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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보이 - 2014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작 ㅣ 민트라임 3
빈스 바터 지음, 양병헌 옮김 / 라임 / 2026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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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보이> 빈스 바터, 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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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잘한다는 건 무엇일까? 대개는 막힘없이 유창하게 말하거나 상대의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좋은 목소리와 톤으로 세련된 어휘를 구사할 줄 안다는 것은 정말 출중한 능력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속도나 유창함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 같다. 서투르더라도 끝까지 자기 마음을 전하려는 태도 역시 큰 비중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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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 바터의 『페이퍼보이』는 말을 심하게 더듬는 열두 살 소년 빅터가 친구를 대신해 한 달 동안 신문 배달을 하며 겪는 이야기다. 낯선 집 앞에 신문을 던지고 금요일마다 수금을 하러 다니는 일은 평범한 아이들에게는 사소한 심부름이지만 빅터에게는 매번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말문이 막힐 때마다 흐르는 어색한 공기, 그리고 나를 미처 설명하기도 전에 오해부터 받고 마는 상황을 매일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는 빅터가 말더듬는 습관, 혹은 약점을 단숨에 극복해야 할 결함으로만 다루지 않는다. 빅터가 어느 날 아침 짜잔하고 마법처럼 말을 잘하게 되지도 않고, 또 빅터를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영웅처럼 그려지도 않는다. 소설은 그저 한 아이가 자기 안의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어떻게 대면해 나가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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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배달은 소년이 세상과 만나는 작은 통로가 된다. 그 길 위에서 빅터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스피로 아저씨를 만나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견디는 맘의 삶을 목격한다. 자신의 상처만으로도 벅찼던 빅터가, 타인의 결핍과 슬픔을 마주하며 조금씩 세계의 지평을 넓혀간다. 성장이라는 건 어쩌면 대단한 무언가를 성취하는 일이기 이전에 내 상처의 바깥에도 누군가의 삶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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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속에서는 '기다려 준다'라는 행위가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한다. 우리는 대화 중에 상대가 머뭇거리거나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하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쉽게 말을 가로채곤 한다. 대신 문장을 끝내주고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대화로 넘어가 버린다. 친절이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어쩌면 상대가 말할 기회를 빼앗는 일이었을 수도 있음을 이 소설은 덤덤하게 짚어낸다. 스피로 아저씨가 빅터의 막힌 말문을 재촉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주던 장면이 유독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그래서인 것 같다. 단순히 조언과 충고랍시고 자기가 주저리 주저리 떠드는 사람보다는 타인이 자기 속도로 문장을 마칠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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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거에 매일 아침 현관 앞에 놓이는 신문지처럼 조용히 마음에 스며드는 책인 것 같다(요즘에는 현관 앞에 신문이 놓이는 광경을 거의 보지 못하지만 말이다). 말이 늦다고 해서 마음의 깊이까지 얕은 것은 아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세상에 전하기 위해서는 그 소리를 기꺼이 기다려주고 들어줄 다정한 귀가 필요하다. 책을 덮고 나니 다시 한 번 느꼈다. 그저 말을 유창하게 하는 사람도 좋지만, 그보다 먼저 상대의 서툰 문장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 이 책은 영화사 출판사 라임(@lime_pub)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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