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의 심장이 함께 춤을 출 때 - 탱고, 나를 기다려준 사랑과 인생의 춤
보배 지음 / 멜라이트 / 2025년 4월
평점 :
-
<우리의 심장이 함께 춤을 출 때 - 탱고, 나를 기다려준 사랑과 인생의 춤> 보배, 멜라이트
💃
반도네온 특유의 쓸쓸한 음색과 긴장감 넘치는 리듬 때문에, 나는 음악으로서의 탱고를 꽤 오래도록 좋아해 왔다. 심지어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누에보 탱고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예전에 팟캐스트 주제로 다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춤으로서의 탱고는 영화 속 화려하고 관능적인 동작 몇 장면 외에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배 작가의 탱고 에세이인 이 책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취미로 탱고를 시작했다가 탱고에 진심이 되어버린 사람의 이야기라니! 역시 무언가에 열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건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다.
👞
저자가 탱고를 처음으로 접한 곳은 방콕이었다. 낯선 타지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려 우연히 접한 탱고는 긴 시간에 걸쳐 서서히 일상의 중심부로 들어오게 된다. 수업을 듣고, 밀롱가를 찾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조금씩 깊어지는 과정이 책 속에서 차분히 이어진다. 어느 날 갑자기 삶이 극적으로 바뀌는 이야기보다,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무언가를 시작하고, 하루 일정을 조율하고, 여행지에서도 춤출 곳을 찾는 식의 현실적인 일상이 재배치되는 과정이 책 속에 담겨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좋아하는 것을 기다리는 마음만으로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된다는 이야기도 저자의 솔직한 마음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좋았다.
💃
이 책을 통해 만난 탱고는 지극히 섬세하고 예민한 ‘관계의 춤’이었다. 상대를 가만히 안고 걷는 '아브라소', 몸의 미세한 근육 신호와 체중의 이동을 읽어내는 호흡, 서로의 균형을 감지하며 공간을 내어주는 배려. 혼자 아무리 화려한 테크닉을 뽐낸다 한들, 상대와의 교감이 어긋나면 온전한 탱고가 될 수 없다고 한다. 눈빛으로 조심스레 춤을 청하는 '까베세오'부터 서너 곡을 한 파트너와 온전히 나누는 '딴다', 밤새 춤의 열기로 가득 차는 '밀롱가'의 문화를 통해 탱고라는 춤에 좀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결혼과 임신, 출산으로 이어지는 개인적인 서사가 길어지는 대목에서는 살짝 집중력이 조금 흐려졌다. 누군가에게는 삶과 춤이 어우러진 흥미로운 이야기였겠지만, 아직 미혼 남성 독자인 내 입장에서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 깊이 공감하기 어려웠고 솔직히 큰 흥미가 생기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순수하게 탱고라는 춤에 푹 빠진 사람의 이야기와 그 세계를 조금 더 길게 듣고 싶었던 아쉬움은 살짝 남는다. 책 말미에 실린 인터뷰집 역시 크게 와닿지 않고 다소 겉도는 느낌이어서, 차라리 저자 본인의 춤 이야기와 밀롱가에서의 경험에 끝까지 더 집중했더라면 훨씬 몰입해서 읽었을 것 같긴 하다.
💃
책을 다 읽고 나니, 춤으로서의 탱고가 더욱 궁금해졌다. 조금 과장 보태어 이야기하자면 이제 반도네온의 선율을 들을 때면, 음표 뒤에서 서로의 가슴을 맞대고 조심스럽게 다음 발을 내딛는 두 사람의 따스한 온기와 발소리와 실루엣이 아른 거릴지도 모르겠다. 한 사람이 무언가를 오래도록 깊이 사랑하며 변화해 가는 궤적을 지켜보는 일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다. 귀로만 듣던 탱고를 언젠가 직접 몸으로 한 번쯤 익혀 싶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꽤 근사하고 다정한 한 '딴다'를 선물해 준 책이 아니었나 싶다.
* 이 책은 멜라이트(@mellite_pub)에서 제공받아 독서모임 진행을 했습니다.
at @yamongyamong_ss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chiwonna_bier @apureumdite @i_am_what_i_read
#우리의심장이함께출을출때 #보배 #멜라이트 #탱고 #독서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