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2 - 아스카.나라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의 첫 번째 규슈편이 이야기와 자취로 이루어져 있어 유물 자체가 주는 감동이 없 (일본편1 p.26) 던 것이 아쉬웠다면, 아스카나라편은 문화유산 자체가 주는 미학과 감동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국내답사기를 읽었던 느낌에 조금 더 가까운 것이 일본편 2권 아스카나라편이다.

 

특히, “아스카와 나라는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가는 답사의 핵심이며, 일본 고대문화의 하이라이트이다.” (p.17) 또한 봄 벚꽃과 가을 단풍은 참으로 아름답다. 일본다운 색감이 무엇인지를 나라처럼 잘 보여주는 곳이 없다.” (p.17) 저자가 즐겨 사용하는 표현처럼 일본 답사 일번지가 이번에 소개되는 아스카 지역이다. (p.25) 꿈의 여로라고 불리듯 우리에게 친숙한 들판. 이국과 같지 않은 친숙함에 한국인이라면 일본답사의 일번지로 삼을 만하다. 이러한 아스카에는 위용을 자랑하는 사찰, 궁궐, 저택도 없지만 들판을 감싸고 도는 산자락에 아스카시대 유적들이 어깨를 맞대듯 촘촘히 있는 모습 때문에 이전의 영광을 뒤로 한 폐사지 느낌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저자가 이전에 언급한 답사의 급수라는 것이 떠올랐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것, 그 입장료가 비쌀 수록 하수이고, 잘 알려진 관광지로 가는 것도 하수이다.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곳에서 의미 있는 문화유산을 찾아내는 것이 중수이고, 답사의 고수들이 하는 것이 폐사지 답사라고 들었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지만, 단출하게 남아 있는 몇몇 유적들과 그 터 앞에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느끼는 바도 있을 것이고 우리들의 문화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과거의 모습을 회상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을 꿈의 여로라 부르며 한나절 답사처로 소개한다.

, 우리나라에서 외면 아닌 외면을 하고 있는 것을 일본에서 가치를 발견한 사례가 있다. 나는 가야라고 하면 김수로왕, 가야금, 우륵 등 멸망한 흔적 이외의 것은 알지 못하고 있는 사이 일본은 어느새 가야의 문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직껏 우리나라에서는 가야문화전을 이런 규모로 개최한 적이 없다. 일본의 역사왜곡을 질타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물증으로 제시하여 그들로 하여금 다시 생각하네 만들어야 마땅한 일 아닐까. 국내에선 가야가 잃어버린 왕국이 되는 사이, 일본인들은 뼛속까지 가야사를 느끼고 있는 셈이다.” (p.47) 한 왕조를 기억하는데 있어서 쇠락해가는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 왕조 문화의 전성기가 어떠하였는지를 알지 못하고 멸망 전 쇠락만을 기억하는 것도 승자의 입장에서만 역사를 바라보는 좁은 시각이다. 만약 조선의 문화를 세종대왕 시기의 찬란한 문화유산이 아닌 나라가 쇠락해가는 시기의 역사만을 기억한다면 단편적인 이해해 그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고대 국가로 나아가지 못한 연합국, 가야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하였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같지만, 다른 점을 알게 되었다. 비교를 통해서 우리의 특징을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먼저, 한국의 건축은 하늘을 향해 날개짓하는 상승감의 표정이 많은 데 비하여 일본의 건축은 대지를 향해 낮게 내려앉은 안정감을 강조한다. 그것은 미감의 우열이 아니라 두 민족의 정서의 차이일 뿐이다.” (p.132) 법륭사 답사를 통해서 일본의 직선의 미를 보며 우리나라 곡선의 아름다움과 다른 점을 찾아낼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자연과 뒤엉켜 하나가 되어야 직성이 풀리고, 일본인들은 그것을 관조하고 또 관조한다. 그것은 자연을 대하는 일본인과 한국인의 태도의 차이기도 하다.” (p.175) 일본 정원의 나무는 잔가지까지 인공의 자취가 드러나도록 매만져야 하고, 한국 정원에서는 본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 (p.176) 같은 자연을 보고서도 불러일으키는 감정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 어느 것에 우열의 차이라기 보다는 태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일본에게 배울 점도 있는데, 먼저 문화 유산을 보존하는 태도와 방식은 우리가 일본에서 배울 점” (p.68)이다. 신라가 보내주었던 유물을 포장한 포장지조차 간직하고 있으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요시노의 사쿠라를 즐겼다는 그때의 모습과 거의 똑같이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으니(……) 옛것을 아끼는 마음은 가히 끔찍한 정성이라 할 것이다.” (p.177) 새 것과 개발이 미덕이던 시대는 이제 조금 지나간 것 같다. 잊었던 우리 것에 소중함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마치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막사발을 천연의 멋이 담긴 높은 미학의 다완으로 재발견한 것은 그들이 한국의 좋은 면을 받아들여 자기화한 경우이다. (p.180)” 그들의 좋은 점을 우리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과 수용능력이 필요할 때이다. 나는 우리가 그 누구보다 그것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반찬들을 모아서 비빔밥을 만들어 새로운 맛이 탄생하듯이 좋은 것들을 배우는 열린 자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답사기에도 빠짐없이 함께한 분들의 이야기. 같이 동행한 일행들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저자 자신이 아스카 들판을 자전거로 다녀본 경험. 그리고 우동과 닥광 에피소드 (p.90)에 저절로 미소가 일어났다. 그리고 아마카시 언덕 마루에 올라서 벗과 나눈 대화 (p.120)에서 코 끝이 찡해지는 배려의 마음을 보았다. 답사기의 한 장()을 할애한 법륭사에 관한 나는 법륭사 하나를 본 것으로도 이 답사는 대만족입니다. 그 앞은 법륭사의 서막이고, 그 뒤는 법륭사의 여운이었네요.” (p.122) 이 동행자의 한 줄 평은 감상자의 수준에 맞게 보이는 것이라는 평론의 힘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흥복사의 라후라 상을 본 특수교사의 이야기는 어떤 전문가의 설명보다도 명징하게 그 문화유산을 기억하게 도와주는 또 다른 교재였다. (p.230)

