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의 초상 - 만들다, 잇다, 지키다, 살피다
김의경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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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의 초상 - 만들다, 잇다, 지키다, 살피다> 김의경 · 서수진 · 염기원 · 이서수 · 이정연 · 임현석 · 장강명 · 정진영 · 주원규 · 지영 · 최영 · 최유안 · 한은형· 황시운,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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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직업이 많고,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무한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그 정도의 마음을 가지고 이 책을 펼쳤다. 하지만 막상 읽다 보니 이 책은 직업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었다. 하긴, 작가들 여러 명이 함께 작업한 책인데 그렇게 유치할 리가... 이 책은 일을 통해 한 사람이 어떻게 버티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독특하면서도 참신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일이라는 게 참 어렵고도 애매한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냐고 내게 누군가 물어 본다면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싫기만 하냐고 물으면 또 그렇게 단순하게 답하기도 어렵다. 힘들고 지겹고 그만두고 싶은 날이 많지만, 이상하게 어떤 순간에는 그 일 때문에 내가 조금은 쓸모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을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생각하기에는 내 일에 대한 나름의 애정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 지에 대해 좀 더 신중히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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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치기공사, 중식당 면장, 라디오 PD, 만물트럭 주인, 고공로프 용접기사, 아파트 환경미화원, 항공정비 검사원, 면역전문 간호사, 자서전 대필작가 같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익숙한 직업도 있었고, 들어봤지만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 몰랐던 직업도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 책이 소개하는 직업들을 뭔가 특별하거나 멋진 것으로만 포장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어쩌다 그 일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오래 버티다 보니 자기 일이 되었고, 누군가는 여전히 그 일 안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이 책의 그런 점이 참 좋았다. 일하는 사람의 삶은 원래 그렇게 반듯하게 정리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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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히 라디오 PD의 이야기가 좋았다. 요즘처럼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라디오에는 라디오만의 힘이 있다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별것 아닌 사연 하나에 진행자도, PD도, 청취자도 함께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그런 일은 분명히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씩 바꾸는 일임에 틀림 없다. 나도 한때 라디오를 꽤 좋아했기 때문에 이 파트를 꽤 재밌게 읽었다. 조용히 틀어놓은 방송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 한마디를 듣고 하루의 기분이 달라질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항공정비 검사원의 이야기는 조금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았다. 정비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 엔진 덮개를 닫은 뒤 작은 공구 하나가 보이지 않으면 다시 열어 확인해야 한다는 대목에서, 직업 정신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다.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의 정직함과 조심성이 있어야만 유지되는 세계가 있다. 우리는 비행기가 무사히 뜨고 내리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그 당연함 뒤에는 사소한 실수를 그냥 넘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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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내가 직업으로 삼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매일 하는 일은 익숙해질수록 그 의미가 점점 흐려진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이 일이 누구에게 효용성이 있는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가끔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일이라는 건 결국 한 사람이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들고, 잇고, 지키고, 살피는 일. 책의 구성처럼 일은 어쩌면 그 네 가지 동사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할거냐고 한다면, 여전히 답은 어렵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금 더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타인의 일을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타인의 삶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내 일과 내 하루도 다시 보게 될 수 있었다.



* 이 책은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dongasi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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