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지옥
김인정 지음 / 아작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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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지옥> 김인정, 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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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사람을 구원한다는 말은 실로 오래된 믿음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 《다정한 지옥》을 읽고 나면 이러한 오랜 믿음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사랑은 사람을 구원하기보다는, 더 깊은 밑바닥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길이 시궁창같이 더럽거나 지옥처럼 괴로운 곳이라고 말하기는 또 어렵다. 이 책에 실린 인물들이 대체로 이토록 이상한 양가감정에 휘둘리고 있다. 망할 것을 알면서도 마음을 거두지 못하고, 다칠 것을 알면서도 한 걸음 더 들어가는 그런 딜레마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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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여덟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양 판타지나 고전 설화 같은 분위기가 일단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용궁이 나오고, 정령이 나오고, 오래 사는 인외의 존재들이 나오고, 검객과 복수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장르적으로는 꽤 화려한데, 막상 읽다 보면 마음 속에는 이 책에서 전하는 감정이 좀 더 진하게 남는다. 누가 누구를 사랑했는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그 마음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같은 것들 마음 한 켠에서 찡한 느낌을 길어올리는 것만 같달까. 솔직히 초반에는 문체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낯선 단어도 있고, 고전소설을 읽는 듯한 문장도 있어서 술술 넘어가는 책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이상하게 한 편씩 읽다 보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아주 친절한 책은 아닌데, 묘하게 손에서 놓기 어려운, 그런 희한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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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한 인생을 남긴 작품은 마지막 단편 〈그리고 낙원까지〉 였다. 아비의 원수에게 검을 배우는 소녀라는 설정부터 이미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복수를 해야 하는 사람이 스승이 된다니... 미워해야 하는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니... 이러한 관계가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상하게도 이해는 된다는 게 아이러니다. 읽는 동안 계속 마음 한쪽이 찜찜한데, 그 찜찜함 때문에 오히려 끝까지 보게 된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다. 〈동백〉도 마음 속에 오래 남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크게 휘몰아치지는 않지만, 다 읽고 나면 조용한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다는 것, 그리고 그 기억이 한 사람의 생을 붙잡아준다는 내용이 참 애틋해서 마음이 아팠다. 이 책에서 나타나는 사랑은 대체로 무모하고 위험하지만, 꼭 날카로운 칼날 같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떤 사랑은 너무 연약해서 슬프고, 어떤 사랑은 너무 마음 아린 아픔을 자아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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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편안하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읽고 나서 기분이 산뜻해지는 책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몇몇 장면이 계속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눈밭의 붉은 꽃처럼, 이미 망해버린 마음이 이상하게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막 엄청 좋았다고 말하기엔 조금 망설여지지만, 그렇다고 싫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지옥이 다정해진다고 해서 지옥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이러한 모순형용, 혹은 역설이 주는 묘한 위로와 감흥이 있다. 이 책은 그 이상하고 무모한 마음들을 모아놓은 이야기 같다. 다 읽고 나면 조금 찝찝하고, 조금 스산해지는 기분도 느끼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감정이 싫지만은 않은... 그런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책이었다.


@i_am

* 위 도서는 아작(@arzak.livres)에서 지원받았으며, 이 서평은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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