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만든 천재들 - 광기와 창조성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마리오 데 라 피에드라 월터 지음, 성소희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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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만든 천재들 - 광기와 창조성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마리오 데 라 피에드라 월터,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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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천재성은 종이 한 장 차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한 가지에 기이하게 집착하는 예술가들, 혹은 반 고흐나 도스토옙스키처럼 지독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은 이들의 서사를 접할 때면 우리는 이 오랜 클리셰를 별 의심 없이 수용하곤 한다. 마리오 데 라 피에드라 월터의 『뇌가 만든 천재들』은 예술가들의 삶과 뇌를 낭만적으로 덧칠해 온 이 익숙한 연결고리를 신경과학의 정교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놀라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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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도스토옙스키의 뇌전증부터 바실리 칸딘스키와 프란츠 리스트의 공감각, 프리다 칼로의 신체적 트라우마, 버지니아 울프와 실비아 플라스의 정신적 고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거장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이들의 병력을 추적해 "그러니까 이런 질환 때문에 천재가 되었다"는 식의 손쉬운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했다. 우울증을 겪는다고 해서 모두가 위대한 시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뇌전증이 도스토옙스키의 위대한 문학을 거저 만들어낸 것도 아닐 것이다. 유독 예술가의 고통 앞에서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해석하곤 했던 우리의 관성에 책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듯 했다. 중요한 것은 거장들이 고통 때문에 위대해진 것이 아니라, 지독한 고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예술로 바꾸어냈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특별했던 것은 상처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에게 일어난 비극을 자신만의 언어로 전환해 낸 능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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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이나 편측 무시처럼 뇌가 현실을 수용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대목들은 특히 흥미로웠다. 칸딘스키에게 음악과 색채가 분리된 감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의 추상화는 이전과 전혀 다른 인상으로 다가왔다. 정신병원에서 주변의 사소한 재료들을 모아 끊임없이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냈던 마르틴 라미레스의 일화 역시 인상 깊었다. 우리는 모두가 완벽히 같은 현실을 공유한다고 믿지만, 실은 각자의 뇌가 감각과 기억을 선별하여 저마다의 현실을 재구성해 낼 뿐이다. 예술이란 어쩌면 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은밀하고 독특한 차이를 바깥 세계로 꺼내어 보여주는 통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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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후반부에서는 기억과 망각, 꿈과 환각을 지나 AI의 창의성에 이르기까지 다루는 내용의 폭이 과감하다 싶을 정도로 넓어진다. 다루는 스펙트럼이 워낙 넓어 다소 급하게 지나간다는 느낌도 살짝 받았지만 기계가 사람보다 더 예쁜 그림과 아름다운 음악을 단숨에 만들어내는 시대에 인간의 창의성을 다시 정의하려는 책의 흐름은 매우 자연스럽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나니 천재란 결함 없는 완벽한 뇌를 선사받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물론 그런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다마는). 자신에게 들이닥친 고통과 상처를 끝내 자기만의 정직한 방식으로 표현해낸, 무척이나 다정한 사람들의 다른 이름이 '천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이 책은 흐름출판(@nextwave_pub)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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