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와 로마의 신화 대원동서문화총서 5
토마스 불핀치 지음, 이윤기 옮김 / 대원사 / 198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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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매일 잠이 들어 꿈을 꾼다면 누구나 다 신화 속에 산다고 해도 될 것이다. 너무 긴박하게 도망 가다가 이카루스 처럼 날개를 달아 날아 가기도 하고 절벽 에서 뛰어 내려도 다치지 않는다. 때론 저승을 방문하여 귀신들과 얘기를 하거나(뒤를 돌아 보지 말 것), 테세우스처럼 미로 속에 갇혔는데 실타래는 없거나, 사자들과 장난을 치기도 하고, 운동도 못하는 사람이 전사가 되기도 하고, 에로스의 화살을 맞은듯 모르는 이를 사랑하게도 된다.

적어도 나의 꿈들은 그랬다. 한마디로 신의 전지전능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래서 내가 꿈을 때론 만들어서 꾸기도 하는지도 모르겠다. 신화란 인간 존재의 근원에 좀 더 접근할 수 있는 성경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교를 낳았고, 인간을 빚었고, 인간의 상황에 필요한 성격과 삶의 형태를 가시적으로 정리했기 때문이다.

이 책 속 에는 전해오는 신화외에도 밀턴, 호메로스, 소포클레스등 세계의 시인, 철학자, 명사들을 통해서 인용된 신화의 예들을 실어 놓고 있는데, 너무나 많은 신들의 이름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들이 지리멸렬 한것 같아 몰두 하는데 쉽지는 않았다.
아마도 장편에서 얻는 갈등의 깊이와는 다른, 속도감 있는 신화적 특성 때문일 테지만,즐겨보는 순정만화에 자주 등장하여 섬세한 필체와 그림으로 표현될 때는 정말 신화니까 아름답구나 하는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 수록 새롭고 재미가 있다. 한명 한명에 애정을 갖게 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 <엘비라 마디간>의 주인공은 죽어서, 사랑으로 너무도 고생을 했던 푸쉬케 처럼 나비가 됐을 거라는 엉뚱한 상상이라도 말이다.

현세에도 철학과 의학, 예술에는 물론이고 만화나 영화에도 다분히 인용 되어지는 - 심지어 인간의 꿈에조차 - 신화는 인간의 의식안에 깔려있는 본성을 드러내거나 폭력성을 미화시킨 과장된 얘기가 많아 바로 내 현실화로 적용 되기에는 거리감이 많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신화 만한 것이 있을까. 가장 극단 적이고 비극인 것만이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생각보다 인간의 삶이 무미건조해서 일 것이지만...

다만 나쁜 인물을 괴물로 나타나게 하고 어리석음에 벌을 주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남을 동정 하는 것은 인간 세계를 극화시켜 재미 있게 하고 본성의 의무와 권리를 일깨워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현실의 내가 변하듯 꿈속의 나도 어릴때보다는 정의로운 꿈을 꾸는 것이 그것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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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8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라는 말한다
시모 지음, 유나니.정영리 옮김 / 민음사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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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엔 아름다움과 사람의 생각이란 것이 계속 생산되고 있을까 나는 질문 해 본다.다람쥐가 먹이를 주니 챗바퀴를 돌리는데 것도 반대로는 돌릴 줄은 모르고 또한 짐승이기에 희망이나 절망은 생각지도 못한다. 아니 다람쥐 얘기는 진부하기 짝이 없다.우리는 생존을 위해 고정된 삶의 스케쥴 속에 살면서 이웃한 사람들과 콘크리트만큼 딱딱한 공통의식만을 함께 키워가고 있는것은 아닐지. 작가이자 주인공인 시모가 서술해가는 이 이야기는 현실과 감각의 상당한 차이를 오르내리면서 대부분 성에 관한 묘사를 하고 있는데 집착되지 않고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정직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은 사회와 종교마저도 가식적으로 선택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서 시모는 유일한 삶의 열정인 릴라 라는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살기 위해서만 살아가는 머리가 없는 사람들 속에서 시모는 유일하게 머리를 싸매며 생각을 하고 글을 쓰려 하지만 릴라가 나타나기전엔 이방인처럼 산다. 대충 살면서 필요한것은 훔치면 되고 싸게 사려면 훔쳐진 것을 사면된다. 그래도 피를 팔거나 사원에 벗어놓은 신발을 훔치러 출동하거나 돌아다니는 개 고양이를 해부용으로 판다든지 하는 비참한 가난에 뛰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시모는 슬픔과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생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읽는다.

