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샤라쿠

색 샤라쿠
김재희 지음 / 레드박스 / 2008년 6월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정조의 일본 정복 계획하에 김홍도는 일본을 정탐하고 자료를 수집할 간자를 양성하고 그 역할을 수행할 인물로 신가권이 선택되어진다.

조선의 첩자 신가권, 일본명 도슈샤이 샤라쿠는 그렇게 일본 에도에 모습을 나타낸다.

샤라쿠는 화가로서 입지를 쌓으며 밤에는 어둠을 틈타 에도 시내를 살피고 단원의 지시에 따라 일왕이 작성했다는 문서를 찾는 간자로, 이중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에 발생하는 연쇄 살인사건, 그리고 이루어질수 없는 사유리와의 사랑..

우정도 사랑도 모두 남겨두고 떠나올 수 밖에 없는 간자 샤라쿠의 이야기이다.

스릴과 안타까움이 읽을수록 점점 빠져들게 만들었다.  

 

사실 이 책의 주된 배경은 간자 생활을 하는 일본이다. 

일본 에도의 거리와 서민들의 생활모습, 가부키와 가부키 배우들, 오이란과 게이샤의 모습, 일본 무사들, 닌자등 낯선 일본의 당시 생활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한 그림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하였지만 전개되는 이야기와 곁들여져 있는 그림들이 서로 어우러져 읽는 동안 좋은 공부가 되었다.

단 샤라쿠와 사유리의 사랑이야기에 너무 치우친 듯해 간자로서의 역할과 목적이 바래진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사랑을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사유리의 모습과 그녀를 가슴에 묻어 두었다가 훗날 미인도를 남기고 죽는 가권에 대한 안타까움은 지울 수가 없었다.

 

도슈샤이 샤라쿠가 세계3대 초상화가로 꼽히는 일본의 천재화가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10개월이라는 짧은 활동 기간과 당시 일본의 판화에서 나타나는 화풍과 다르다는 점, 또 그 시기의 조선 화가들과 필선이 유사하다는 점, 그리고 정조가 화공들을 간자로 훈련시킨 기록등으로 그가 조선 첩자일 가능성을 조심스레 언급하고 있을뿐 어디에도 신윤복과 샤라쿠가 동일인물이란 기록은 없다고 한다.

동일인물이라면 얼마나 멋진일일까? 정확한 답을 알 수 없어 더 아쉬운 느낌이 남는건지도 모르겠다. 

 

색, 샤라쿠.. 잔잔하면서도 힘이 있고 화려하면서도 고운 색채감이 느껴지는 한폭의 그림같은 소설이다.

앞쪽형인간

앞쪽형 인간 - 잠자는 CEO 당신의 앞쪽뇌를 깨워라
나덕렬 지음 / 허원미디어 / 2008년 7월

간단히 요약하자면 인간의 뇌는 앞쪽뇌와 뒤쪽뇌로 나뉘어 있다.

뒤쪽뇌는 시각, 청각, 촉각을 통해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앞쪽뇌(전두엽, 이마엽)에서는 매순간 들어오는 정보와 과거에 저장한 정보를 편집하고 판단하여 무엇을 할지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하고있다.

앞쪽뇌가 손상된 사람은 충동적이고 감정조절을 못하고 반복적인 행동을 하고 집착을 보이고 강박증을 보이며 판단능력도 떨어지는 등 일상생활에 장애를 보인다.

이책에 나오는 전두엽치매, 혈관성치매 환자들이 보이는 증상들이 앞쪽뇌가 손상되어 나타나는 증상인 것이다.

