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 2년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를 얻기 위하여
강병진 지음 / 북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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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에세이를 그렇게 선호하는 편이 아니어서 책을 받고도 나름의 근심이 컸는데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공감하면서 읽은 책인 것 같다.

조금 다른 얘기를 하자면,
나름 자가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이라 대학을 졸업할 때가 다 돼서도 독립이며 내집이며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 돈도 알아서 벌고 독립을 생각할 나이가 되니 미래에 대한 현실감이 갑자기 옆구리를 훅 밀고 들어오는 기분으로 최근 몇 주를 지내고 있었다. 그래도 요즘 시대에 부모가 서울에 집 있는 것도 스펙이라는 말로 애써 그 현실감을 몇년 째 외면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현실감을 못 본척 할 수 없는 때가 됐다. 아직 졸업식은 안 했지만 이제 곧 졸업을 하게 될 예비 백수가 나중에 내 한몸 뉘일 집이나 가지고 살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하고 절망적인 생각에 잠겨 있는 도중 읽게 된게 이 책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나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당장 책날개에 써있는 소개만 봐도 충분히 느껴질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이고 책에서의 자가 구입 대출금과 오피스텔 월세를 감당할만한 능력도 있는 사람이니까. 단지 공통점이라고는 투기 목적이 아닌 그저 나 한 사람이 정착해서 살아갈 공간을 마련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는 점이다. 근데 딱 그 하나의 공통점이 이 책을 공감하면서 읽기에 충분했던것 같다. 진짜 저자의 '표류기'를 따라가면서 같이 들 수 밖에 없는 현실적 고려들과 겪게되는 상황들이 마치 언젠가의 나에게도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게 다가올 거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는 머릿말에서도 말하듯, 재태크가 아닌 어쩌면 죽을 때까지 살지도 모르는 내집을 장만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물론 어떤 명쾌한 답을 내려주는 책은 아니더라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걸어간 길은 어땠는지를 슬쩍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 뭔가 마음에 위안을 주는 느낌을 받았다.

※ 출판사 북라이프(@bbooklife)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강병진 #생애최초주택구입표류기 #북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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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들의 이상한 과학책
신규진 지음 / 생각의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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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파스퇴르랑 허블이 사람 이름인지도 몰랐던 알못이 여기 나오는 모든 이론을 이해해 가면서 읽을만한 책은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28명의 과학자와 그들의 이론들이 과학의 역사에 여러의미로 한 획들을 그은 만큼 결코 간단하지 않은 내용들을 다루기 때문이다. 아마 정말 그 이론만을 위주로 다룬 책이라면 중도에 포기했을거란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과알못이 읽기에도 책장이 어렵지 않게 넘어가는 책이었다. 마치 28명의 과학자들의 짧은 전기를 엮어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책은 그들의 대표적인 업적을 달성해내는 순간과 그 과정 속에서, 혹은 그 이후의 삶에서 겪었던 과학계 내외부의 영향과 그에 대한 극복 과정들도 담고 있다. 어떤 경우에서는 성별의, 어떤 경우는 사회 통념을 지배하는 종교의, 때로는 과학계 내부의 이해 관계의, 혹은 전쟁 등의 영향이 그들에게 미치는 모습을 보다보면 과학의 발전 역사가 여기 나타난 것 외에도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 흔들려왔겠구나 싶었다.

태생부터 문과인 나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어쩌면 일상에서 쓸법하지 않은 상식들을 접하게 되는 책으로 느껴질 것 같다. 하지만 과학적 지식이 거의 전무하더라도 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과학적 상식에 대한 새로운 감상을 가지게 되는데 이 책이 흥미로운 계기가 될 거란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문학테라피(@munhaktherapy)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신규진 #최고들의이상한과학책 #생각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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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만세 - 2020 6월 책씨앗 추천도서, 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2020 7~8월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임정연 지음 / 산지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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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이라 그런가 문장이 짧고 술술 읽혀서 한 번 책을 펼 때마다 진도가 잘 나가는 이야기였다. 현실적인 얘기들도 많이 나오는데 그 얘기들을 역어내는 캐릭터나 세계관 설정에서 고등학교 학창시절의 판타지가 묻어나는 면이 없지 않아서 흥미롭게 읽었다.

지옥 만세는 말 그대로 자기가 처한 지옥에서 벗어나는 두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주축이다. 주인공인 평재는 갑자기 등장한 전학생 시아와 시아를 흠모하는 추종자들에 의해 지옥이 시작되고, 그녀의 추종자들이 보내는 지나친 관심과 유일한 가족인 엄마와 함께 정착한 곳이 재개발 될 처지에 놓인 시아의 지옥은 평재의 시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타난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낀거지만 책에서의 서술자도 주인공도 평재는 맞는데, 책에서 다루는 주제를 생각해보면 책의 거의 후반부까지 평재는 이야기의 주체라기 보다는 관찰자로,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고등학생의 시선에서 적당한 거리감을 가지고 묘사한다.

