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민, 왜 청년은 지방을 탈출하는가
이현택 지음 / 메이킹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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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민, 왜 청년은 지방을 탈출하는가> 이현택, 메이킹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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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을 떠나 상경한 청년들에게 우리는 이런 질문을 쉽게 던지곤 한다.

"왜 고향을 떠났어? 더 좋은 직장을 찾아서? 화려한 서울 생활을 동경해서? 서울에 기회가 더 많아서?"

하지만 이 책은 질문이 번지수부터 틀린 질문이라 꼬집는다. 청년에게 왜 떠났느냐고 다그치기 전에, 국가 차원에서 지방에서도 평범하게 살아갈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해 주었는지부터 따져 물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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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돈 단어는 역설적이게도 ‘선택’이었다. 많은 수험생들이 이른바 '인서울' 대학을 갈망하고 있다. 밥벌이를 위해 경기권에라도 입성해야 하며, 결혼 후에는 아이를 보낼 소아과와 학교를 찾아 고향행 티켓을 찢어버린다. 노후에는 좋은 병원과 가까이 지내야 하기에 더더욱 수도권에 머물러야 한다. 하나씩 쪼개어 보면 다 개인이 내린 자발적 결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십 년간 수백만 명의 청년이 똑같은 궤적으로 움직였다면, 이걸 과연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건 그냥 생존을 위한 강요된 선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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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입안자들은 흔히 지방에 산업단지 하나를 툭 던져두거나 일회성 정착금을 쥐여주면 청년들이 돌아올 거라 믿는다. 나 역시 일터에서 '지역 균형 발전' 같은 그럴듯한 명분이 적힌 정책 자료들을 접할 때마다 늘 기묘한 괴리를 느끼곤 했다. 문서 안의 화려한 청사진과 달리 실제 행정은 대개 번지르르한 건물 올리기나 예산 쪼개기 선에서 멈추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축제 유치나 일회성 현금 지원으로는 청년의 삶을 붙잡을 수 없다고 일침을 가하는 대목이 유난히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사람은 지원금 몇 푼을 따라 평생의 거처를 정하지 않는다. 아플 때 갈 제대로 된 병원이 있는지, 교통편은 잘 마련되어 있는지, 퇴근 후의 삶을 채워줄 문화가 존재하는지, 무엇보다 이 지역에 남는 선택이 '도태'나 '체념'으로 여겨지지 않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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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제시하는 ‘지리적 프리미엄’과 ‘플랫폼 식민지’라는 개념은 현 상황을 꽤 진단하고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에 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온갖 정보와 기회를 독점하는 사회. 지방에서 땀 흘려 번 돈과 소비가 결국 서울 본사의 대형 플랫폼과 대기업으로 고스란히 빨려 들어가는 빨대 효과. 이 악순환 속에서 인스타용 힙한 카페 몇 군데와 관광 명소를 만든다고 지역 경제가 살아날 리 만무하다. 지방을 수도권의 '값싼 대안' 정도로 취급하는 한,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저자가 말하는 ‘하이엔드 로컬’ 역시 지역을 시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지 말고, 그곳에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와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현실적인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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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고향을 미워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다. 남아 있는 동안 감당해야 할 불편과 기회비용이 너무 무거워서 도망치는 것이다. 지역 애착심을 증명해 보라며 청년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기 전에, 그곳에서도 평범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안전망을 깔아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일 것이다. 결국 이 책의 제목에 있는 ‘특별시민’은 특별시에 사는 이들을 향한 얄팍한 시샘이라 보기 어렵다. 거주하는 지역의 위도와 경도에 따라 누릴 수 있는 기본권과 가능성의 크기가 뒤틀리는 이 기이한 사회를 향한 서글픈 질문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도시에 살든 일자리와 교육, 의료의 기회가 상식적인 수준에서 보장되는 나라. 그것이 과연 대단한 혜택이라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러한 일종의 '혜택' 당연한 '일상'이 될 때, 비로소 청년들에게 떠나지 말라고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 이 책은 메이킹북스(@_makingbooks)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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