 

예로 나와있는 환자들을 보면서 문득 친정 아버지의 습관들이 떠올랐다. 아파트 한쪽에 쌓여있는 고물속에서 물건을 찾아 집에 자주 가지고 들어오신다. 가져온 것들을 닦고 고치고하기를 여러번 이내 새것처럼 만들어 놓으시고 딸인 나에게 자랑을 하신다. 이렇게 멀쩡한것을 버린다고, 물건 귀한것을 모른다고, 내심 뿌듯해 하시면서 말이다. 물론 엄마랑 싸우시는 일은 없다.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시기 때문에 애물단지가 되는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친정아버지의 습관은 생산성있고 발전성있는 행동에 속한다고 생각하기에 전혀 무조건적으로 모으는 강박증과 다름을 안다. 다행스러우면서도 왜 마음이 좋지 않을까? 제일 먼저 퇴화하는 뇌부위가 앞쪽뇌라는 글이 마음에 남아서일까? 칮정아버지의 행동뿐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는 심심치 않게 전두엽 치매증상들을 본다. 나또한 나이가 들어 앞쪽뇌의 손상을 입으면 그런 증상들을 보이지 않을까?

 

이런 흐름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의 순리이기도 한 것 같다. 피한다고 능사가 아닌것이다. 피해지지도 않을것이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뇌가 변할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앞쪽뇌를 활성화시켜 매순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이 살아가자는 이야기를 저자는 하고 싶은 듯하다.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생활하며 나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라고 한다. 어찌보면 다른 책들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을 법한 내용을 앞쪽뇌의 역할과 기능을 통해 좀더 새롭게 접근하고 있는것 같다. 내 머리속의 CEO라는 앞쪽뇌의 잠재력을 믿어보자. 여기 저자가 제시한 앞쪽뇌를 발달시키는 방법을 내 방식으로 바꾸어 실천해보려한다. 불행하다 불행하다고 자꾸 되뇌이면 진짜 불행해지는 것처럼 행복하다 행복하다라고 자꾸 되뇌어 보려한다. 긍정의 힘을 나는 믿는다.

 

그러려면 우선 이것부터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

저자는 처음과 끝에 똑같이 묻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얼 하려고 이 세상에 와 있는가?

내가 원하는 삶은 진정 어떤 모습인가?

 

정말 너무 어렵다..

엄마와 함께하는 학습놀이

엄마와 함께하는 학습놀이
최정금 지음 / 경향미디어 / 2008년 6월

어찌나 한장 한장을 넘기기가 더디던지.. 첫장부터 끝장까지 내가 해오던 방식과는 차이가 나서 끊임없이 비교하고 반성하고 배우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인지심리, 학습놀이 전문가가 쓴 책이라 신뢰감이 더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전문가에게 엄마인 나는 더 끌리는것같다.

무더운 여름 나에게서 참 많은 시간을 뺏아간 책이다.

 

아이를 위해서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위해서 아이학습에관한 책들을 몇권 읽어보았다.

읽으면서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실제 적용하기에는 내 인내심이 부족해서 한계를 느낄때가 많다.

아이의 집중력도 짧고 공부해야할 분량은 정해져있어 시작은 부드럽지만 끝내 언성이 높아지고 우울하게 마무리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아이에게 했던말들이 여기선 절대 사용해선 안된다고 나와있는 말들로 토시하나 틀리지않고 나와있어 어찌나 뜨끔하던지..끊임없이 반성하게 만든다.

어쩌면 정작 공부해야할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인 나인데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부쳐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난 모양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수학도 요사이 하기싫다고 버티니 말이다.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꾸짖기만 했으니..

아이들은 놀면서 크고 놀면서 배운다고 했는데..공부도 하나의 놀이로 인식하고 즐길수 있도록 이 책을 잘 활용해 볼 생각이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이자 이 책의 최대 장점은 학습놀이 방법을 읽기, 쓰기, 수학, 주의집중력, 기억력, 과제 인내력, 어휘력, 학습계획세우기와 복습으로 나누어 활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글카드 활용법, 읽기 속도 재기, 끝말에 동그라미 그리기, 녹음놀이, 등등 읽기에 관한 것만도 이렇게 여러가지 학습놀이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각각에 필요한 준비물, 학습놀이 진행방법과 학습효과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엄마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은 학습놀이 지도 선생님이었다.

