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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화되었습니다
오승현 지음 / 한끼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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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화되었습니다> 오승현, 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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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동기화되었습니다』는 제목부터 무척 영리하게 지어졌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신체와 의식에 접속한다는 기술적 의미의 동기화(synchronization)와, 팍팍한 조직 속에서 서로를 밀어내야 할 적으로만 바라보던 입사 동기(同期)들이 비로소 서로의 처지에 보폭과 마음을 맞춰간다는 연대의 의미가 절묘하게 담아냈기 때문인 것 같다. 심지어 가벼우면서도 흡인력 있는 타임루프+빙의물이라는 장르적 외피를 두르고는 있지만,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알맹이는 비정규직 노동, 산업재해의 은폐, 그리고 이윤 앞에 인간의 존엄을 손쉽게 지워버리는 기업의 탐욕에 대한 이야기라니! 빠르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무척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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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뻔한 교훈극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세상을 절대 악 기업 대 순결한 피해자라는 단선적인 내용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동료의 실수를 내심 반기고, 결국 내 밥그릇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냉소를 장착한 주인공 하루의 태도는 쉽게 비난하기 어렵다. 그것은 개인의 인성이 나빠서라기 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끊임없이 불안의 벼랑 끝으로 내몰아 서로를 물어뜯게 만드는 오늘날의 기형적인 노동환경이 길러낸 서글픈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구성원의 안전과 생명보다 제품 릴리즈 일정과 이윤 창출과 사업 성공이 절대적인 가치가 될 때, 조직은 얼마나 손쉽게 인간을 하나의 비용이나 대체 가능한 부품으로 환산해 버리는지 소설은 과장 없이 보여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꽤나 묵직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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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지점은 하루가 타임루프 속에서 타인의 몸에 빙의해, 그동안 경쟁에 눈이 멀어 미처 보지 못했던 동기들의 구체적인 상처와 사정을 체감하는 과정이었다. 일을 하다 보면 종종 내 짐은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강박에 나 역시 갇히곤 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가 내 무능을 인정하는 것 같고,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혼자 악착같이 버텨내는 것과, 사람들과 협업하며 살아가는 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일인 것 같다. 이 소설이 긴 시간을 돌아 마침내 도달하는 목적지는 끝없는 승자독식의 경쟁이 아니라 상처 입은 이들의 연대이며,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각자도생이 아니라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건네는 삶이었다. 이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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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타임루프물로서의 장르적 완성도만 놓고 엄밀히 따져본다면 몇 가지 아쉬움이 눈에 밟히는 것은 사실이다. 시간이 거듭 반복되면서 사소한 선택의 차이가 나비효과처럼 거대한 변주를 만들어내는 장르적 쾌감은 기대보다 덜하며, 주변 인물들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소 기능적이고 평면적으로 소모되는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루프를 여러 차례 겪었음에도 상황을 지켜보는 독자의 속을 태울 만큼 답답한 선택을 되풀이하는 하루의 태도는 서사의 호흡을 종종 삐걱거리게 만든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적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던지는 질문의 무게감은 분명 좋았다. 사람을 갈아 넣어 쌓아 올린 성공이란 대체 누구를 위한 탑인걸까? 동료의 등을 밟고 올라서 홀로 살아남는 것만이 과연 온전한 생존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 책은 웰메이드 장르물은 아닐지 몰라도, 타인과의 경쟁에 지쳐 서로를 돌아볼 여유조차 잃어버린 우리에게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의미 있는 한 편의 노동 우화라고 할 수 있겠다.
* 헤스티아님(@hestia_hotforever)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오승현 작가님(@heassal_osh) 과 한끼(@hanki_books)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며, 서평은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heassal_osh (오승현 작가님)
@hanki_books (한끼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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