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은 왜 분노하는가 - 우리가 서로를 적이라 믿게 만드는 마음의 함정
커트 그레이 지음, 제효영 옮김 / 김영사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나와 당신은 왜 분노하는가 - 우리가 서로를 적이라 믿게 만드는 마음의 함정> 커트 그레이, 김영사



😡

바야흐로 정말 분노가 만연하는 세상이 도래한 것 같다. 뉴스를 봐도, SNS를 봐도, 심지어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주 화가 나 있는 듯 하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떤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아주 사소한 말투 하나 때문에도 우리는 쉽게 상대를 판단하고 미워한다. 가끔은 나 역시 그렇다. 내가 화를 내는 이유는 내가 옳기 때문이고, 상대가 틀렸기 때문이라고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참 반가운 책이 나왔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를 ‘정의감’보다는 ‘위험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찾아 낸다. 사람은 자신이나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무언가가 위협받고 있다고 느낄 때 화를 낸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거의 자동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고, 그 구도 안에서 세상을 판단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 매우 통찰력있는 책의 내용에 감탄했다.


😡

이러한 관점이 흥미로운 이유는, 우리로 하여금 분노를 또 다른 방식으로 보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흔히 상대가 비도덕적이거나 무지해서 나와 다르게 생각한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상대 역시 나름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지키려 하는 사람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가장 큰 위험으로 느끼고, 누군가는 차별과 혐오를 더 큰 위험으로 받아들인다. 누군가는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누군가는 권력이 약자를 짓누르는 상황을 더 두려워한다. 결국 같은 현실을 보고도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이유는, 우리가 보고 있는 ‘위험’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

나 역시 어떤 주장이나 태도를 마주하면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생각하지?”라고 쉽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러한 말 속에는 어쩌면 “나는 더 합리적이고, 저 사람은 덜 생각한다”라는 오만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내 속에 전제되어 있던 그런 자만심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 책이 상대를 무조건 이해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또 아니다. 모든 의견이 똑같이 옳다는 하나마나 한 양시론을 펼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상대가 무엇을 해롭다고 느끼는지, 무엇을 지키고 싶어 하는지 먼저 보자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팩트만으로는 사람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흔히 정확한 자료와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면 상대가 생각을 바꿀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사람은 사실보다 먼저 자신의 경험, 불안, 소속감, 가치관을 통해 세상을 해석한다. 그래서 데이터는 때로 설득의 도구가 아니라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요즘의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들도 그렇다. 정보를 몰라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서로 다른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에 싸우는 것일지도...


😡

화가 잔뜩 난 사람에 대해 이제는 이런 질문을 던져봐야 겠다. "저 사람은 무엇을 위험하다고 느끼는 걸까?"라고 말이다. 누군가의 분노 뒤에 숨겨진 두려움은 무엇인지, 그러한 불안이 무엇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세상은 이미 충분히 시끄럽고, 우리는 너무 쉽게 서로를 미워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 시대에 이 책은 조금 느린 태도를 권한다. 바로 판단하지 말 것. 상대를 악으로 단정하기 전에, 그가 무엇을 해롭다고 느끼는지 생각해볼 것. 그리고 나의 분노 역시 언제나 완벽하게 정의로운 것은 아닐 수 있음을 인정할 것. 쉽지는 않지만,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는 그러한 포용력과 겸손함일지도 모르겠다.



* 이 책은 김영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gimmyoung


#나와당신은왜분노하는가 #커트그레이 #김영사 #서평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