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사라진 세상 - 인공지능은 인간의 쓸모를 어떻게 위협하는가
이진우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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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사라진 세상 - 인공지능은 인간의 쓸모를 어떻게 위협하는가> 이진우,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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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끙끙 앓으며 붙잡고 있던 작업을 인공지능이 단 몇 수십분 만에 매끄럽게 처리해 낼 때, 안도감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기묘한 허무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동안 공들여 습득하고 연마해 온 지식과 기술이 생각보다 대단치 않았던 것일까 싶기도 하고 이 속도라면 머지않아 인간에게 남겨질 고유한 몫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조금은 불안해지기도 한다. 이진우 교수의 『일이 사라진 세상』은 단순히 "어떤 직업이 살아남고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하는가"를 논하는 흔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 아니다. 저자는 앞으로 인류가 맞이하게 될 훨씬 더 난감하고 본질적인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는 듯 했다. 

"만약 일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와 필요성을 증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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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우리는 일을 지긋지긋해하면서도 삶의 거의 모든 것을 일에 투영하며 살아가게 된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월급뿐 아니라 자존감과 성취감, 사회적 관계망, 심지어 생체 리듬까지 모두 직업이라는 축을 중심으로 최적화되어 있다. 처음 만난 타인에게 자연스레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묻고, 명함 한 장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데 익숙하다. 이 책이 경고하는 AI 시대의 진짜 위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기술이 앗아가는 것이 단순히 고된 노동시간뿐이라면 축복이겠지만, 우리가 노동에 덧붙여놓았던 자아의 정체성과 사회적 존재 이유마저 통째로 대체해버리거나 삼켜버린다면 개개인의 삶은 순식간에 방향을 잃고 말 것이라는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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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아도 생계가 유지되고 하루 대부분을 자유 시간으로 누릴 수 있다면 인간은 마냥 행복해지기만 할까? 책은 한나 아렌트와 니체 등 철학자들의 사유를 빌려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곧장 진정한 자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역설을 짚어낸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고 사유해야 할지 훈련되지 않은 인간에게 넘쳐나는 시간은 축복이 아닌 또 다른 공허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창작이나 사유, 연대와 배움으로 시간을 채우기보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도파민성 숏폼 영상과 끊임없는 소비 속으로 우리의 삶은 무기력하게 침전되기 십상이다. 단 몇 분의 무료함조차 견디지 못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뒤적이는 현대인의 모습은 이미 그 디스토피아가 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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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던지는 '쓸모'에 대한 질문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AI가 인간의 쓸모를 위협한다는 공포의 기저에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오직 생산성과 유용성으로만 입증해야 한다는 자본주의적 믿음이 단단히 박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 벗어나야 할 대상은 육체적 노동 그 자체가 아니라, 언제나 쓸모 있는 존재여야만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강박 관념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보다 일을 월등히 잘해내지 못해도, 사회가 요구하는 생산성을 갖추지 못해도 한 인간의 삶은 그 자체로 온전히 존중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이 사라진 세계는 인간의 가치가 붕괴하는 종말의 시대가 아니라, 노동 바깥에서 인간의 가치를 새롭게 재정의해야 하는 거대한 전환기가 될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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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AI가 어디까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할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또 다른 형태의 낯선 일이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미래에 진정으로 요구되는 존재는 AI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인간이 아니라, 일하지 않는 순간에도 온전히 자신을 설명해 낼 수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누구와 관계를 맺으며, 늘어난 시간의 여백을 무엇으로 채우고 싶은지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다 읽고 나니, '쓸모'라는 거추장스러운 기준을 모두 걷어낸 뒤 내 안에 오롯이 남는 진짜 '나'를 발견하게 만드는 묵직한 철학적 담론이 담긴 무척 훌륭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은 다산북스(@dasanbooks)에서 제공받아 독서모임 진행을 했습니다.

at @yamongyamong_ss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chiwonna_bier @apureumdite @i_am_what_i_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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