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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나의 것
니컬러스 파담시 지음, 김동욱 옮김 / 롤러코스터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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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터닝이 엄청 잘 되는 책이다. 즉, 엄청나게 흡인력이 있고, 집중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아주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이 책은 데이비드와 하산, 두 인물이 비슷한 경험 가운데에서도 다른 길을 선택함에 따라 때로는 파멸의 길, 때로는 좋은 기회를 얻는 길로 갈 수 있음을 대비하여 보여준다. 그런데 그 보여주는 방식이 아주 세련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데이비드는 영구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그의 뿌리는 이란계라는 복잡한 정체성을 가진 친구다.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고, 무슬림 패거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고, 새 아빠는 어색하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불안한 자아를 가진 청년인 것이다(그의 자아의 크기를 생각해 본다면 어쩌면 소년이라고 해야할 것만 같다). 그가 처음 위안을 느낀 것은 음악이었다. 그가 우상처럼 여기는 가수 칼 윌리엄스의 음악은 그에게 조금이나마 소속감이 주는 안정감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칼이 무슬림에 대한 문제적 발언을 하고, 사회적 '캔슬'을 당했을 때, 데이비드는 자신의 존재와 그가 속한 세계 전체가 부정당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것은 데이비드가 겪을 불행의 씨앗이 되며 점차 그가 변해가는 단초가 된다.
반면 하산은 데이비드를 인격적으로 모독하고 괴롭힌 친구들과 과감하게 절교를 선언한다. 백인에게 폭행과 린치를 당했음에도, 그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일상을 열심히 살아간다. 데이비드처럼 게임을 좋아하지만, 데이비드와는 다른 길을 걸은 하산. 데이비드와 하산의 차이는 어디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일까?
저자는 미디어와 밈,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 게임, 그리고 젊은 세대가 겪는 고립과 혼란을 잘 그려내고 있고, 그 속에서 어떻게 ‘소속감’이 ‘분노’로, ‘분노’가 ‘극단화’로 이어지는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의 극우화 현상의 원인을 하나의 이야기로 보여줌으로써 이 이야기가 결코 픽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생생히 증명해낸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사회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영국을 다루고 있지만, 소설 속에서 표현되는 청년층의 불특정 다수를 향한 대상 없는 분노, 끝없는 외로움, 그리고 이것들로부터 파생된 극단으로 치닫고자 하는 유혹은 국경을 넘고 세대를 넘어 확장되어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고 있는 사례이다. 만약 우리 주위에 출구없는 고난과 외로움을 겪고 있는 청년이 있다면, 그들 역시 끝없는 불안, 고독, 허탈감, 더 나아가 분노를 느끼고 있을텐데, 우리와 우리 사회는 그들을 무심히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할 것 같다.
'영국의 나의 것'이란 이 책의 제목은 어쩌면 정체성의 상실 속에서 절박하게 붙들린 자기 위로이자, 동시에 누군가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외침이 아닐까? 그 절박한 위로와 외침을 방치하면 분열과 폭력, 증오의 언어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 절박한 위로와 외침에 귀 기울이고, 따스한 눈길을 보낸다면 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귀한 도움이 될 것이다.
충격적인 결말때문인지 책을 덮은 후에도 상당히 여운이 많이 남는다. 이 작품은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물음이었다. 문학이 사회를 가늠하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을, 이 소설은 처절하고도 아름답게 증명한다.
★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롤러코스터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