이야기 자체가 평재의 시선을 통해 진행되다보니 아무래도 평재가 시아를 충분히 알게 될 때까지 시아에 대해 드러나는 정보나 서사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게 스토리 진행에 따라 조금씩 알게 되는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의 중심에 있는 시아의 행동이나 변화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도 느껴져서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이 좀 아쉽기도 했다. 중반이 넘어설 때까지도 시아에 대한 서사가 충분히 풀리지 않다보니까 그냥 너가 주인공만 안 건드리면 둘 다 편할거 같은데...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 끝까지 다 읽으면 시아의 행동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기는 하는데 시아 추종자들 얘기를 좀 더 축소하고 시아 자체의 얘기가 좀 더 많이 나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 출판사 산지니(@sanzinibook)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임정연 #지옥_만세 #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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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를 추는 神父
정인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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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매체를 유독 좋아하는 편이라 소설을 읽을 때는 나름대로의 시각적 상상을 하면서 보곤 하는데, 이 책은 장황하고 매력적인 독백체가 많아서 그런지 영화나 드라마 보다는 연극으로 상상하며 읽게 되는 소설이었다.

사실 책을 시작하고서 거의 1/3 정도 읽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주요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어떤건지 제대로 알기도 전에 사건이 쏟아지고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소설에서의 시간은 빛처럼 빠르게 지나가버린다. 처음에는 뭐지 하면서 읽었던 부분을 또 읽고 돌아가서 찾아보고 했었는데, 스스로와 적당히 타협하고서 그냥 이야기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다보면 이전에 풀어놨던 얘기들도 주섬주섬 회수하고 두 줄기로 나눠진듯 보이던 얘기도 알아서 하나로 합쳐지고 해서 결국은 전체 내용을 다 받아들이게 됐다.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보다 더 자극적인 사건과 인간적인 고뇌에 대한 스토리라 읽는법을 알고 나니 진도도 술술 나가는 책이었다.

서평단을 신청할 때나 책을 처음 펼쳤을 때나 솔직히 책의 제목이 크게 흥미를 끌어올리지는 않았다. 탱고라는 춤이 가진 의미도 잘 모르거니와 종교인 성직자도 사람인데 춤을 추는 신부가 뭐그리 대수냐 했었다. 하지만 어떤 작품은 그걸 다 읽고 보고 난 다음에야 그 제목의 의미가 더 가깝게 다가오는데, 이 작품이 그런 것 같다. 지금 내게 이 책의 제목은 상대에게 다분히 인간적인 사랑을 느끼는 인간으로서의 삶 그것을 포기하고 신을 섬기기로 한 성직자로서의 삶 사이에서의 고뇌와 그 풍파가 야속하게 느껴지던 세월 속에서도 빛 바래지 않은 그리움과 사랑을 떠오르게 한다.

※ 출판사 바른북스(@barunbooks7)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정인 #탱고를추는신부 #바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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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어웨이 앨리스 먼로 컬렉션
앨리스 먼로 지음, 황금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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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어웨이를 읽으면서 1960-70년대 미국을 생각할 때 느껴지는 그 빈티지한 색감이 그려졌다. 그 파란색 캐딜락과 투박한 검은색 집전화기,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하얀색 블라우스와 빨간 주름 치마, 통이 넓은 갈색면바지와 청록색 셔츠를 입은 사람들. 이런 것들을 떠올릴 때 머리속에 전형적으로 그려지는 색감이 자연스럽게 상상이 됐다.
원래 작가 정보를 읽고서 책을 보는 성격이 아닌데 표제작을 읽고서 책 앞날개에 있는 작가소개를 읽어보니 68년부터 글을 쓰셨다는 캐나다 작가라고 써있어서 신기하기도 했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을 언제 쓴건지는 알 수 없지만 본인이 사는 시대의 모습을 그 시대에 대한 노골적인(대놓고 날짜가 나온다거나하는) 설명없이 묘사만으로 독자가 그때를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게 말이다.

가끔 어떤 책은 그저 별 생각 없이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 묘사를 따라가게만 되는데 개인적으로 런어웨이라는 짧은 단편이 그랬던 것 같다. 그냥 잘 모르는 누군가의 일상을 훔쳐보거나 전해들은 느낌이다. 분명 충분히 비난받을 만한 사람도 있고 답답하게 느껴질 만한 사람도 있고 동정심이 들만한 사람도 있는데 등장인물들에 대한 감정이 느껴진다거나 평가를 내리게 된다거나 하는게 없다. 그저 원색저인 이야기를 덤덤하고 건조하게 전해들은 것 같았다. 다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상한 상황과 위에서 말했던 색감들이 뇌리에 남아 잔잔하고 긴 여운으로 남을 뿐이었다.

개인적으로 싱글맨 읽었을 때의 느낌이랑 비슷한 여운이 남았다. 싱글맨은 조지라는 남성이 등장하고 이 책의 표제작인 런어웨이는 여성인 실비아라는 여성이 등장하는데 그냥 두 인물이 뭔가 다른 공간 같은 시대에서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wj_booking)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앨리스_먼로 #런어웨이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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