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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내 스승님이 쓰신 책이라서 일단 뒤도 안돌아보고 샀다. 참 좋아하는 선생님이라서, 그리고 이 분야에 대해서 수업시간 중에 관련 분야가 나올일이 있었는데 아주 열정적으로 강의하셨던 기억이 났다. 책을 읽고나서 강의 노트도 펼쳐서 읽어보라 했던 소설들이 뭐가 있나 찾아봤다. 못찾았어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책을 비교하자면 오히려 빈곤에 관한 책들 (<왜 지구의 3/4은 굶주리는가> 등) 보다는 경제 연대기 책들과 비교해보는 것이 괜찮을 법도 하다. 감히 붙이자면 리오 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의 현대사 판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같이 볼만한 책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라고 브로델의 강의를 엮은 얇은 책이 있다. 빈곤의 연대기의 사례들과 사건들이 일어난 과정들은 참 영화처럼 전개된다. 연대기라는 말이 더 빛난다. 내 교수님의 책이라서 입에 침을 좀 바르긴했지만 공 저자는 일면식도 없는 분이다. 그런데 사건들이 일어나는 과정에 대한 서술은 금방이라도 빈곤퇴치 기부라도 해야할 정도로 독자를 잘 이끌어간다. 한장(챕터) 한장 넘어갈 때 마다 숨한 번 쉬고 맙소사 소리가 나오니 뭐. 아무튼 간에 나는 경제 공부를 하는 사람이건 사회(학) 공부를 하는 사람(고딩 대딩 다 포함)이면 참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즐겁게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다. 지금 주제가 빈곤인데 그 빈곤을 처절하고 적나라하고 몰입하게 써버린 책이라 재밌게 읽어버리면 우리는 저자의 의도를 저버린 셈이 되어버린다. 학문은 즐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이 오겠지만 지금 무슨 숫자다루는 것도 아니고 콱 굶겨 버릴...
참, 영화 사례가 많이 나온다. 우리가 봤던 영화 자주 봤던 영화들에서 놓쳤던 감상 포인트를 잘 잡아준다. 특히 기억나는 부분은 <블랙호크다운>에 대한 해설인데, 추락 헬기 조종사가 다리를 다쳐서 SEAL 요원과 군중을 상대로 총질을 한다. 어떤 이들은 민병대나 군중이 뭐 처럼 달려들어서 미군 불쌍하게 보인다 하겠지만 배경과 해설을 잘 곱씹어 보면 아마 다르게 보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시선 돌려주고 영화나 사건 책을 다시 보게 해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