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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 & 버건디 - 지극히 현실적인 와인 페어링
바네사 프라이스.아담 라우쿠프 지음, 이유림 옮김 / 청담숲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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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 & 버건디 - 지극히 현실적인 와인 페어링> 바네사 프라이스 · 아담 라우쿠프, 청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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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와인을 무척 좋아한다. 그렇다고 와인에 대해 아주 잘 아는 편은 아니다. 다른 술과 달리 와인은 종류도 너무 많고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라 자주 마시는 몇몇 와인만 알 뿐 잘 알지는 못한다. 또 와인을 마실 때 마다 매번 제대로 갖추고 근사하게 마시는 편은 아니다. 와인잔을 돌리며 향을 오래 분석한다거나, 생산자와 빈티지를 술술 말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맛있는 음식 앞에 와인 한 잔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정도...? 그래서인지 늘 궁금했다. 와인은 꼭 스테이크나 치즈, 파인다이닝 같은 단어들과만 어울려야 하는 걸까? 집에서 먹는 햄버거, 과자, 짜파구리, 떡볶이와도 와인은 잘 어울릴 수 없을까?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 아주 유쾌하게 대답하는 책이다. 제목부터 이미 빅맥과 버건디다. 처음에는 약간은 장난스럽게 느껴지는 책의 제목이었지만, 막상 책을 읽다 보면 저자들이 꽤나 진지한 제안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름진 패티와 소스, 피클의 산미, 빵의 고소함을 하나씩 뜯어보고 거기에 어울리는 와인을 연결해 설명해준다. 단순히 “이 음식엔 이 와인이 좋아요” 하고 끝내지 않고 왜 그런 조합이 가능한지 납득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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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와인을 어렵게 다루지 않는다. 알코올, 타닌, 산미, 당분 같은 기본 요소도 나오고 와인 스타일이나 라벨 읽는 법도 설명하지만 교과서처럼 딱딱하지 않다는 점이 좋았다. 오히려 “오늘 내가 먹을 음식에 어떤 와인을 곁들이면 재밌을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한다. 치토스에 상세르, 크리스피크림 도넛에 크레망 드 부르고뉴, 채끝 짜파구리에 아메리칸 진판델 같은 조합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는 내가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맛의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미국을 기준으로 쓰여진 책이라 낯선 음식과 와인도 꽤 나온다. 어떤 부분은 한국 독자 입장에서는 바로 따라 하기는 어려울 것 같기도 했고, 와인 초보라면 생소한 품종과 지역 이름이 무척이나 낯설기도 할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의 재미는 꼭 그대로 따라 하는 데 있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비슷한 맛의 구조를 생각해보고 내 식탁에 맞게 상상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짭짤한 음식에는 어떤 맛과 향미의 와인이 좋을지, 기름진 음식에는 와인의 어떤 특성이 입안을 정리해줄지, 매콤달콤한 양념과 와인의 어떤 과실감이 어울릴지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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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보너스 챕터가 있어서 참 반가웠다. 소고기 비빔밥, 채끝 짜파구리, 떡볶이, 돈가스, 새우깡 같은 음식이 등장한다. 와인은 멀리 있는 술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런 커스터마이징된 부분이 아주 좋았다. 저자들의 정성과 성의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퇴근 후 대충 차린 저녁, 주말에 시켜 먹는 배달 음식, 편의점에서 산 과자에도 와인 한 잔을 붙여볼 수 있다는 생각이 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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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에는 어느정도 규칙은 있어도 완벽한 정답이 없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이상한 조합이 다른 사람에게는 의외의 발견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실제로 맛보고 느낀 경험과 감각일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와인을 공부하기 위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와인을 가지고 놀게 만드는 책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실패해도 괜찮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을 한번쯤 시도해봐도 괜찮다고 말해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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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고 나니 우리집에 몇 병 안되는 와인이 보관된 장식장과 이런 저런 음식이 저장된 냉장고를 열어보고 싶어졌다. 오늘 먹을 음식에 맞춰 와인을 고르는 일도 좋지만, 이미 집에 있는 와인에 어울릴 만한 음식을 찾아보는 일도 재미있을 것 같다. 와인을 더 우아하게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볍게, 그리고 내 방식대로 즐기기 위해 도움을 주는 그런 재밌는 책이었다.
* 이 책은 상도덕서평클럽(@f83_project)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출판사 : 청담숲(@cheongdams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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