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맹견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16
거르러치무거 헤이허 지음, 전수정 옮김 / 보림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이 글을 읽는 내내 ‘개와 사람’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책을 덮고 한참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결국 개와 교감을 나누는 것은 인간이 아닌가? 어쨌든 우리는 함께 사는, 함께 삶을 만들어 가는 공동체이지 않을까? 등의 생각이 머리와 가슴을 떠나지 않았다. 귀신의 삶의 여정이 곧 이 책의 전개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귀신의 삶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귀신의 탄생과 비행장 경비견으로서의 그저그런 삶, 더즈와 흑인과 함께였던 투견장에서의 지옥 같았던 삶, 가장 행복하고 평온하게 살았던 알스렁과의 삶... 인간의 삶보다 더 힘들었던 한 마리 개의 삶을 보며 인간적인 아픔과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은 참으로 무자비한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대형 전투견을 길러내고자 종을 교배하여 귀신을 만들어 내고, 자신들의 뜻과 다르게 움직이면 쉽게 팔아 치운다. 개 시장에서 만난 더즈 역시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귀신을 팔아 치워 버린다. 투견장에서의 싸움을 즐기는 사람들, 개에게 병을 던지고 막대기로 쑤시는 등의 행태에서 인간이 과연 만물의 영장인지 의심스러웠다. 우여곡절 끝에 투견장을 탈출하는 귀신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졌다.

 

귀신은 정말 보통 개는 아닌 운명을 타고 나서인지 삶 역시 보통의 개의 그것을 넘어섰다. 잔인함의 끝을 보여주는 인간보다 암컷 늑대개의 깨끗한 털을 부드럽게 핥을 줄 아는 귀신의 모습에서 본성의 선함을 읽을 수 있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훈련 속 귀신, 인간이 만들어낸 투견장에서의 귀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를 즐기는 귀신은 결국 귀신의 본래의 모습이 아닌 인간의 영역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귀신은 행복이라는 것을 맛볼 수 있을까? 이런 걱정스러움은 알스렁을 만나는 순간 해결되었다.

    

 

귀신은 자신의 눈이 따뜻하면서도 촉촉해진다고 느꼈다. 눈앞에 있는 어린아이에게 생긴 감정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심지어 귀신이 유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은 이 아이를 물어뜯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귀신의 이성과 지혜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만약에 이 아이를 다치게 하면 자신도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아이는 자신이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주인이고 수호신이기 때문이다. 귀신은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으로 몸에 넘쳐흐르는 격정을 억제하고 또 억제했다.

    

 

귀신은 달라지고 있었고, 달라졌다. 귀신은 알스렁과 그의 재산을 지키고자 애썼고, 그의 사랑을 받고자 노력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을 울렸던 한 구절이 있다.

 

 

“멍, 이제 잘못을 깨달았지? 앞으로는 양을 먹으면 안 돼. 멍이 어떻게 양을 먹을 수가 있어? 괜찮아, 이번 한 번은 봐줄게.”


 

알스렁은 귀신의 과거를 묻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귀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해 준 것이다. 아껴 준 것이다. 알스렁의 말, 괜찮아, 봐줄게...이 말에서 귀신은 위안을 받았고 나 역시 코끝의 찡함을 느꼈다.

고단했던 삶 속에서 알스렁을 만나 사랑받고 용서를 받은 귀신은 편안하게 생을 마감한다. 누구에게나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꾸릴 권리가 있다. 우리는 어쩌면 그것을 인간에 국한시켜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귀신과 알스렁을 보면서 인간과 개, 그 공생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본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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