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1 - 규슈 빛은 한반도로부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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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실시간 검색어가 무엇일까? 관심이 가고,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관심과 비례해서 정보를 접하는 길은 점점 늘어만 간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지나면 관심을 가졌던 일에 대해서 시들해지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그런 것도 있었나?’ 하면서 무심히 지나가곤 한다. 시간이라는 시련 앞에서 쉽게 휘발되어버리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드는 것이 최근의 나의 모습이다.

누구도 예외가 없는 시간이라는 시련에서 살아남은 것. 그것을 우리는 클래식, 즉 고전(古典)이라고 부른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어섰고, 시간의 무게가 더해갈수록, 점점 더 이야기를 보태지면서 한층 더 성숙하는 느낌이 드는 책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이다. 이번에는 유홍준 교수가 눈을 일본으로 돌렸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출간되어 나온 20여 년 전이 아니라, “시즌 2”가 시작된 시점이었다. 물론 이 책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 방학 숙제로 나누어주던 프린트에 읽어야 할 필독서 목록에 빠지지 않았던 기억이다. 그 이후로 도서관에 가서 읽어보려 시도하였지만, 책 겉 표지만 확인하고 서가에 그냥 넣었던 기억만 남아 있다. 그 이후 답사기가 계속 되고 있다는 것도 책의 겉 표지만 보았을 뿐이다.

2년 전, 우연히 들었던 강의에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 유홍준 교수가 언급되었고, 때 마침 시즌 2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 인생도처유상수》 가 출간되었다.

내가 변했던 것일까? 유홍준 교수의 글이 눈에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역시 모든 일이다 그렇듯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느껴서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시각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고, 그때부터 시즌 2를 시작으로 이전의 글까지 읽게 되었다.

책의 설명을 읽고, 다시 앞 페이지의 사진을 다시 보았을 때 조금 달라져 있는 사진의 모습을 느끼게 되었다. 아니, 문화재를 보는 나의 눈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나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여행의 좋고 싫음을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 여행을 많이 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유홍준 교수와 함께하는 답사라면 망설임 없이 시작할 것 같다.

 

시작이 조금 길어졌다. 일본편의 시작 규슈지방이다. 여행할 때 가장 큰 고민이 일정을 어떻게 하는가의 문제이다. 규슈를 북북와 남부로 나누어 북부 규슈 3 4, 남부 규슈 2 3일의 여정으로 답사를 시작한다.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이지만, 정말로 그들에 대해서 잘 모르게 있다는 생각을 페이지 넘길 때마다 하게 된다. 특히 역사적인 사실. 시대사적인 구분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가까움을 느낀다. 조금 어렵게 다가올 나와 같은 독자를 위해서 책은 시대별로 답사를 시작하고 있으며, 여정에 별다른 무리가 없도록 계획되어 있다.

일본이 왜 이렇게 가깝고도 먼 이웃이 되었을까? 그 이유를 일본인들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인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 문화를 무시한다.”(p.5) 로 정리한다.

나 역시도 일본이라고 하면, 벌써 색안경 아닌 색안경. 이미 편견에 쌓여 묘한 적대감을 느끼곤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잘못된 시각이며, 편향된 시각이다. 동아시아 역사 전체 속에서 한국사와 일본사를 보아야 우리의 역사도 일본의 역사도 제대로 인식될 수 있다.” (p.8) 문화라는 것이 절대적인 가치로 옳고 그름을 평가할 수 없듯이 우리의 것만이 우월하다는 시각을 버리는 것에서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두 나라 사이의 미묘한 관계에서 오는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서 사전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비판적인 열독의 과정을 거친 것이 인상적이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자칫 독선적인 시각에 머물 수 있는데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일본편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도 일본 속의 한국문화일본 문화로 구성되어 있다. 규슈편에는 일본 속의 한국문화에 방점이 찍고 읽게 되면, 까맣게 잊어버린 우리 역사 이야기도 되살아나고, 그때 그 시절에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새로운 깨달음도 얻게 된다.” (p.26) 장점도 있다. 여행지에서 내가 달라져 보이듯이 우리나라를 떠나서 일본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쌍방적 사고의 기회도 제공해준다.

규슈편에서는 “2300년 전 벼농사를 갖고 규슈로 건너와 일본 열도에 야요이시대를 개척해간 조상들의 옛모습과 임진왜란 때 이곳에 끌려와 결국 일본에 도자기혁명을 일으키고 세계도자기시장을 제패한 우리 도공들과 그 후손의 수고로운 일생 (……) 그리고 663년 백촌강 전투” (p.322) 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도래인이 정착한 곳은 그들이 떠나온 곳과 유사한 들판과 능선이 펼쳐진 마치 우리나라 한 구석을 떼어다 놓은 것 같은 요시노가리 곳. 그리고 도래인의 이민으로 “일본 열도에 문명의 서광은 마침내 2300년 전에 한반도에서 비쳐왔습니다. 쌀농사와 청동기문화가 한반도로부터 들어” (p.35) 왔다. 일본의 고대문명은 한반도로부터 강력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p.9) 이런 사실은 말하지 않는 유적과 출토된 유물들이 증명하고 있다. 요시노가리 유적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에 소개된 부여 송국리 유적과 비교해서 볼 만한 곳이다.

