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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ㅣ 북멘토 그림책 9
김지연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일어나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더니. 최근 아이에게 잔소리 하는 모든 부분이 나와 많이 닮아 있다. 이 책을 보고 나서 더 확신이 들게 되었다. 책 표지의 검은 문어가 여러 어려운 여정을 극복하고 일어나게 되는 이야기일거라고 단정했다. 그런데, 뒤로 가니 이 아인 문어가 아니었다. 비슷한데, 어디서 본 듯한데 문어도 낙지도 아니고 오징어도 아니었다. 아이와 공부를 할 때면, 매번 하는 잔소리가 있다. '문제를 제대로 봐라' '문제를 제대로 읽어야지' 그런데, 내가 아무렇지 않게 다리가 여섯인지 손이 2개고, 다리가 4인지 이 녀석을 문어로 쉽사리 판단해 버렸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아'라는 탄성과 함께 아이를 이해해 주지 못한 내가 많이 부끄러웠다. 아직 학교도 다니지 않는 아이에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한참을 되짚어 보았다. 아이는 나와 많이 닮아 있다. 문제를 제대로 보지 않는 덜렁대는 것도 조급함도 무엇 하나 다르지 않다. 그런 아이에게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것이다.
이 검정 아이는 우리 아이인 것 같기도 하다. 많은 물방울 걱정들이 그 아이를 누르고 있고, 걱정 방울들로 온세상이 가득찼다. '나는 대체 무엇일까?' 이 아이 또한 해답을 얻지 못한 모양이다. '괜찮은 걸까?' 우리 아이도 어리지만 이런 걱정을 하고 있을텐데, 내가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결국 이 검정 아이는 희망이 없는 절망 뿐인 세상에 갇히고 만다. 너무 늦진 않았는지, 우리 아이도 보이지 않는 이면에 이런 걱정과 희망이 사라져 가고 있진 않은지 다시 되짚어 본다. 그런 가운데 어디서 한 줄기 빛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일어나 일어나 내가 널 일으키지' '일어나 일어나 따뜻한 마음은 날개가 있어 가볍단다'
내가 우리 아이에게 한 줄기 빛이자 희망이고, 나에게 빛이자 희망이 우리 아이인데,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일어나 일어나 어서 문을 열고 너에게 달려온 모든 기쁨을 맞이하렴' 처음 아이와 마주했을 때 그 마음 온 마음으로 내 아이에게 달려가고 모든 기쁨을 맞이하게 해주고 싶다.
온통 빛으로 가득한 길에서 우리 아이를 일으켜 줄 수 있는 그런 빛과 같은 존재가 늘 함께 해주길 바란다.
이 책은 그저 단순한 그림책이 아닌 것 같다. 나 그리고 길에서 헤매이고 있을 우리 아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마음 따뜻해지는 그림책 같다. 아이와 오늘 같이 이 책을 함께 봐야 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