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저작들, <거꾸로 읽는 세계사>, <나의 한국현대사>, <역사의 역사>는 역사학 전문서라기보다는 '이야기꾼'의 시각에서 역사적 사건을 재해석한 대중 교양서라고 보아야 한다. 


그 책들의 이면에는 특정 정치 세력의 서사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짙게 깔려 있는데, 서술 방식과 내용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1. 역사적 사실의 선택적 취사선택과 이분법적 편향성

유시민의 역사 서술은 철저히 '저자의 관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실을 취사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 거꾸로 읽는 세계사: 제국주의 대 민중, 압제자 대 피압제자라는 구도를 설정하여 세계사를 흑백 논리로 재단하는 구도이다. 초기 저작인 만큼 마르크스주의적 사관과 민족해방론적 관점이 강하게 투영되어, 제국주의 대 피억압 민족의 구도를 극명하게 세운다. 복잡한 국제 정세나 인물의 공과(功過)를 입체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작가의 정치적 지향에 맞는 서사 위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 나의 한국현대사: 1959년생인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하여 현대사를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에서 해석한다. 산업화 세력을 '기득권과 악'으로, 민주화 세력을 '정의와 선'으로 상정하는 단순 이분법적 서술이 뚜렷한데, 이는 역사의 다층적인 면모를 지우고 특정 진영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정치적 텍스트'로 기능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역사의 역사: 역사가들이 역사를 기술한 방식을 다루지만, 작가 스스로가 정의한 '역사의 진보'라는 틀 내에서 역사를 바라보며 역사관의 다양성을 제한적로 서술한다. (역사의 진보라는 개념 또한 칼 포퍼에 의해 지적되었듯 증명되지 않은 문학적 수사라는 비판을 받는다.) 전문 역사가들은 그의 저술이 사료에 대한 비판적 거리두기보다, 본인의 정치적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을 발췌(Cherry-picking)하여 사용하는 전형적인 비전문적 서술 방식을 띠고 있다고 비판한다.


2. 역사학의 비전문성과 '대중 교양'의 한계

유시민은 경제학을 전공한 정치가이며, 정식 역사학 연구자가 아니다. 


* 요약과 인용의 한계: <역사의 역사>는 유명 역사서들을 요약·발췌·인용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독자에게 역사 지식을 전달하지만 심도 있는 사료 해석이나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발굴하는 전문학술서의 깊이는 턱없이 부족하다. 저자는 역사 그 자체보다 '역사가들이 역사를 어떻게 썼는가'라는 문학적·수사적 측면에만 집중한다. 이는 대중적 흥미를 유발하지만, 역사적 사실관계의 오류나 자의적인 해석을 낳기도 한다. 


* 서사의 과잉: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역사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탁월했지만, 냉철한 학문적 비판보다는 작가의 감상과 의견이 앞서는 경우가 많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확증편향적 해석의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3. 과거 행적과 국가관, 그리고 위선 논란

비평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저자의 과거 행동과 현재의 역사 기술 사이의 모순이다.


* 서울대 프락치 사건(1984): 유시민은 당시 서울대 복학생협의회장으로서, 민간인을 정보기관 프락치로 오인하여 감금·고문·폭행한 '서울대 민간인 감금 고문 폭행 사건'의 주모자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 국가를 '악'으로 규정하는 위선: 그는 자신의 저서와 발언에서 과거 국가 권력의 폭력을 강력히 비판하지만, 본인 역시 그 시대에 '민중'의 이름으로 무고한 민간인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가해자였다.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나 사과가 부족했다는 지적 속에서, 스스로를 역사의 정의로운 편에 두고 국가만을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위선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역사관의 연장: 이러한 과거 행적은 그가 기술하는 현대사에서 '국가'를 오로지 탄압의 주체로만 서술하고, 운동권 내부의 폭력성을 '시대의 아픔'으로 치부해버리는 편향된 역사관의 배경이 되었다. 


총평


유시민의 역사서는 대중에게 역사를 흥미롭게 전달하는 데는 일조하였으나, 역사학의 정석적인 비판적 접근보다는 정치인 출신 이야기꾼의 재해석에 치우쳐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분법적 구도를 통해 자신의 진영 논리를 강화하고, 학문적으로는 비전문가적인 서술의 한계를 보인다. 특히 과거 민간인 고문 가해자로서의 행적은 그가 기술하는 정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담론에 "위선적 역사 서술"이라는 무거운 윤리적 과제를 던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의 저술은 '객관적 역사서'라기보다 '정치적 목적을 가진 에세이'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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