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이지만 걱정 마세요 ㅣ 푸르른 숲 58
최상아 지음 / 씨드북(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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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이지만 걱정 마세요> 최상아, 씨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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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이라는 어두운 시대적 배경에 '걱정 마세요'라는 다정한 당부가 붙은 제목의 책이라니! 그리고 표지에 이토록 멋진 일러스트가 그려진 책이라니!! 절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심지어 소재는 유령 발레리노와 시간 여행, 그리고 항일 독립운동이라니!!! 언뜻 멀어 보이는 소재들의 조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책이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길수록 이 이질적인 조각들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몸이라는 하나의 뚜렷한 줄기로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내용이 참으로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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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 발레리노 수혁에게 할머니는 세상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부모님에 이어 할머니마저 떠나보낸 뒤에도 수혁은 그 슬픔을 완전히 누리지도 못한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하루만 쉬어도 몸이 굳을까 발레 연습을 걱정하고 그런 메마른 자신을 향해 자책을 쏟아낸다.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이 닥쳤을 때, 감정을 깊이있게 들여다보는 대신 당장 눈앞의 일과를 생각하며 버텨내는 모습이 지극히 현실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슬픔을 해결할 방법을 몰라 몸을 계속 움직여야만 했던 수혁의 모습은, 상실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공감이 갈만 한 장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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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 유령 이고르의 부탁으로 80년 전의 1944년 러시아로 향한 수혁은 그곳에서 독립운동가 선화와 여진을 만난다. 이 소설은 발레라는 소재를 단순히 주인공의 특징을 보여주는 장식으로만 소모하지는 않는다. 무대 위에서 가장 완벽한 선을 만들기 위해 단련했던 수혁의 근육과 움직임은, 위기의 순간 누군가를 지켜내는 실질적인 힘으로 탈바꿈한다. 그런 점에서 구성이 잘 짜여져 있는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직 자신의 성공과 꿈만을 위해 쓰이던 신체 능력이 타인을 보호하는 행동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통해 인물의 성장을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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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그려내는 독립운동가 선화와 여진의 모습 역시 인상적이다. 이들은 내일의 평범한 삶을 꿈꾸는 한 개인으로서의 얼굴을 잃지 않는다. 많은 소설 속에서 이러한 평범함은 이념이나 구호 뒤에 가려지기 쉬운데 말이다. 독립 자금을 모으는 위험한 과업이 끝난 뒤 자신만의 소박한 삶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의 대화는, 역사의 기록 속에서 이름조차 남지 못한 수많은 이들의 진짜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이 작품에서 시간 여행은 단순한 판타지적 설정을 넘어, 잊힌 이들의 숨결을 복원하는 따뜻한 시선으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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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무게감과 판타지의 경쾌함을 균형 있게 조율하며, 상실의 늪에서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회복의 과정을 정교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상당히 수작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제목 속 "걱정 마세요"라는 말이, 그저 바람에 흩어져 버릴 위로가 아니라 정말로 따뜻하고 든든한 온기로 남는 듯 했다. 시공간의 벽을 넘어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염려해 주는 한, 우리는 삶의 그 어떤 어두운 계절 속에서도 완전히 혼자가 아닐 테니 말이다.



* 이 책은 씨드북(@seedbook_publisher)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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