 불편함의 감각과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말이다.
* 이 책은 흐름출판(@nextwave_pub)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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