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마실 - 커피향을 따라 세상 모든 카페골목을 거닐다
심재범 지음 / 이지북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책의 저자인 심재범씨는 인텔리젠시아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고 마신 아메리카노에서 놀라움을 느끼고 바리스타에게 자신의 편견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를 표한다. 나 또한 심재범씨에게 미안함과 감사를 표해야겠다. 솔직히, 책의 제목과 표지를 보고는 ‘그저 그런 감성팔이 카페 홍보책’ 이라고 지레 짐작했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처음에 받았던 인상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 소위 ‘감성팔이’도 홍보도 들어있지 않다. 대략 350쪽이 되는 이 책의 모든 페이지마다 커피향이 빼곡하다.

 

  일단 이 책은 매우 전문적이다. 앞쪽에 나와 있는 용어 설명을 읽고, 책을 읽으며 인터넷을 검색하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를 정도로 전문적이다. 그러나 전문적이라는 것이 곧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커피여행을 다니며 쓴 에세이기 때문에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나 설렘이 담겨 있어 커피 용어만 익힌다면 술술 읽을 수 있다. 더군다나 카페의 사진이 자세히 찍혀 있어 커피에 대해 제대로 모를지라도 사진을 보고 글을 읽으며 심재범씨의 정서와 설렘에 동참할 수 있다.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여행 서적은 여행 자체보다 자신의 감성이 우선시되는 바람에 여행지의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카페 마실>은 책의 취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오로지 커피를 위해 여행을 떠났고, 커피와 카페의 정보만 수록되어 있으며 커피의 맛과 카페의 분위기에 대한 평으로 글이 끝난다. 단 한순간도 커피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이 책을 끝마치면 커피도 커피지만 심재범씨의 열정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모든 것을 내던져 커피를 사랑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도 무언가에 이렇게 미칠 수 있을까 싶어 부럽기도 하다. 자기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의 모습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것이 충분히 만족스럽다

 

  이 책은 커피‘여행’이 아니라 ‘커피’여행 책이다.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여행서적을 생각하고 읽었다가는 실망하겠지만, 커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커피도, 책도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충분한 가르침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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