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테이프
전건우 지음 / &(앤드)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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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테이프> 전건우, &(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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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테이프를 생각하면 음악보다 효과음과 촉감이 먼저 떠오른다. '찰칵' 하고 들어가는 재생 버튼의 묵직한 감촉, 본격적인 멜로디가 나오기 전 '스으으-' 하며 흐르는 희미한 잡음, 그리고 테이프가 기계 안에서 돌아가는 특유의 사각거림까지...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풀린 테이프를 열심히 돌려 감던 시절에는 그 모든 소리가 꽤나 낭만적으로 들렸다. 하지만 전건우 작가는 이 오래되고 낡은 소품의 성격을 슬쩍 뒤집어, 다시는 카세트테이프의 재생 버튼을 함부로 누르지 못하게 만들 무서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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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믹스테이프』는 민간조사원 나승우와 조수 지미소가 거액의 의뢰를 받으며 시작된다. 그들이 찾아야 하는 건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다는 정체불명의 검은 카세트테이프다. "그 노래를 들으면 죽는다"라는 뻔하디뻔한 도시괴담이 따라붙는 물건. 머리 굵은 어른이라면 콧방귀를 뀔 허황된 이야기지만, 의뢰인이 제시한 액수와 단호한 태도는 도저히 농담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이번에 접한 샘플북에는 세 개의 트랙(챕터)이 담겨 있었다. 본격적인 사건이 터지기도 전인데 벌써 오싹오싹한 감정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평범한 일상의 소음에 아주 미세한 불협화음을 섞어 넣는듯한 작가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기척이 밤마다 반복되고 머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서서히 일상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면서 독자는 나승우와 함께 자연스럽게 오컬트의 세계로 스르륵 미끄러져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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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글이 술술 거침없이 읽힌다. 나승우와 지미소가 주고받는 능청스러운 티키타카 덕분에 분위기가 마냥 무겁게 가라앉지도 않고 서사는 쓸데없는 곁가지 없이 질주한다. 그래서 더욱 방심하기 십상이다. 가벼운 농담에 피식 웃으며 페이지를 넘기다가도, 돌연 냉랭해진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에서 방금 읽은 문장을 몇 번이나 되짚어보게 된다. 특별히 잔인한 묘사가 없는데도 머릿속에서 시각적 이미지가 멋대로 조립되는 건, 작가가 공포를 다루는 솜씨가 그만큼 능숙하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억지로 겁을 주는 게 대신, 독자 스스로 가장 불길한 다음 장면을 상상하게 만드는 방식이 정말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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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하필 제목이 '믹스테이프'일까? 믹스테이프는 누군가가 수많은 노래 중 굳이 몇 곡을 골라 순서까지 공들여 배치한 극히 사적인 기록이다. 그 테이프에 우연히 담긴 건 절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검은 테이프 속에 담긴 소리 역시 철저히 의도된 녹음인 걸까? 대체 누가, 무엇을 위해 그 소리를 테이프 속에 가두어두었는지, 그리고 그 테이프를 찾는 자는 과연 무엇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 건지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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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북은 가장 감질나고 궁금한 대목에서 아쉽게도 막을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귓가에 맴도는 불길한 소음은 좀처럼 꺼지지 않는 느낌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 괴담이 어떤 서글픈 사연과 맞물려 있을지, 인간의 탐욕이 저주를 어디까지 증폭시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한여름 밤, 방 안의 불을 다 끄고 혼자 읽기에 이만한 책이 또 있을까? 에어컨 없이도 오싹오싹 할 것 같다. 다만 책을 다 읽고 난 뒤, 서랍 구석에서 낡은 카세트테이프가 제멋대로 돌아가는 환청이 들린다 할지라도 그건 독자의 몫일 것이다.



* 이 책은 넥서스북(@nexusbooks)으로부터 샘플북을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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