내용의 반 이상이 성적 묘사들로 주인공의 현실 도피 일 수도 있고,유일하게 아름다운 것이 더럽게 물든 사회 속에서 엉덩이를 까보이며 종교적모순을-현실을 구제 하지 못하는-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시멘트 덩이처럼 서로 융합되지 못한다.....콘크리트는 죽은 물질이며 플라스틱도 마찬가지라고 했다.이제는 거기에서 생명이 지나가는 자리를 찾아볼 수가 없다.]

마지막에 시모는 릴라만이 유일하고 릴라가 말한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고 쓴다. 자신은 잉여인간일 뿐이라며...시모는 이책의 저자 이지만 이름 외에는 다 가려져 있다. 허구일 수도 있고 진실일 수도 있다. 시모는 이방인적인 생각을 하는 나 일수도 있고 있어선 안되는 잉여 인간인 나 일수도 있다. 결국엔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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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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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유난히도 아침마다 눈을 뜨면 창밖에서 요란하게 천둥 번개가 치곤 했다. 번개 치는 하루의 시작은 일출의 찬란함 만큼 충분히 강렬했고 하늘이 걸어오는 듯한 생명감에 우주속에 누워있는 아이처럼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껴야 했다.영화<연인>으로 유명한 마르그리뜨 뒤라스는 많은 시나리오와 희곡을 쓴 작가답게 이 책에서도 이야기적 구성보다는 이미지들과 인물의 성격(다들 말이 없는 편이지만)이 그려내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상상이 가능한 감정같은 것이 살아있다. 여름비는 `아이들은 언제나 누구나 다르다`이 한마디로 풀어나간 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가족이 있다. 젊은날의 추억도 지닐수 있는,아니 꺼낼수 있는 우리네와는 다른 어머니 모습과, 아이들을 깊이 이해하면서도 버리고 싶어하는 어머니를 이해하며 커가는 일곱아이들의 형제애가 있고,무섭도록 진한 아이들의 사랑속에서 행복해하는 아버지가 있다. 일을 하지않는 부모가 가족 부양 수당을 받아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돌아올 때 마다 가정을 지켜내는 것은 아이들의 살아있는 절망감이다. 아이들 만이 울고 웃고 절망하고, 어른은 아이들의 모습을 이해하고 지켜주고 행복해한다.

이 책이 말하는 것은 좀 다르다. [한번도 사람들이 말한적이 없는 그런것들을 이야기 하거나 또 그것을 잘 알아 내도록 하는것 그런 아이가 바로 에르네스토에요] 바로 주인공 에르네스토이며 잔이며 마르그리뜨 뒤라스이다. 나에게 이책은 어쩔수 없이 놓아버린 느슨하고도 슬픈 인식에 대한 지나버린 감정을 되살려 놓고 있다. 한쪽으로만 흐르는 시간속에서 움켜쥔 주먹속에 들어 있던 알 수 없던 어린 시절의 감정들, 그 속에서 죽어버린 웃음과 눈물이 천둥 번개 속에서 시간과 감정으로 부활한다.

아이들은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는 학교엔 가지 않는다. 부모처럼 선생님 역시 그들을 이해한다. 불탄 책의 아픔에 울어버리고 부모의 눈빛에 절망하고 나무 한그루에 사랑을 쏟는 아이들에게 교육은 신의 존재와 부재를 인식하는 슬픔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감정인 죽음으로서 오빠인 에르네스토와 여동생 잔은 살아있는 사랑을 한다. [맑은 샘물가에서 나는 쉬고 있었네..샘물이 너무도 맑아 나는 그만 몸을 담그고 말았네..오래전 부터 나는 너를 사랑하였네 결코 너를 잊지 못할 것이라네..] 자신을 비춰보는 맑은 샘물 같은 글에 몸을 담그고 오래 전부터 잊지 못하는 그리움이 강해지기를 어른이 된 지금도 꿈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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