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찾아온 손님 ㅣ 그늘 단편선 4
박규민 지음 / 그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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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온 손님> 박규민,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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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봤을 때는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가 담긴 책인가 싶었다. 밤, 손님, 검은 표지까지 요즘 유행하는 호러 장르의 소설 느낌? 이 조합이면 일단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하지만 책을 막상 읽어보니 귀신 보다 더 무서운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다. 정확히는, 내가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람의 낯선 얼굴에서 오는 두려움을 담은 책이랄까? 책에는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연인 사이를 다룬 〈소꿉〉, 가족 사이를 다룬 〈소등〉, 친구와의 과거 일을 다룬 〈피식자의 만찬〉. 세 이야기는 분위기도 다르고 벌어지는 사건도 다르지만, 읽다 보면 결국 같은 질문으로 수렴된다. 나는 정말 저 사람을 잘 알고 있는걸까?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얼굴로 보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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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읽은 〈소꿉〉은 연인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오래 만나고 사랑한다고 해서 상대를 다 아는 건 아니라는 걸 꽤나 서늘하고 꿉꿉한 서사를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구석이 있다. 하지만 연인은 그 구석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문제는 실제를 마주하는 순간, 이전처럼 사랑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단편을 읽고 나니 단지 아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 꼭 같은 방향을 향해 가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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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야기를 다룬 〈소등〉은 조금 더 불편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가족이라는 말은 많은 것을 그냥 덮어버린다. 미안하다는 말도, 싫다는 말도, 두렵다는 말도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뭉게고 넘어가는 말이 되기 쉽다. 그런데 그렇게 미뤄 둔 것들은 결코 사라지는 건 아닐 것이다. 불이 꺼지고,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은 사람과 마주해야 할 때, 그동안 눌러두었던 감정들이 슬금슬금 올라와 벌어지는 이야기. 이 이야기는 그런 순간의 분위기를 잘 잡아내는 작품이었다. 숨이 좀 막힐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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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피식자의 만찬〉이 제일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학창 시절 폭력을 보고도 모른 척했던 사람의 이야기다. 학폭에 가담하지는 않았다 해도, 방관자로서 그쳐버린 태도에 늘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방관자은 참 애매하다. 자기 손에 피를 묻힌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학폭으로부터 자유롭고 깨끗한 손을 가졌다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이 단편은 그 찝찝한 지점을 아주 노골적이면서도 묘하게 기분나쁜 방식으로 밀어붙인다. 제목이 왜 〈피식자의 만찬〉인지 알고 나면 속이 좀 매스껍다(좋은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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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이 엄청나다거나, 사건이 휘몰아친다거나, 문장이 유난히 수려한 느낌의 책은 아니다. 대신 읽다 보면 조금씩 기분이 묘하게 이상해진다. 평범한 사람들, 평범한 관계, 평범한 말들 사이에서 균열이 생기는 이야기. 그리고 그 틈으로 인물들의 민낯이 보이는 이야기이다. 나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지만, 어떤 순간에는 비겁하고, 어떤 순간에는 이기적이고, 어떤 순간에는 너무 쉽게 남의 불행을 지나친다. 이 책은 나에게도 “너는 정말 아니야?” 하고 묻는 것 같다. 귀신보다 사람이 무섭고, 낯선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싶다.



* 이 책은 그늘(@geuneul_book)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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