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램프 - 2025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바누 무슈타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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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집이지만, 그 안에는 단순하지 않은 삶들의 무게가 가득 스며들어 있는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인도 남부 칸나다어로 오랜 시간에 걸쳐 쓰인 열두 편의 이야기들은, 하나로 묶였을 때 비로소 서로의 불꽃을 비추는 작은 등불과도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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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건 일상과 비일상이 자연스럽게 뒤섞인 서사의 밀도다. 여성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부딪히는 전통, 가족, 종교적 장치들은 극단적인 사건으로 드러나지만, 대부분은 너무도 평범한 하루 속에서 조용히 드러난다. 남편의 무심함, 종교적 책임과 사회적 기대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성들, 주변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울고 웃는 가족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깊은 공감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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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시선이 ‘피해자’의 서사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지점이었다. 억압과 불평등은 분명한 문제로 제시되지만, 그 안에서 인물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작고 결정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웃음과 비극이 번갈아 등장할 때, 나는 그곳에서 단지 고통만이 아니라 온도와 호흡을 지닌 인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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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종류의 소설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고통스럽고 답답하게 만든다. 전통적이고 가부장적인 체제 속에서 여성이 갇힌 현실에 무기력함이 느껴지고, 이러한 이야기의 반복이 다소 무겁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힘은, 반복되는 서사의 표면 아래 보이지 않는 저항의 맥박을 포착해내는 데 있다. 여성이 단지 고통을 견디는 존재가 아니라, 그 안에서 작게나마 자신만의 길과 소리를 만들어가는 존재로 읽히는 순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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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작품은 하나의 독립된 소설이라기보다, 삶이라는 거대한 배경 앞에 놓인 작은 불빛들을 모아둔 기록처럼 느껴진다. 그 불빛들은 밝지 않지만, 서로를 비추고,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교차하는 지점을 우리에게 선명하게 보여준다. 읽고 나면 이야기 속 조용한 목소리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그 잔향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다. 



-위 도서는 열림원(@yolimwon )으로부터 제공받았으며, 이글은 책을 탐독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열림원 #하트램프 #바누무슈타크 #김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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