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심 ㅣ 저스트YA 16
윤슬빛 지음 / 책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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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심> 윤슬빛, 책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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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에는 왜 '결정'이 아니라 '결심'이란 단어를 썼을까? 결정이 머리로 이익과 손해를 저울질하는 선택이라면 결심은 마음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다짐이라는 느낌이니 말이다. 더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내 삶의 운전대를 남의 손에 쥐여주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단단한 말처럼 느껴지는 단어, '결심'. 책을 덮고 나니 이 제목이 처음보다 훨씬 묵직하게 마음에 남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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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는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품은 아이다. 가까운 관계 안에서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었고 그 아픔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오랜 시간 혼자 버텨왔다. 소설은 주하가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날들, 도망쳐야 했던 나날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일상을 연기하는 데 얼마나 지독한 에너지가 드는지를 담담하게 뒤쫓는다. 주하의 시간이 너무 조용해서 그 고요함이 도리어 비명처럼 아프게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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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주하를 단번에 구원해 주는 백마 탄 초인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인 것 같다. 다정한 큰엄마가 있고 손을 내밀어 준 친구들이 있고 '둥우리'라는 작은 아지트가 생기지만, 결국 자기 삶의 영토를 향해 발을 내딛는 건 주하 자신이다. 주변의 좋은 사람들은 곁에 서서 온기를 나눠줄 순 있어도 주하의 입을 대신 열어줄 수는 없다. 결국 산다는 건 자기 몫의 문장을 스스로 써 내려가는 과정일테니. 주하가 자기 방을 되찾고 글을 써 내려가는 대목이 유독 마음 속에 오래 남는다. 자기만의 방은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다. 한동안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조차 유배당했던 아이가 자신의 이름과 언어를 찾아 돌아오는 여정은 조용하지만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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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을 읽다 보면 아이들의 세계를 훔쳐보다가 되레 어른인 내가 호되게 야단맞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주하에게 필요했던 건 대단한 해결책을 쥐여주는 척척박사 어른들이 아니었던 것 같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함부로 캐묻지 않되 끝내 시선을 돌리지 않는 그런 어른이 필요했던 것 같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그런 어른이었을까? 책장을 덮고 나서도 이 질문이 목에 걸려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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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결말은 상처를 깔끔하게 극복했다는 식의 흔한 해피엔딩으로 뭉뚱그리지 않는다. 어떤 비극은 평생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슬픔은 삶의 지울 수 없는 괄호로 남는다. 다만, 그 고통의 괄호를 품에 안은 채 다음 문장으로 걸어 나갈 수는 있을 것이다. 주하의 결심이 눈부신 건 아마도 이 아이가 온몸이 덜덜 떨릴 만큼 무서우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차마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이 꼭 필요한 이들의 손에 조용히 쥐어지기를 바란다. 주하처럼 오랜 시간 해야할 말을 삼켜왔을 누군가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 이제 다시 네 삶을 살아도 돼"라고 다정하게 등을 쓸어내리는 작은 손길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 이 책은 책폴 출판사(@jumping_books)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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