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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 아이들의 핏값으로 세워지는 위대한 AI 인프라
김가람 지음 / 문학수첩 / 202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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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 아이들의 핏값으로 세워지는 위대한 AI 인프라> 김가람,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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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마음이 불편해지는 책이다. 처음에는 환경 문제나 아동 노동을 다룬 르포 정도겠거니 생각했다. 물론 마음 아픈 이야기가 나올거라는 예상은 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이 이야기가 먼 나라, 딴 나라의 비극만은 아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매일 손에 쥐는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그리고 당연하게 이야기하는 AI 기술의 기반이 그 아이들의 노동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책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광산과 나이지리아의 전자폐기물 처리 현장을 따라간다. 코발트는 전기차 배터리와 전자기기에 쓰이는 중요한 광물이다. 이 책은 기술 발전, 친환경 전환, 미래 산업 같은 말로 쉽게 부르는 기술의 이면을 다룬다. 어떤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할 나이에 광산으로 들어가고, 보호장비도 없이 폐전자제품 더미를 뒤져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폐기물을 태우며 나오는 유독한 연기를 그대로 마시면서도, 하루를 버텨내기 위해 그 일을 계속한다는 사실이 책에서 낱낱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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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책이 마음에 오래 남은 이유는, 이 비극이 특별한 사고나 재난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어쩌다 우연히 생긴 일이 아닌, 이미 너무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거대한 시스템의 톱니바퀴를 보는 것만 같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가 떠오르는 순간들이 많았다. 기업은 원료를 사고, 소비자는 제품을 사고, 대중들은 더 빠르고 가볍고 세련된 기기를 원한다. 그 사이에서 가장 약한 아이들이 가장 위험한 곳으로 떠밀려 고된 노동 환경에 노출된다. 단순히 '나쁜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가? 물론 기업과 산업 구조의 책임은 분명히 크겠지만, 나 역시 그 구조 바깥에 서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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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책이 더 무겁게 다가온 이유는 AI라는 단어 때문이기도 했다. 요즘 AI를 이야기할 때 성능, 데이터, GPU, 생산성, 혁신 같은 말을 함께 생각난다. 나 역시 그런 언어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반대편에서 묻는 듯 하다. 그 거대한 인프라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와 배터리와 전자기기를 작동 가능하게 하는 물질들은 어디서 오는가? 그리고 그 출발점에 왜 여전히 아이들이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는 기술을 낙관적으로만 말하기가 어려워지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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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나의 소비 습관도 되돌아보게 됐다. 솔직히 전자기기들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기에, 나 역시 새로운 전자기기들에 대한 욕심이 많다. 배터리가 조금 빨리 닳거나, 새 모델이 나왔거나, 디자인이 낡아 보인다는 이유로 아직 쓸 수 있는 물건을 교체하기 십상이다. 물론 개인의 소비만으로 거대한 공급망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기에는, 그 말이 너무 편한 핑계는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적어도 더 오래 쓰고, 덜 사고, 고쳐 쓰는 일과 같이 사소한 일들은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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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인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라는 말은, 냉정한 선언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간절한 호소처럼도 들리기도 한다. 책장을 덮고 나니 마음 한쪽이 계속 무거워진다. 하지만 그 무거움이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이 아무 대가 없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그 대가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떠넘겨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겠다.
* 이 책은 문학수첩(@moonhaksoochup)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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