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곡미풍 -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위화 지음, 백도라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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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미풍 -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위화,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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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작가의 작품을 떠올리면 먼저 생각나는 건 ‘담담함’이다. <인생>이나 <허삼관 매혈기>와 같은 작품을 읽을 때도 그랬다. 삶은 너무 가혹하고 아픈데, 위화 작가는 그러한 고통 앞에서도 울부짖거나 몸부림치는 느낌이 들지 않는 글쓰기를 한다. 가끔은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툭 건네는 문체가 무심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더 인상적인 작가가 아닌가 싶다. 이 책 <산곡미풍>은 그런 위화 작가의 조금은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었다. 소설을 쓰는 작가 위화가 아닌, 한때 장난 많던 소년이었고, 부모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아버지가 된 사람 위화가 담긴 책이었다. 책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 병원에서 보낸 시간, 바다를 보러 갔던 날, 치과의사로 일하던 시절, 아들이 태어나고 자라던 순간들이 느릿느릿 이어진다. 소소한 삶을 다룬 책이지만 읽다 보면 종종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들이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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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어린 시절은 마냥 낭만적이지도 않았고, 가족의 기억도 무조건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러한 시간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는 묘한 애정이 서려 있는 것만 같았다. 지나간 일를 후회로 묻거나 미화로 정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의 나와 그때의 사람들을 지금의 내가 다시 한번 만나보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과거의 삶을 기억하는 것은 다시 한번 사는 것과 같다”라는 문장의 여운이 길게 남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별것 아닌데도 이상하게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장면들이 좀 있다. 여름 밤 천문대 캠프에서 쏟아지는 별을 바라봤떤 기억, 가족과 놀러갔던 계곡에서 느꼈던 차가운 물의 감촉, 돌이켜 생각하면 조금 쓸쓸했던 순간들까지도. 그런 기억들은 평소에는 거의 잊고 살다가도 약간의 계기만 마련되면 머릿속에서 갑자기 되살아나곤 한다. 이 책 역시 머릿속에서 과거를 재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잠깐 창문을 열었을 때 들어오는 바람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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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문집 속 위화 작가의 글은 생각보다 유머러스하고 다정하다. 그리고 그 다정함은 삶이 원래 그렇게 기쁘고 슬프고 우스꽝스럽고 어이없는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조용히 인정하는 데서 오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위화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이 조금 더 가까워지는 기분도 들었다. 그 인물들을 만들어낸 사람이 어떤 기억과 시간 속에서 살아왔는지 조금은 엿본 것 같아서 그런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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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처럼 세게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처럼 천천히 마음을 시원하고 포근하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산들바람이 지나간 뒤에는 마음 한쪽이 조금 환해지는 기분도 느껴진다. 바쁘게 앞으로만 가느라 잊고 있던 시간들을, 아주 잠깐이라도 다시 살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 이 책은 푸른숲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pruns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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