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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멈추지 못할까 - 애착으로 읽는 중독의 심리학
주세진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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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멈추지 못할까 - 애착으로 읽는 중독의 심리학> 주세진, 흐름출판
🪤
중독이라는 단어는 보통은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극단적인 풍경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알코올, 도박, 마약처럼 자신과 주변을 파괴하는 심각한 일탈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비교적 중독에는 강한 사람이라 자부하며 여겨오며 살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마주하게 된 장면들은 뜻밖에도 너무나 일상적이고 친숙했다. 할 일이 잠깐 빈 틈을 견디지 못해 무의식적으로 집어 드는 스마트폰, 특별히 볼 것도 없으면서 몇 개의 앱을 습관적으로 순회하는 손가락, 잠자리에 누워서도 굳이 쇼츠나 릴스 하나를 더 넘겨보는 밤들. 이 모든 행동을 전부 중독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질문이 가슴에 무겁게 남았다. 나는 정말 원해서 이 행동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머무는 그 텅 빈 시간을 견디지 못해 붙들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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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독을 단순히 말초적 쾌락을 끝없이 탐닉하는 행동이나, 나약한 의지박약이 빚어낸 도덕적 실패로 보지 않는다. 저자가 바라보는 중독의 본질은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운 내면의 불편한 감정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부여잡는 과정이다. 그 대상은 비단 술이나 쇼핑, 게임 같은 유흥뿐만 아니라 과도한 일이나 강박적인 운동처럼 겉보기에 성실하고 건강해 보이는 행위조차 얼마든지 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건강한 몰입과 위험한 중독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 결은 완전히 다르다. 몰입은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하여 기쁨을 누리는 행위인 반면, 중독은 행동을 멈추었을 때 비로소 억눌려 있던 불안과 공허가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오는 상태를 뜻한다. 멈추었을 때 찾아오는 감정의 온도가 두 상태를 가르는 진짜 기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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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중독의 뿌리를 애착의 결핍에서 찾아냈다는 점이다. 힘들고 지칠 때 타인에게 다가가 속마음을 털어놓고 온기를 나누는 행위는 저절로 주어지는 본능이 아니다. 자신의 취약한 감정을 드러냈을 때 안전하게 수용받았던 경험, 위기의 순간에 손을 뻗어도 거절당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차곡차곡 쌓여야만 비로소 사람에게 건강하게 기대는 법을 익히게 된다. 반대로 혼자 모든 고통을 삼키는 데 익숙해져 버린 사람은, 안전하지 않은 타인 대신 언제든 내 뜻대로 통제할 수 있는 사물이나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법을 먼저 배운다. 그렇게 바라보면 누군가의 반복적인 집착은 왜 저것 하나 끊지 못할까라며 손가락질할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그 위태로운 행동이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기 위해 선택해야 했던 절박한 생존 전략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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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일상적인 행동을 유년기의 결핍이나 애착 손상으로 성급하게 환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날 달콤한 디저트를 찾거나, 좋아하는 드라마를 밤새 정주행하고, 재미있는 책에 빠져 몇 시간을 보내는 자연스러운 즐거움까지 모조리 병리적인 중독으로 몰아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주 하는가라는 외적 빈도가 아니라, 나와 그 대상 사이에서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짚어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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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난 뒤 무심코 무언가를 반복하려는 순간 가만히 멈춰 서서 생각을 정리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나는 이걸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가, 아니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어떤 생각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화면을 켜고 있는 걸까? 『왜 우리는 멈추지 못할까』는 무작정 욕망을 억누르고 참아내는 금욕의 기술을 가르치는 책이 결코 아니었다. 내가 대체 무엇을 견디지 못해 자꾸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지, 그 내면의 공허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음의 나침반 같은 책이었다.
* 이 책은 흐름출판(@nextwave_pub)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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