 

물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된 유적에 대한 설명,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그 문화유산 자체보다 그 곳에 가는 과정. 여정의 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특히 좋다. 문화유산에 가면서 과거 사람들이 그곳에 위치를 정한 이유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이전의 문헌까지 참고하면서 설명해주는 여정묘사가 나의 마을을 늘 따듯하게 해준다. , 계절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알려주고, 최적의 시기가 언제인지 조언도 잊지 않는다.

여행의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음악이 있는 답사를 위해서 답사음반도 직접 선곡하여, 문화유산 그 자체만큼이나 그것을 보러 가는 길에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지기 위함이고, 버스 속 강의는 참으로 재미있고 유익하다. 졸 수는 있어도 도망가지는 못하기 때문에 수강자의 집중력도 높다.” (p.306) 집중력 높은 강의를 위한 준비과정으로 여겨진다.

클래식 FM의 선곡에 훈수를 두고 (p.62), 런던 올림픽 때 선수들의 트위터 내용을 통해서 현해탄에 관해서 설명하며, (p.82) 도공의 부인으로 일본에 가서 그녀 자신도 도공이 된 백파선의 이야기가 MBC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의 이야기 (p.166)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다케오 올레가 제주 올레가 수출되어 만들어진 규슈 올레 라는 것 등. 이처럼 배우는 것 같지 않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공부한다라는 생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게 되는 것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이야기로 기억되어 오랫동안 잊지 못한다. 개인 성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리는 국사 수업도 이렇게 진행한다면 조금 더 흥미로울 수 있지 않을까?

 

규슈편에서 우리나라의 것인데, 일본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쉬운 마음이 생기는 것 고려불화 수월관음도와 도자기 관련된 기술이다. 나의 이런 생각도 당시의 정황을 모두 무시한 민족이라는 개념에 너무 치우친 인식임을 부정할 수 없다. 가장 크게 오해하는 부분도 이러한 단선적인 시각이다. 우리는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의 추이와 당위성만 생각하고 그 변란 속에서 겪어야 했던 인간 개개인의 상황은 잊어버리는 수가 많다.” (p.178) 저자의 지적은 정말로 타당한 것이고 역사적 사실을 대할 때 잊지 말아야 할 태도이다.

새로운 문화, 고급문화를 일으키는 것은 공급자의 일이지만 그것을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은 소비자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는 소비자가 만든다.” (p.174) 당시 일본에서는 다완(茶碗) 하나를 성()과 바꿀 만큼 소중하게 여겼다. 그런 사회였기에 도공들의 위상도 그만큼 높았던 것이다. 저자처럼 아리타와 이마리의 모습에서 부러움과 아쉬움을 함께 느낀다. 일본은 우리 도자기 기술을 가져다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도자기왕국으로 발전했는데 우리는 그 원조 격이면서 왜 그러지 못했는가에 대한 한탄이다. (p.122)” “우리는 고유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을 활용할 줄 몰랐고, 일본은 그 고유기술을 통째로 가져가 자신들의 위대한 도자기 문화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반성할 대상은 우리 자신이다. (p.123)”원조가 우리라는 이야기 말고, 다른 새로운 문화로 바꾸어가려는 노력은 우리가 일본에게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하다. 몇 해전 막걸리 열풍도 일본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 문화를 놓고서 우리가 원조다.’ 라는 말보다 더 좋은 품질로 개량하려는 그들의 태도, 좋은 것이 있으면 누구의 것인가에 관여하지 않고 벤치마크 하려는 모습은 눈 여겨 봐야 한다.

 

국사 시간을 통해서는 알 수 없었던 백촌강전투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당시의 정세. 사실상의 오국시대 (p.7)로 봐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도 당시의 정세를 감안한 탁견이다. 민족과 민족어, 국사와 국어 등이 근대의 산물로 여겨지는 것처럼 삼국시대의 왜국이 무조건 적일 것이라는 생각에도 의문을 갖고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의 고대사와 한일관계사를 있는 그대로 보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민족주의의 세례를 깊이 받은 우리로서는 으레 고구려, 백제, 신라는 동족국가이고 왜는 외적이라는 전제하에 고대사를 인식하고 있지만 그것은 훗날의 이야기다.” (p.220)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사진이 너무 좋은 책이다. 마치 그곳에 동행하는 느낌을 주는 소위 수다체라고 불리는 글쓰기와 현장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사진이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준다.

끝으로 저자가 밝힌 문화유산의 답사 이유는 이렇다. 내가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거기에 그곳이 있기에 나는 간다. 그리고 목적지에 있는 문화유산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오가는 과정까지 답사라고 생각한다.” (p.299) 나도 저자의 이 표현을 빌리면 나는 거기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있어서 읽는다. 그리고 함께 감동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문화유산의 소개뿐만 아니라 그 속에 함께하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로 나를 이끌어준다. 앞으로 계속될 여정에 또 기대를 하면서,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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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30 13: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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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30 16: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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