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
이인열 지음 / 온프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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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 이인열, 온프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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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설 혹은 추리소설을 읽을 때 나는 보통 ‘범인이 누구인가’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그 사람을 어떻게 범인으로 증명할 것인가가 훨씬 중요했다. 초반부터 의심스러운 인물은 분명히 보이는데 심증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력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결국 수사는 영화처럼 단숨에 치고 나가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닌가보다. 저자가 실제로 베테랑 수사관이었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보니 생동감이 넘치면서도 마음이 조금은 아프기도 했다. 수사는 지워진 흔적과 비협조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아주 작은 단서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 일이라는 걸 이 책은 실감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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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5년 강남 오피스텔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라고 한다. 제목의 408은 사건이 벌어진 오피스텔 호수이고... 한여름 아침, 112로 걸려온 다급한 신고 전화. 그리고 현장에서 발견된 결혼을 앞둔 여성의 죽음과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 시작부터 사건은 끔찍하지만 책은 그 자극적인 사건에만 주목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건이 벌어진 뒤, 형사들이 무엇을 하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읽다 보면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긴 수사 기록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주자들을 일일이 조사하고, 구강 세포를 채취하고, 얼굴 사진을 확보하고, 지방까지 내려가 사람을 만나고, 욕을 먹으면서도 다시 묻고 확인하는 과정들이 꽤 자세하게 소설 속에서 묘사된다. 실제 수사는 훨씬 지루하고 고된 반복에 가까운 것 같다. 누군가를 의심하면서도 티 내지 않아야 하고, 범인일지도 모르는 사람과 계속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일이라니... 생각만 해도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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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수사관이 쓴 소설이라 그런지 이런 부분의 현실감과 생동감이 확실히 느껴졌다. 상부의 압박, 팀 간 경쟁, 특별 승진을 둘러싼 분위기 같은 것도 경찰들의 이야기를 옆에서 전해 듣는 느낌이 났다. 형사들도 사람이고, 조직 안에서 움직이는 직장인이라는 점이 느껴졌다. 동시에 그럼에도 사건을 놓지 않고 집요하게 추적하는 전문직의 사람들이라는 것도 느껴졌다. 휴가를 반납하고, 집에 못 들어가고,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도 현장을 다시 확인하는 사람들. 이런 장면들을 보다 보니 '경찰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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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책이 참 마음에 들었던 건 범인에게 쓸데없는 사연이나 서사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어떤 범죄소설은 범죄자의 내면을 파고들면서 독자가 그를 이해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범죄자는 그냥 범죄자다. 피해자의 삶이 사라졌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 앞에서 누군가는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는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책에 들어 있는 ‘몰가드’ 책갈피도 꽤 독특했다. 삽화 위에 대면 숨겨진 단서가 보이는 방식인데, 그냥 재미 요소로만 붙어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독자가 잠깐이나마 수사에 참여하는 기분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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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반전이나 속도감 있는 전개를 추구하는 작품은 아니었다. 대신 이 책에는 실제 사건에서 비롯된 무게와, 그 사건을 끝까지 따라간 사람들의 집요함이 녹아 있었다. 다 읽고 나니 범인을 잡는다는 일이 단순히 통쾌한 결말로 가는 과정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려는 일. 이 책은 그 과정을 꽤 묵직하게 보여준다.



* 이 책은 온프북스(@onpbooks)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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