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제너레이션 - 좀비로부터 당신이 살아남는 법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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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 보고 흔한 지구종말소재의 소설.txt 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은 내 미약한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것은 실용서이다. 그것도 지구종말을 대비한 실용서.

  지구가 종말을 맞이한다면 그것은 외계인에 의해서일까 핵폭탄에 의해서일까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의해서일까. 그 무엇이건 인류가 멸망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필연적 생명체는 좀비일 것이다. 아름다운척 착한척 하던 겉모습이 녹아내리고 인간 본연의 추악한 실체만이 남은 이 존재를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한편으로는 또 열광한다. 지금까지 좀비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수없이 많았다. 심지어 올해에는 좀비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까지 나왔다. (물론 그 좀비가 영국산 꽃미남이라 가능했던 결과라고 보인다.)  많은 영상매체들이 좀비의 기괴한 모습이나, 좀비를 피하다가 사랑에 빠진 남녀나, 좀비에게서 주인을 지키는 충직한 개의 모습은 디테일하게 그렸으면서 정작 어떻게 하면 좀비를 잘 이겨낼 수 있는지는 그러내지 않았다. 영화에서 잠깐잠깐 나온 장면들을 조합한 나의 상식에 의하면 좀비를 피하는 방법은 1. 대형마트로 달려가야하고 2. 가는 길에 듬직하고 이왕이면 잘생긴 남자 한명을 꼬셔야 하고 3. 총은 무조건 챙겨야한다. 정도였다.

  <좀비 제너레이션>은 이런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본격 좀비 대처법을 알려준다.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좀비 제너레이션>에서는 좀비사태가 나타났을때 대형마트로 가면 안된다고 말한다. 평상시에도 사람이 많은 곳이기에 좀비사태가 벌어졌을때 이미 아수라장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한다. 또한 좀비와 싸우기에 적합한 무기들을 총기류, 둔기류 등으로 분류해 별점까지 매기며 알려주고 좀비 사태가 일어났을때 챙겨야 하는 물건들 목록을 아주 디테일하게 알려준다. 이것은 자칭타칭 좀비덕후인 남동생도 모르던 소중한 정보이다. 참고로 좀비덕후인 남동생은 <좀비 제너레이션>을 읽으며 몇번이나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정색하고 쓴 실용서는 아니다. 일반적인 실용서적들의 단점은 재미가 없고 이론만 늘지 정작 실천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좀비 제너레이션>은 추리소설을 여러권 쓰기도 한 작가의 흥미로운 필력으로 좀비사태 발생부터 종료때까지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간중간에 좀비대처법이 실용서적의 형식을 빌려 들어가 있다. 그러기에 <좀비 제너레이션>은 재미도 있을 뿐더러 좀비 대처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머리 속으로 그리며 읽어나갈 수 있다.

  지구종말이 온다면 마야인의 예언도, 양치기소년  할아버지인 노스트라다무스의 거짓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구가 망하고, 핵이 내일모레 터져도 우리는 학교를 가고 출근을 해야 하니까. 언제 망할지 모르는 지구를 위해 방공호를 마련해두고 라면을 사재기하기보다는 유용한 책 한권을 집에 구비해 두는게 훨씬 경제적이고 간편하게 종말을 대비하는 자세일 것이다. 설사 좀비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면 어떠랴, 시도만으로도 신선한 책을 봤다는 것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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