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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를 죽여줘
플로랑스 멘데즈 지음, 임명주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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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를 죽여줘』, 플로랑스 멘데즈/임명주, 반타
『다프네를 죽여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사람의 마음과 감정, 그리고 사고를 거칠고 매섭게 흔들려고 쓰여진 작품처럼 다가왔다. 표면적으로는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둘러싼 기묘한 블랙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책장을 덮었을 때 남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에 관한 묵직하고도 깊이 있는 질문이었다.
주인공 다프네는 두 번의 자살 시도에도 실패한 뒤, 다크웹을 통해 자신을 죽여줄 사람을 의뢰하는 극단적 선택에 이른다라는 특이한 설정을 가진 인물이다. 이런 설정만으로도 단번에 이야기의 무게가 묵직하게 드러내지만, 이 소설의 이러한 충격적인 장치와 설정은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한 소모품이 아니었다. 다프네가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그 선택 앞에서 흔들리고 방황하는 내면을 통해 우리는 생(生)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에 직면하게 되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또 한 명의 중심 인물인 청부살인업자 마르탱은 얼핏 우스꽝스럽고, 어설프고, 심지어 한심해 보이지만, 그가 다프네를 죽이는 임무를 대하는 태도와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적 결함들은 쓸쓸함과 압박감에 지쳐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인간 군상의 표상이기도 하다. 이 둘의 만남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의 인과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비친 거울처럼 느껴졌다.
사실 이 소설의 진가는 제목과 실제 이야기의 거리감에 있다. ‘죽여줘’라는 과격한 문구는 다프네의 절박함과 사회적 금기를 동시에 드러내지만,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그것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면 처음 읽는 사람들의 감상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 정도까지만 쓰는 게 나을 듯 하다.
소설 속에는 다소 과격하고 노골적인 장면, 성적 묘사, 폭력과 광기의 순간들이 빈번히 등장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약간의 불편함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현실의 고통이 아름답게 포장되지 않는 방식 그대로를 작가가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진짜 인간의 취약한 심리를 목격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프랑스 작품 특유의 자유분방함마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술술 읽히고 재밌게 읽히고, 자극적이면서도 장르소설 특유의 맵고, 달고, 감칠맛 넘치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냥 줄줄 읽어버리기에는 짙은 여운을 남기기도 하는 이중적 매력이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끝까지 읽으며 나는 어떤 것을 바라며 살아왔을까를 한 번 더 생각해보기도 했다. 2026년의 시작과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또 나름 어울리는 그런 작품이었다.
오팬하우스(@ofanhouse.official), 반타(@vantabook)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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