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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행복하게 - 자연과 공동체 삶을 실천한 윤구병의 소박하지만 빛나는 지혜
윤구병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벌레 먹은 나뭇잎]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언제부터인지 이 시가 참 좋다.
농사꾼이신 내 어머니와 아버지의
투박하고 거친 손보다는
곱고 예쁜 손을 부러워하며,
질곡으로 점철된 고된 삶보다는
화려하고 편안한 삶을 선망하는 나를
조용히 돌아보도록 하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휴일이나 방학이면 부모님을 도와
콩 심기, 고구마순 놓기, 김매기, 깨 털기 등등
온갖 농사일을 함께하며 자랐다.
성장기의 그 고단하고 가난한 생활은
남에게 보이기 싫은 아픔이었고
내 안의 열등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귀한 경험이고
축복이었는지를 알았다.
나의 성장환경과 현실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교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치 있는 삶이 어떤 삶인지,
상처마저도 별처럼 아름답게 볼 줄 아는
혜안을 열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