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 - 누가 왜 가짜 과학을 만들고 퍼뜨리고 악용하는가
지바 사토시 지음, 김종현 옮김 / 부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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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 - 누가 왜 가짜 과학을 만들고 퍼뜨리고 악용하는가> 지바 사토시,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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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를 하다 보면 공들여 세운 가설과 정반대의 데이터가 화면 가득 떠오를 때가 있다. 어디선가 오류가 났기를 바라며 코드를 몇 번이고 뜯어보고 데이터 전처리 과정을 되짚지만, 끝내 아무런 버그도 발견하지 못할 때 찾아오는 그 묘한 난감함이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결국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과학을 한다는 것은 정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실은 내가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인정하는 일종의 수련과정에 더 가깝다. 지바 사토시의 『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은 바로 그 불편함에서 출발한다. 얼핏 과학의 객관성을 깎아내리는 회의론자의 도발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이 책이 닿고자 하는 지점은 정반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과학을 맹목적인 신앙으로 전락시키지 않고, 진짜 신뢰할 만한 앎으로 지켜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가를 묻는 치열함 가득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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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한때 주류 학계에서 정설로 통했거나 격렬한 논쟁의 중심에 섰던 역사적 사례들을 촘촘하게 살핀다. 스탈린 체제의 리센코주의, 백신 음모론과 유전자 결정론, 왼손잡이의 수명 통계, 진화론과 지적설계론의 충돌까지 다루는 주제에 대한 보폭이 꽤 넓다. 그중에서도 가장 폐부를 찌르는 대목은 우생학의 역사가 아닐까 한다. 관찰된 유전적 영향과 인간의 우열을 가르는 가치 판단 사이에는 결코 손쉽게 메울 수 없는 깊은 윤리적 심연이 존재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는 그 간격을 너무나 가볍게 건너뛰었던 전례가 있다. 설익은 과학의 언어가 인간의 오만한 선민의식, 정치권력, 전체주의 이념과 결탁했을 때 차별은 합리적인 이성의 판단이라는 번듯한 가면을 썼고, 대량 학살과 강제 불임이라는 끔찍한 국가 폭력마저 합리화되었다. 과학적 검증보다 이데올로기가 원하는 결론을 앞세웠던 소련의 리센코주의 역시 권력에 굴종한 지식이 어떤 파멸을 부르는지 명백하게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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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논문과 보고서 속에서 숫자와 그래프를 들여다보는 연구자로서 이 책의 경고는 남일 같지 않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혹은 통계 데이터가 입증하듯이라는 문장을 그 어떤 반론도 허용하지 않는 강력한 방패막이로 사용하곤 한다. 데이터 자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데이터를 취사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복잡한 맥락 속에서 특정한 수치를 골라내 해석하는 것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편향된 인간의 몫이다. 특히 그 데이터가 내가 평소 믿고 싶었던 신념이나 가설과 완벽하게 일치할 때, 우리는 검증의 문턱을 한없이 낮춰버리는 치명적인 유혹에 빠진다. 객관성이라는 갑옷을 둘렀다고 믿는 순간, 인간은 자신이 지닌 가장 주관적인 편견을 과학적 진리로 오인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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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저자가 경계하는 것은 과학 그 자체가 아니라, 과학의 외피를 쓴 성급한 일반화와 확신이 아닐까 한다. 과학이 다른 모든 믿음 체계와 구별되는 가장 위대한 힘은 무결성에 있지 않다. 오히려 더 나은 증거와 정교한 반증이 나타났을 때, 어제까지 진리라 믿었던 가설을 기꺼이 폐기하고 스스로를 수정할 줄 아는 유연함에 있는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니 늘 관성적으로 사용해 온 과학적으로 옳다는 말이 전보다 훨씬 무겁고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 문장은 모든 의문을 종결짓는 마침표여서는 안 될 것이다.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변수와 미지의 영역이 남아 있음을 인정하는 열린 쉼표여야만 한다.



* 이 책은 부키(@bookie_pub)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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