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책의 주인이 되시겠습니까
백혜영 지음 / 초록서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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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책의 주인이 되시겠습니까> 백혜영, 초록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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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제목이 조금 동화적이라고 생각했고 표지도 너무 웹툰같다는 생각에 서평단을 신청할까 말까 무척 고민했다. '운명책의 주인이 되시겠습니까'라니... 나... 이 책 과연 읽어낼 수 있을까 조금은 고민했다. 그래도 사람이 그려진 표지, 웹툰 스타일의 그림체는 나의 독서욕구를 자극한다! 당장 신청!!! 그리고 참 신청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게, 작가님이 청소년 문학을 많이 쓰신 분이고, 또 생각보다 책이 너무 재미있게 술술 읽혀서 너무 좋았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보육원을 나와 반지하 월세방에서 혼자 살아가는 고등학생 '이든' 앞에 '생사귀'가 나타나고, 100일 동안 '운명책'의 임시 주인이 되어 달라고 말한다. 조건은 단순하다. 위로가 필요한 망자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면, 이든은 자신의 운명을 바꿀 기회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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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만 보면 여러 작품들에서 다양한 변주로 반복되어온 일종의 K-판타지 같기도 하지만, 읽다 보면 이 책이 진짜 관심을 두는 것은 귀신이나 저승보다 산 자의 외로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든은 늘 못 본 척, 안 들리는 척, 아무 일 없는 척하며 살아온 아이다. 그러한 이든의 태도는 지금까지 살아남기 위해 택해 온 일종의 생존 기술이었다. 학교 안의 빈부 격차, 힘 있는 아이들의 폭력,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쉽게 편들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든은 차라리 마음을 닫는 쪽을 택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이든이 망자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과정은 그가 다시 세상 쪽으로 조금씩 몸을 기울여 나가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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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이든이 망자들을 위로하는 방식이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마지막 마음을 함께 바라봐 주는 식의 위로. 이든은 자신이 망자들을 위로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자신도 그 과정과 시간 속에서 조금씩 위로받는다. 이 점이 이 소설이 가진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꼭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지는 않는 것같다. 때로는 남의 슬픔을 마주하다가 내 안의 오래된 상처를 발견하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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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재밌을 요소들이 많았다. 우리는 생각보다 현실을 살아가며 참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순간들이 많다. 세상은 우리들에게 괜히 나서지 말라고, 세상은 원래 그렇다고, 조용히 지나가면 된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런 침묵이 한 사람의 운명을 어떤 지대한 영향을 주는 지 보여준다. 동시에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는 못 본 척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작은 선택이 수반되어야 함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운명의 주인이 된다’라는 말이 새삼스레 다르게 와닿는다. 적어도 내가 외면하지 않기로 한 것들 앞에서는 조금 더 나답게 직면하는게 결국 내 운명의 주인이 내가 되는 것이 아닐까?

* 이 책은 초록서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greenlibrary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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