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굿모닝 에디션) - 오늘이 끝나기 전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들
존 릴런드 지음, 최인하 옮김 / 북모먼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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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굿모닝 에디션) - 오늘이 끝나기 전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들> 존 릴런드, 북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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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스》 기자인 저자가 취재를 위해 뉴욕에 사는 85세 이상 노인 여섯 명의 삶 속으로 불쑥 걸어 들어와, 1년 동안 그들과 함께 숨 쉬며 기록해 낸 현실적이면서도 다정한 삶의 현장이 기록된 책이었다. 여든다섯을 넘긴 이들에 관한 책이다보니, 그들의 방으로 들어서면 예쁜 감성 에세이에 나올 법한 따스한 햇살만 반기지는 않는다. 잘 낫지 않는 관절의 통증, 약봉지가 가득한 식탁, 좁은 복도를 구르는 보행기의 마찰음과 요양원의 헐거운 침대가 책 속에서 등장하는 다소 익숙치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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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노년의 빈곤과 질병, 고립을 조명하는 차가운 사회적 기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취재의 흐름은 전혀 뜻밖의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몸은 서서히 마비되고 가까운 이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데도, 이들은 대체 무엇으로 오늘 하루를 견디고 심지어 미소 짓는가를 주안점에 두고 쓰여진 책이었던 것이다. 심장질환과 당뇨로 병원과 재활원을 오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며 눈을 반짝이는 프레드가 있는가 하면, 남편과 아들을 차례로 잃은 참혹한 슬픔 속에서도 스스로를 위로하는 주도권을 결코 남에게 넘겨주지 않는 핑이 있다. 요양원이라는 제약된 울타리 안에서 뒤늦게 설레는 사랑을 시작한 헬렌이나,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다가올 죽음보다는 오늘 당장 써 내려갈 글과 영화에 마음을 쏟는 요나스의 일상은 삶을 향한 열망이 얼마나 고집스러운 것인가를 증명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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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서사를 따라가며 가장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도움을 받는 법'이었다.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자기 몫을 스스로 해내는 것만이 어른의 태도라고 배운다. 타인의 호의를 받으면 마음 한구석에 빚이 쌓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지고 도움을 청하는 일을 스스로의 무능이라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내겠다는 고집은 타인과의 깊은 연결을 거부하는 벽이고 고립으로 향하는 지름길에 불과하다. 누군가가 나를 도울 수 있도록 내 옆 자리를 내어주는 일, 그 고마운 호의를 받아들인 뒤 내가 할 수 있는 조그만 온기로 되돌려주는 것 역시 서로를 잇는 다정한 사랑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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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노인들은 가혹한 현실을 무작정 긍정의 힘으로 포장하는 무책임한 낙천주의자가 아니다. 아픈 몸은 여전히 괴롭고 외로움은 좋은 생각 몇 번으로 쉽게 가시지 않는다. 다만 이들은 쇠약해진 몸을 '실패'라 부르며 자책하는 대신, 지금의 조건 안에서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낼 줄 안다.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문제와 통증을 곁에 둔 채로도, 그들은 포도 한 접시를 비우고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친구와 싱거운 농담을 나누는 삶의 기술을 발휘한다. 타인의 노년을 취재하러 갔다가 30년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자신의 삶과 늙어가는 어머니를 다시 돌아보게 된 저자처럼, 이 기록은 타인의 생을 깊이 들여다보며 스스로 더 다정한 인간이 되어가는 사람의 여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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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면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오늘을 살아내는 실재하는 감각으로 다가오는 것만 같다. 아마 우리 역시 인생에서 대단한 과업을 이루기보다는, 그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창밖을 바라보는 평범한 순간이 더 소중한 날이 많을 것이다. 좋은 날과 나쁜 날이 얼룩덜룩 섞여 있더라도, 그 어수선한 일상을 껴안으며 "이만하면 참 괜찮은 삶이었다"라고 나지막이 고백할 수 있는 용기. 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내가 아직 손닿을 수 있는 작은 온기들을 조금 더 오랫동안,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 이 책은 북로망스(@_book_romance)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출판사 : @_book_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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