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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교실 - 개정증보판
김규아 지음 / 북스그라운드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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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교실> 김규아, 북스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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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아 작가의 그래픽노블 『밤의 교실』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마음을 사로잡은 부분은, 주인공 정우가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워도 오래 씨름하다 보면 결국 하나의 명확한 답에 가닿기 때문에 수학을 좋아한다는 정우. 정확한 시간과 명쾌한 규칙, 정해진 공식까지. 세상이 수학처럼 정확하게만 움직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정우의 삶에 닥쳐온 현실은 수학의 특성과는 꽤나 멀었다. 부모님이 서로 멀어져 버린 문제, 그리고 언젠가 완전히 앞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시력 상실의 예고.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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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어려운 일들이 닥쳐올 때, 차라리 통제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에 집착하며 마음을 기대게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불안해질수록 정확한 숫자와 규칙에 매달리는 정우의 모습이 마음 아프면서도 공감이 많이 갔다. 특히 아빠로부터 "끝없는 밤이 올 수도 있다"라는 말을 듣고 난 뒤, 혼자 두 눈을 가린 채 방 안의 어둠 속을 걸어보는 장면은 유독 서글펐다. 닥쳐올 가혹한 미래를 견뎌내기 위해 어린아이가 홀로 맞이할 어둠에 대비하는 마음의 무게는 쉽게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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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정우 앞에 어느날 늑대 선생님이 나타난다. 빛에 약해 낮에는 늘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며, 오히려 해가 진 밤을 사랑하는 음악 선생님. 늑대 선생님은 해 질 녘 아이들을 학교로 불러 모아 조용히 ‘밤의 교실’을 연다. 동화 같은 설정이지만, 작가는 이 캐릭터를 그저 흔한 메시아 정도로 그려내지 않는다. 늑대 선생님은 정우의 눈을 낫게 해주지도 않고,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식의 무책임한 낙관을 건네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 역시 남들과 다른 눈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들려주며, 빛이 사라진 밤에도 누릴 수 있는 풍경과 소리가 얼마나 많은지를 묵묵하게 보여준다. 이 지점이 무척 감동적이면서도 마음을 찡하게 했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로하는 일은 그 사람의 고통에 억지 답안지를 쥐여주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저 곁에서 그 밤을 함께 버텨주는 것임을, 책은 담담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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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좋아하던 정우에게 늑대 선생님이 재즈를 들려주는 내용도 정말 좋았다. 수학에는 오직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지만, 재즈에는 고정된 정답이 없다. 연주하는 사람의 호흡과 그날의 감정에 따라 선율은 자유롭게 흐르고 연주 도중 예상치 못한 불협화음이 끼어들어도 연주는 중단되지 않는다. 어쩌면 정우가 마주할 미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애초에 계획했던 궤도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삶 전체가 실패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악보대로 연주할 수 없다면, 내게 주어진 새로운 음을 가지고 나만의 방식으로 다시 연주를 이어가면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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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흐를수록 늘 바닥만 내려다보며 걷던 정우의 시선은 천천히 주변으로 향한다. 나무와 꽃을 가만히 바라보고, 친구들의 표정을 기억하려 애쓰며, 조용히 눈을 감고 세상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이 변화는 보지 못하게 되기 전에 눈에 담아두자는 식의 체념이 아니다.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여겨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을 이제는 온 감각으로 제대로 마주하기 시작한 정우의 노력인 것이다. 색연필 특유의 결이 살아있는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그림체는 이 차분한 변화를 과장 없이 조용히 보여준다. 오랜만에 어른들을 위한 마음 따뜻한 동화를 본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 이 책은 북스그라운드(@booksground)에서 제공받아 독서모임 진행을 했습니다.
at @yamongyamong_ss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chiwonna_bier @apureumdite @i_am_what_i_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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