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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종 실패기 - 죽을 운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생존 세계사
유진 지음 / 빅피시 / 202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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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종 실패기 - 죽을 운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생존 세계사> 유진, 빅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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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과거를 되돌아 볼 때, 우리는 그 시대의 영광스럽고 아름다운 장면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중세의 웅장한 성과 요새, 화려한 이브닝 드레스, 촛대 위 촛불이 켜진 커다란 식탁, 사륜 마차가 지나가는 거리 같은 것들. 영화나 드라마가 보여주는 인류의 역사는 대체로 낭만적이고 우아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인류 역사 중 편집된 좋은 것만을 항상 바라보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참 유니크하고 재밌는 소재를 다룬 책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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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무척이나 짓궂은 편이다. 인류의 생존기를 다루는데, ‘생존 성공기’가 아니라 ‘멸종 실패기’라고 부르다니. 그런데 막상 읽다 보니 이 표현이 꽤나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고 나니, 과거의 사람들은 대단한 지혜로 위기를 멋지게 극복했다기보다는 어떻게든 버티고, 당하고, 실패하고, 그 실패를 다음 세대가 조금씩 고쳐가며 살아남았다는 점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깨끗한 물, 안전하고 위생적인 음식, 마취로 인해 통증이 없는 수술, 약 성분이 표시된 포장지 같은 것들이, 사실은 수많은 시행착오의 의 결과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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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거창한 사건이나 유명한 인물 중심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주로 다룬다는 것이었다. 빵에 이상한 첨가물이 섞이고, 씻는 일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거리에는 오물이 넘치고, 병을 고치겠다고 먹은 약이 오히려 몸을 망가뜨리던 시대. 특히 마취와 소독이 제대로 자리 잡기 전의 수술 이야기는 읽는 것만으로도 몸이 움츠러들었다. 고통을 줄이는 기술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대에, 살아남는다는 것은 정말 운에 가까운 일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책이 무겁게 느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소재는 꽤나 끔찍한 부분이 있다만, 서술은 의외로 담백했다. 이 책의 저자는 과거를 필요 이상으로 비장하게 만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게 희화화하지도 않는다. 황당해서 웃음이 나오는 장면도 있고, 씁쓸함이 묻어 나는 장면도 있다. 납과 수은이 미용의 이름으로 얼굴에 발리고, 위험한 노동 현장에 아이들이 내몰리고, 도시의 발전이라는 말 뒤에 수많은 사람이 병들고 다쳤다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문명이라는 것이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희생 위에 생겨났다는 걸을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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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독한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안전한 세계에 대한 감사함이 밀려온다. 동시에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버텨온 사람들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거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일은 때로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현재의 일상을 좀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여러 번 멸종할 수도 있었으나 끝내 살아남은 인류. 이 책은 그 끈질긴 생존의 기록을 매우 흥미롭게 풀어낸 재미난 책이었다.
* 이 책은 빅피시(@bigfish_book)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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