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집 - 재일 이주 여성의 자리를 엮다
조경희 지음 / 사계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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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집 - 재일 이주 여성의 자리를 엮다> 조경희,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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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재일조선인(자이니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식민지 시기에 건너간 이들과 그 후손, 일본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차별 같은 역사적 맥락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던 것은 어디까지나 멀리서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단편적인 역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적과 거주지, 시민권과 일상의 정체성이 실제 한 사람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삐걱거리고 어긋날 때 어떤 균열이 일어날 수 있는지, 그 무게를 단 한 번도 실감해본 적이 없으니 내 지식이 단편적일 수 밖에 없었던 것도 당연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그들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이 책을 읽는 독서 시간이 정말 의미있는 시간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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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조선인 3세이자 연구자이자 교수인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외워온 할아버지의 고향 주소를 찾아 경주로 향하다가, 목적지를 코앞에 두고 차를 돌려세웠다는 책 소개 글이 이 책의 문제의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디아스포라의 삶을 고난을 겪고 마침내 뿌리를 찾아 돌아오는 여정이라는 단선적인 감동으로 쉽게 소비하곤 한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낭만적인 것만은 아닌게 분명하다. 조상의 땅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내 고향이 되는 것도 아니며, 국적이 있다고 해서 공동체의 온전한 일원으로 스며드는 것도 아니기에... 법적으로 한국인이라는 지위와 이 땅에서 실제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경험 사이에는 메우기 힘든 틈이 존재하며, 저자는 바로 그 균열의 자리에서 질문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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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누가 복지와 교육, 의료라는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국가와 국제사회시스템에 던지는 듯 했다. 평소 일상을 누리는 이들에게는 공기처럼 느껴지는 제도가, 그 선 바깥으로 밀려난 이들에게는 삶의 조건 전체를 위협하는 가혹한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더 깊이 알게 되었다. 특히 혐오와 배외주의를 다루는 대목을 읽을 때는 갑갑한 감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저자는 혐오를 몇몇 악한 개인의 일탈로 설명하지 않는다. 혐오는 사회적 불안과 결합하며 학습되고, 심지어 ‘안전’, ‘상식’, ‘국민의 권리 보호’라는 지극히 합리적인 언어의 탈을 쓴 채 교묘히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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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난민과 이주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는 마음 속에 더욱 불편한 감정이 일었다. 저자의 언어로 일종의 불쾌한 '정동'이 발휘된 순간이었다. 과거의 차별받은 역사적 기억이 오늘날 우리보다 취약한 타자를 배제하지 않을 정당한 면죄부가 되어주지는 못함에도 '우리가 피해자였다'는 기억과 '우리 울타리 밖의 사람을 밀어내겠다'는 냉담함은 한 사회 안에 너무나 태연하게 공존한다는 사실이 불편하면서도, 나 역시 그들과 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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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우리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쓰는 '우리'라는 말은, 그 자체로 울타리 바깥의 누군가를 만들어낸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집'은 혈통이나 국적으로 고정된 과거의 영토가 아니다. 지금 살아가는 자리에서 관계를 맺고, 서로의 다름을 견뎌내며 머물 자리를 만들어가는 끝없는 협상의 과정을 저자는 '집'의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다. 내가 당연하다고 믿어온 기준의 하한선을 조금이나마 흔들어 질문을 남기는 책은 정말 귀하다. 그리고 이 책이 정말 그러했다. 책을 다 읽고 덮은 뒤에도 내가 생각하는 집의 문은 과연 어디까지 열려 있는가라는 물음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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