 

아스카나라 이야기가 나에게 조금 더 특별하게 가다 오는 것은 몇 해 전 오사카를 포함해서 간사이 지방에 일주일간 여행을 하면서 다녀왔던 곳이 혹시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저자처럼 그 지방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지도로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알고 한 여행이 아닌, 인솔자를 따라다니는 느낌이 강했던 탓에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있지만 동대사의 대불과 동대사 경내를 걸었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 조금 아는 이야기가 나오나?’ 했었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있었지만, 빠뜨린 것이 더 많았다. 심지어 나라에 갔을 때는 일본인 친구들도 있었는데...... 동대사 경내에 있는 사슴에 정신이 팔려서 남대문이란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버렸었다. 외국을 여행할 때는 그 나라 그 시대 역사의 줄거리, 그리고 당시의 역사적 과제와 이를 풀어간 상징적 인물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각 유적이 갖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p.79) 문화유산에 찾아갈 수는 있지만, 그 이면의 것을 알기 위해서는 저자가 알려주는 여행의 Tip을 새겨들어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났던 많은 유물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만 들을만한 귀가 없다면, 앞에서 단지 멋지다.’ 라는 단순한 평만 한다면, 그 가치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것처럼 말하지 않는 것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예술미, 문화미를 알기 위해서는 본 그대로의 날 것의 감상도 필요하지만 아는 것이 있을 때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억지로 다녔던 그 많은 박물관의 유물 중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를 보더라도 잘 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실감한다.

 

지난 규슈편에 나온 탁족하는 스승 옆에 다가간 저자의 이야기, (일본편1 p.302) 유어예(游於藝)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 (일본편1 p.302) 에도 감동이 있었고, 아스카나라편에서의 동주 선생과 저자가 나눈 대화가 주는 울림이 사뭇 크다. 유군, 인생이 끝나가는 이순간에도 생생히 기억되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아. 어떤 박물관에 가서 본 유물 중 평생을 떠나지 않는 명작이 한 점만이라도 있다면 그 박물관은 훌륭한 박물관인 줄 알게나.” (p.220) 본 것을 모두 다 기억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게 마련이지만, 기억에 남을 것이 무엇이 있을지? 많은 문화유산을 본 것은 아니니깐 나에게 적용하여 본다면, 어떤 책이 기억에 남을까? 나도 저자처럼 고민해본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머리 속을 떠나지 않은 구절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에서 인용되었던 종소리는 때리는 자의 힘에 응분(應分)하여 울려지나니” (답사기. 2 p.9) 이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되돌아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이 시리즈를 앞으로도 계속 끌고 나갈 것 같다. 일본이라는 곳에 남아 있는 우리의 문화를 찾기도 하고 그들 나름대로 우리가 비추어준 빛을 자기화하여서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한 과정들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 중에는 인류가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끌어들이는 보편적인 명작도 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여전히 너무 극찬하면 한 쪽에서 약간의 질투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확실히 한국인의 한계를 갖고 있음을 다시 생각한다. 이국의 역사, 지명, 인물의 이름까지 친숙하지 않게 다가올 때도 있었지만, 언제까지 이런 어려움을 탓하며 외면만 할 수는 없다. 마음을 다 잡고 편안하면서도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는 답사기를 다시 한번 주목하여 본다.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되어 다음 편 교토의 이야기를 기다리게 한다. 어느 인터뷰에서 일본편도 여력이 된다면, 오사카, 도쿄, 대마도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 즐거운 답사길과 행복한 책 읽기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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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31 1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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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1 17: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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