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
남은주 지음 / 창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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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 남은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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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누군가에게는 한 주의 일과를 마치고 주말의 쉼을 기다리는 시간일 것이다. 누군가는 그 시간에 맥주 한 캔을 따고 넷플릭스를 켜서 콘텐츠를 즐기는 시간일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이 지구상 어딘가에 사는 누군가에게는 금요일 밤이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공공기관의 문이 닫히고, 담당자는 퇴근하고, 전화를 걸어도 “월요일에 다시 연락하라”는 말밖에 들을 수 없는 시간. 문제는 사람의 삶이 반드시 국가의 행정 시스템에 잘 맞춰져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가 아프거나, 머물 곳이 사라지거나, 당장 해결해야 할 서류 문제가 생기는 일이 절대 주말에 터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청할 곳이 사라진다면 어떤 사람의 금요일 밤은 유난히 길고 괴로울 것이다.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라는 책의 제목만 봤을 땐,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추적하는 르포나 스릴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니 알 수 있었다. 이 제목이 품고 있는 것은 범죄의 긴장감이 아니라 삶의 절박함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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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작가는 18년 동안 기자로 살다가 베를린으로 건너간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사춘기 딸과 함께. 그리고 그곳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난민 공동숙소의 실습생으로 일하게 된다. 한때는 질문하는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낯선 언어와 제도 앞에서 작아지는 이주자가 된다. 한국에서는 취재하고 질문하고 기록하는 사람이었지만, 독일에서는 언어도 제도도 낯선 이주자가 된다. 저자가 난민 공동숙소에서 실습하며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연이 깊었다. 전쟁을 피해 온 가족, 불 꺼진 학교 주변을 맴도는 아이들, 극우 정당의 득세 속에서 불안해지는 여성들, 먹어줄 사람도 많지 않은 고향 음식을 매주 만드는 노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 사람들은 약하지만 무력하지는 않았다. 국가가 충분히 돌보지 못한 자리에서, 사람들은 서로 연대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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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거창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그저 갓 지은 밥 냄새가 솔솔나는 책이랄까? 말이 안 통하면 손짓을 하고, 눈빛을 주고받고, 통역기를 켠다. 누군가의 음식을 먹는 일, 이름을 불러주는 일, 사정을 끝까지 들어보는 일. 그런 일들이 사실은 누군가가 고달픈 삶을 버틸 수 있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돌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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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책 속에는 따듯한 장면만 있지는 않았다. 차별과 혐오는 너무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심지어 차별은 조용하고 은밀하기까지 했다. 차별은 아주 예의 바르고, 배제는 행정적인 얼굴을 하고 나타날 때도 있었다. “절차상 어렵다”라는 말, “조금 더 기다리라”는 말, “저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다”라는 말 속에 차별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도 독일은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한국의 상황 역시 연상되었다. 우리도 이미 다양한 언어와 얼굴이 함께 사는 사회가 되었는데, 마음은 아직 한참 뒤처져 있는 건 아닐까하는 질문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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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금요일 밤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것 같기도 했다. 내가 쉬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도움을 청할 곳을 찾고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그들의 고단한 금요일 밤이 길지 않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것 밖엔 없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다정하고 친절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같은 피가 흐르는, 같은 DNA를 공유하는 인간이라는 종이니까... 멀리 베를린에서 온 이야기에서 시작하는 책이지만 결국 우리에게 돌아와 되묻는 책이었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언제까지 그저 낯선 사람으로만 두고 있을 것인지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 이 책은 창비(@changbi_insta)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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