문화센터에 보내거나 방문선생님에게 마냥 아이를 맡기지 않아도 책을 보며 직접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작은것까지 세세히 알려주는 친절한 선생님.

지원군을 얻은 느낌이다.

 

이제 막 한학기를 끝내가는 대견한 아이에게 즐거운 방학이 다가오고있다.

이번 방학에는 좀더 많은 시간을 아이와 보낼것을 다짐해본다.

부족한 지식이지만 여러책들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에게 즐겁고 재미있는 엄마 선생님이 되어보고 싶다.. 

골든 슬럼버

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ㅣ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오락소설이라기에 부담없이 책 한권을 읽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두툼하고 묵직한 첫느낌에 살짝 복잡함이 들었지만 이내 그 느낌마저도 잊어버린채 한 남자의 기가막힌 인생에 빠져들어버렸다.

 

센다이시에서 벌어진 총리 암살사건, 모든 경찰이 총리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한 남자를 쫓고 있다. 

온 매스컴은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고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여과없이 그를 범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속속들이 나오는 증거들, 그의 행적을 증언하는 증인들, 범인임을 자백한 육성 테이프까지 어느 하나 의심할 여지가 없어보인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달아날 곳이 없어 자살을 하거나 잡히게 될거라는데.... 

 

나 또한 사건의 시청자로서 그가 범인이라 여겼었다.

철저히 준비된 음모임을 알기전까지 말이다.

너무 완벽한 조건이 오히려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거대조직의 치밀한 사전준비와 무자비한 추격, 시큐리티 포드를 통한 실시간 감시.. 숨을 곳이 없다.

아오야기의 사흘간의 추격전..읽는 내내 숨이 막혀온다.  

한 개인이 거대조직을 상대로 과연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범인임을 자백하거나 달아나는일 밖엔 없어보인다.

평범하던 한 개인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행인것은 그를 믿어주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기에 삶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에게 끊임없이 살아남으라고 그러기 위해 포기하지말고 도망치라 격려하던 사람들..

그와 함께 추억을 나누고 그를 겪어본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는 이미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아오야기 마사하루를 버리고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야하는 그가 못내 안타까웠지만..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완벽하게 짜여진 이야기에 정신없이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한편으론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인듯하여 섬찟하고 개인의 나약함과 무기력함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첫사랑

첫사랑 ㅣ 펭귄클래식 19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최진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나는 사랑에 빠진 한 남자가 되었다.

나의 고통은 바로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몸도 마음도 성숙하지않은.. 열여섯 살 소년 블라디미르 페드로비치의 첫사랑이야기..

그동안 교육받았던 여성상과는 전혀 다른 지나이다가 소년에게는 오히려 치명적인 유혹이었을 것이다.

자신보다 연상인 그녀.. 그녀 주변의 추종자들..

그들과 경쟁하며 그 속에서 겪는 설렘과 기쁨, 질투와 고통들을 이 책은 섬세하고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

세상을 경험한 성인들의 세계에 편입되고자 하는 소년, 결국 그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어린아이에 불과해보인다

지나이다는 그를 성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책은 서문만 읽어보아도 그 내용을 알수 있게 잘 설명이 되어 있다.

하지만 본문을 읽으므로서 소년이 느꼈을 설레임과 안타까움..질투..절망..등을 통해 첫사랑을 하고 있는 소년을 만나게 될것이다.

그리고 소년이 지나이다와 자신의 아버지와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소년에서 성인으로 성숙되어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에게 첫사랑은.. 작은 성장통이 아닐까 싶다.. 한때 지나가는 한 여름의 소나기처럼 말이다.

 

-"아, 감동받은 영혼의 상냥한 마음과 부드러운 소리, 선량함과 평안, 그 첫사랑의 감동이 주는 황홀한 기쁨이여! 너는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

아버지와 지나이다 모두 떠나고 이제 혼자 중년이 된 화자에게 청춘은 이제 돌아오지 않은 '봄날 아침의 뇌우' 인 것이다. 

                                                                                                                                                                 -작품해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